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집에 대하여

참참. 2022. 2. 7. 23:00
이 집을 구하기 위해 3개월간 직거래 사이트를 보고, 다솔 씨 기준으로 80점은 줄 수 있는 집이라 이사를 왔다면서요? 집 보는 안목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처음 자취방을 구할 때도 직거래 사이트에서 서울에 있는 모든 전세 알림은 저한테 오도록 설정해두고 하루 종일 봤어요. 좋은 집은 빨리 나가니까 직접 볼 기회가 생기면 아침 7시에 찾아가고 그랬죠. 이 집도 3개월 동안 매일 부동산에 전화하고, 앱을 보고, 직거래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구한 거예요. 엄마가 제 첫 자취방을 구할 때 이렇게 말했어요.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많은 인생인데, 집이라도 들어오고 싶은 곳이면 좋겠다.” 전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너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내 공간은 마음의 중심을 잡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자기 집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과 통하는 면이 있어요. 그런데 ‘이보다 좋은 집이 있겠어?’ 하고 계약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저는 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이 정도로 타협하려 해? 난 더 좋은 집을 찾을 수 있어!’ 하는 마음으로 집을 보죠.

양다솔 작가 인터뷰 중에서 (https://directorymagazine.kr/lets-head-out-for-spring-after-this-tea/)

 

 

"한국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집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요. 온전히 내 집이 아니니까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무엇이든 관심을 가져야 좋아져요. 청소도 열심히 하게 되고 무엇을 두면 예뻐질까 머리를 쓰게 되는 거죠. 그럼 어떤 향기가 나면 좋겠다, 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고요." - <VENUE> Volume.2 중에서

공간 디렉터 최고요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기억해 두고 싶은 말이다. 그냥 좋아지는 것은 없다. 무엇이든 관심을 가져야 좋아진다. 그게 방이든, 일상이든, 삶이든.
잠시 머무는 곳을 내가 좋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사는 대신 일상에 소소한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 그것은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인생을 대하는 태도라 생각하면 그리 작은 차이는 아니다. 하루 꼬박 여덟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책상을 자기답게 꾸미는 사람이 있고, 2년 계약의 전셋집을 자기 취향대로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편하게 머물고, 어떤 디테일들을 좋아하는지 오랜 시간에 걸쳐 알아낸 뒤 스스로에게 조금씩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아무거나 먹고 아무 물건이나 곁에 두고 아무렇게나 하루를 여닫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것을 먹고 아름다운 것을 곁에 두고 오늘은 한 번뿐이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일.
그렇게 보내는 일상이야말로 단단히 네 다리로 버티고 서서 나라는 사람을 지탱해 준다.

김신지, <평일도 인생이니까> 중에서

 

집에 대해 늘 건성건성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역시 내가 골랐다기보다는 운 좋게 얻어걸렸다.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기에는 돈도 없었고, 내가 돈이 없다는 것을 너무 의식하고 있었고, 게다가 돈보다도 더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취향이 없었다. 취향이 없으므로 그렇게 이사를 다니면서도 내가 늘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첫째 가격, 둘째 직장과 가까운가 정도 수준이었다. 물론 그밖에도 이것저것, 이를테면 수압은 괜찮은지 그런 것들을 점검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집이 마음에 들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잠 자는 방"에 가까웠다. 비록 지금도 취향은 확고하지 않고, 이 집도 내 취향같은 것과는 별 무관하게 아주 좋은 기회라는 이유로 덥석 내게 왔지만 그래도 집이 마음에 들고 그래서 집에 있는 시간이 좋다는 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들로 집을 꾸미는 즐거움을 이제야 조금 알게해 준 집이다. 그래서 이 문장들이 아프게 와닿았다.

'일상 > 2020~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2.16  (0) 2022.02.20
설날  (0) 2022.02.01
요즘  (0) 202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