최근 하우스메이트 두명 중 한명과 말도 하지 않는 사이가 돼서 이 케익을 어떡하지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어제 방문한 손님 두분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맛있는 케익을 나눠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임날짜가 좋았네.
행복에 대한 책 그만 읽고 병원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앞뒤 맥락없이 대뜸 써놓으니 뭔가 매정하게 느껴지지만 실은 엄청 다정한 말이었다. 나와의 개인적 관계를 떠나 그냥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 중 한명이라는 생각이 항상 드는, 다른 존재의 고통을 절대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람의 말이라 고마움과 무게감이 남다르다.
나는 왜 병원에 가지 않고 있을까. 이전에도 정신과를 찾아가본 적도 있고 불과 반년 전까지 열심히 심리상담도 받았었는데.(센터의 무료 8회기 프로그램이 끝나서 더 못 받았지만) 그러고보니 그 상담의 끝엔 꽤 괜찮은 상태라고 많이 나아졌고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도 '의학적으로 나았다같은 말은 해줄 수 없지만 정말 중증인 환자는 우리 센터에서 상담하지 않고 다른 기관으로 연계한다'는 말씀을 통해 괜찮다고 확인받고 싶었던 날 안심시켜주셨었다.
어줍잖은 지식을 통해 나는 내가 아직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기에는 기간이 짧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상태로 검사를 한다면 명확한 진단명까진 안 나오더라도 약 정도는 분명히 처방받을 수 있을 것같다.
금요일이 생일이셨던 선리네 사장님께서 해주신 말씀도 어쩐지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까지 살더라"는 말. 이것도 맥락이 없으니 어쩐지 이상한 어감이지만 어느 말기 암환자분의 충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신다는 얘기였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살아야만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여러 작업들에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빛나는 사람들이니까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살 이유가 있을까. 나를 이 세상에 붙들어매주는 관계가,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관계가 있나. 약을 먹으면서 혼자 아무런 의미도 특별히 연결된 사람도 없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으로 살아간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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