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85

[출판사 이야기] 샨티, 나, 그리고 99일. - 2 -

드디어 1월 28일 월요일, 첫 출근하는 날이 왔다. 샨티에서 월요일은 회의하는 날이다. 회의는 주로 오전에 한다. 첫 출근이다보니 회의는 건너뛰고 오후부터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점심을 먹고 한 시 즈음 샨티 사무실로 가니, 디자이너인 곤스 선배와 샨티의 공동대표이신 주간님이 밖에서 내가 쓸 책상을 손보고 계셨다. 없던 자리를 갑자기 만들어주시느라 고생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다. 여튼, 그렇게 해서 조그마한 책상 하나와 접이식 의자로 이루어진 '내 자리'가 생겼다. 책상 위에는 전화기가 놓였다. 컴퓨터는, 샨티 공동대표 중 나머지 한 분이신 평화님께서 노트북과 아이패드로 준비해주셨다. 왜 아이패드까지 필요했냐면, 문제의 노트북이 상당히 느렸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손을 보..

지난 연휴 이야기.

석가탄신일이 낀 연휴, 이래저래 바쁘게 보냈다. 1. 5월 16일 목요일 저녁, 도움소 봄공연 '개판; 함께 여는 판'사람이 모자라다며 섭외되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치배들과 함께 즐거운 공연을 뛰었다. 장구가 그렇게 많은 건 처음 봤다. 나도 장구를 쳤는데, 사람이 많으니 더 신나고 좋았다. 다음날 체육대회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해서 아쉽게도 뒤풀이는 스스로 자제하여 가지 않았다. 2. 5월 17일 금요일, 미래나눔재단에서 준비한 체육대회 '2013 미래상통한마당'아침부터 쌍문까지 가야해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갔다. 탈북자 출신 대학생 친구들과 함께한 체육대회!사진 찍으시는 분이 따로 있어서 사진 엄청 많이 찍으시던데, 그 사진들을 구할 길이 없다.ㅠㅠ 핑크팀에 속해있던 내가 입었던 단체티. 핑크,..

일상/2013~2019 2013.05.22

영화 '가족의 나라' 씨네토크에 가다.

가족의 나라 (2013)Our Homeland 9.2감독양영희출연안도 사쿠라, 이우라 아라타, 양익준, 미야자키 요시코, 츠카야마 마사네정보드라마 | 일본 | 100 분 | 2013-03-07 어제인 5월 18일 토요일 아침 9시, 필름포럼에서 진행된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주최 평화 씨네토크 첫번째, 영화 '가족의 나라' 씨네토크에 갔다.영화는 상당히 인상깊었다. 약간은 다큐멘터리같은 사실적인 묘사들이 가득한 영화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재일동포 북송사업(1959년부터 1962년까지, 북한과 일본의 협상 아래 8만 명에 가까운 재일동포들이 북한으로 보내진 일)으로 북한에 갔던 '성호'가, 25년만에 뇌종양 치료를 위해 일본에 온다. 여동생 리애와 어머니, 아버지, 삼촌, 일본에서 다니던 학교 친구..

일상/2013~2019 2013.05.19

[출판사 이야기] 샨티, 나, 그리고 99일. - 1 -

샨티에 다니는 동안 내가 앉았던 자리.지난, 1월 28일 월요일부터 샨티 출판사(http://blog.naver.com/shantibooks)에 놀러 다니는 출근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99일이 흘러 5월 6일 월요일, 이제 샨티에 그만 나가기로 한 나를 위해, 샨티 식구분들께서 송별회를 해주셨다. 그렇게 군 전역 후 한동안 내 일상을 가득 채웠던 샨티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샨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고등학생이던 때였다. 당시, 어떤 계기로 추천을 받아 샨티에서 펴낸 김종휘 선생님의 와 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들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 그 아이들과 진심 어린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성장해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몹시 좋았다. 그 책들에 깊은 감명을..

도움소 봄공연 리허설, 학교 가는 길.

어제, 공연 리허설을 하러 학교에 갔다. 오늘 저녁에 있을 봄공연 리허설이었다. 학교에 가는데, 무심코 지나치던 길가에 꽃이 참 많이도 피었더라.무슨 꽃인지, 이런 건 잘 모르지만, 참 예뻤다. 정말로, 봄이구나. 날씨도 좋고, 리허설도 잘 끝났고, 이제 오늘 저녁에 공연만 신나게 하면 된다. ^^이렇게 좋은 날 즐거운 공연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 후배들(물론 함께 해주시는 선배님들도)이 고맙다. 고생스러운 일도 많을텐데, 즐겁게 신나게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도움소 화이팅~

일상/2013~2019 2013.05.16

집 열쇠를 잃어버린 이야기.

일주일 전까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길놀이를 하게 됐다. 2013년 연등회 연등축제에서 5월 11일 토요일날 연등행렬(퍼레이드)을 따라가는 풍물패 길놀이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일주일 전 일요일, 마라톤을 함께 뛴 선배들과 학교에 놀러갔다가 후배의 부탁을 받은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화요일 즈음, 후배들 공연연습에 끼어서 정말로 오랜만에 장구를 메고, 가락을 쳐보았다. 생각처럼 잘 되지가 않아서 어렵기도 했지만, 신이 났다. 1, 2학년 때 나름대로 열심히 할 때보다 더 재밌었던 것 같다. 한참을 치다보니, 전에는 굳은 살이 박여 까지지 않았던 새끼손가락이 까져서 상처가 났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좀 조심하기로 하고, 어제인 토요일까지 얌전히 있었다. 상처는 꽤 아물었지만 다 낫지는 않았고, 그 ..

일상/2013~2019 2013.05.12

두 개의 자동차 키를 갖게 된 이야기.

나는 자동차가 없다. 근데 내 지갑엔 카드로 된 자동차 키가 두 개나 꽂혀 있다. 뭘까? 이 카드들은 바로 '카쉐어링(Car Sharing)'을 하는 '그린카(greencar)'와 '쏘카(SoCar)'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들이다. 카쉐어링이란, 한 대의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것으로, 렌터카 업체와는 달리, 주택가 근처에 보관소가 있고 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쓰는 것이다. 1950년대 스위스에서 사회운동 형태로 처음 시작된 이후 90년대 들어 서유럽과 미국에서 상업화됐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용적 소비성향이 대두되면서 확산됐다. 회원 가입 후 시내 곳곳에 위치한 무인 거점(차량보관소)에서 차를 빌리고 지정된 무인 거점에 반납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2011년..

일상/2013~2019 2013.05.11

[130505] 어린이날, 신나게 놀다. 10km 마라톤, 그리고 농구까지.

5월 5일, 일요일. 오전 여섯 시 - 급하게 씻고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일행들과 합류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오전 여덟 시 이십 분 -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 10km, 출발! 함께한 풍물패 동아리원들과 따로 또 같이 열심히 뛰었다. 나는 동아리원들 중 나름 1등을 차지했다. 목표가 40분대에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47분 1초로 개인적인 목표도 달성했다. 마라톤을 뛰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10km 정도면 그래도 아주 부담스러운 거리도 아니고 운동으로 하기에도 괜찮은 정도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힘들긴 힘들지만 뛰고 나니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오전 열한 시부터 저녁까지 - 끝나고 함께한 사람들과 찜질방에서 씻고 놀았다. 계란을 하나씩 먹었는데 그거 하나만으로도 어찌나 즐겁게 놀았던지. 가위바위보를 해..

일상/2013~2019 2013.05.10

[130504] '새터민 대학생 멘토링 컨퍼런스' 이야기

5월 4일, 토요일.오전 여섯 시 - 토요일인데, 더 자고 싶다. 일어나야하나 고민을 했다. 오전 아홉 시 - 길까지 헤매서 조금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행사 시작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터민 대학생 멘토링 컨퍼런스', 제목은 거창하지만 북한이탈주민 중 대학생이 된 이들에게 선배나 선생님들 말고 같은 대학생인 친구가 되어주자는 프로젝트의 첫 시작하는 행사였다. 지원한 대학생들이 미리 북한이탈주민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대학생과 약간은 다를 수 있는 부분들, 상처를 주거나 받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고 만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알려주시고,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유시은 교수님과 정의혁 목사님의 강연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이 어떤 과정을 겪어 남한으로 넘어오게 되고, 그 과정에..

일상/2013~2019 2013.05.10

[130503] 김규항, 편해문 강연회와 먼지 신혜의 첫 전시회 '먼지의 여행, 그 후' 전

5월 3일, 금요일. 오후 두 시 - 김규항 선생님과 편해문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김규항 선생님은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동안 블로그를 열심히 본 덕분에 다 한번 정도씩은 들어본 이야기들이었다. 편해문 선생님은 놀이운동가로, 그동안 , 라는 책을 쓰셨는데 책도 안 읽어봤고, 말씀을 처음 들어봐서 모든 것이 새로웠다.놀이와 노래에 모두 들어가는 'ㄹ'이라는 자음에 대한 이야기 참 독특하고 인상깊었다. 그 절정은 역시 '랄랄라'. 'ㄹ'은 흐르는 느낌을 주는 자음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하셨다.아이들에게 한글은 언제 가르쳐야 할까요? 라고 물어보셨다. 누군가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 혹은 몇 살때 라고들 대답했다. 그 대답들은 모두 그래도 '최대한 ..

일상/2013~2019 2013.05.10

비오는 토요일 아침 산책.

비오는 토요일 아침 산책. 일찍 잔 탓일까, 여섯시에 눈이 떠졌다.왠지 오랜만인 듯한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머리는 조금 무거웠지만, 체한 것은 거의 다 나았나보다. 냉장고에서 남았던 밥을 꺼내 또 죽을 끓였다.자꾸만 찬장에 있는 라면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은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점심에는 라면을 먹어도 괜찮으려나? 누구도 답해줄 이 없다. 조금이나마 맛있으라고 소금을 살짝 쳤지만, 아무 맛도 안 났다.열심히, 그러나 많이는 못 먹었다. 그냥 약을 먹었다. 어제 좋았던 기억 때문인지, 바람을 쐬고 싶어 나갔다.그랬더니 비가 온다. 거실에도 큰 창이 있는데 어찌 몰랐을까 싶다.'비가 오는 분위기도 좋지'라는 생각이 들어 우산을 들고 다시 나갔다. 개나리, 진달래가 군데군데 활짝 피었다.사진이 없는 것은 손..

일상/2013~2019 2013.05.10

체한 이야기.

체해서 아팠다. 덕분에 늘 나가던 출판사도 쉬고, 삼겹살 파티도 놓치고,약속했던 조모임에도 못 나갔다. 잘 안 들어가는데 억지로 꾸역꾸역 먹으면 꼭 체한다.그런데도 밥그릇에 밥이 남으면 또 그러곤 한다. 아직도 몸의 말을 잘 안 듣는 나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혼자 냄비에 식은 밥과 물을 넣어 죽을 끓였다.2010년 겨울 누군가가 그렇게 해주었을 땐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던 것이,아직 체한 상태여서 그런지 참 맛이 없었다. 눈물이 약간, 났다. 책을 한권 읽고,저녁이 다 되어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그러고나니 확실히 답답한 것이 내려가면서 시원해졌다.여전히 별 맛은 없었지만,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힘으로 죽을 다 먹었다.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산책을 나섰다.혼자만의 여행을 ..

일상/2013~2019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