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130503] 김규항, 편해문 강연회와 먼지 신혜의 첫 전시회 '먼지의 여행, 그 후' 전

참참. 2013. 5. 10. 12:29

5월 3일, 금요일.


오후 두 시 - 김규항 선생님과 편해문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김규항 선생님은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동안 블로그를 열심히 본 덕분에 다 한번 정도씩은 들어본 이야기들이었다. 편해문 선생님은 놀이운동가로, 그동안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을 쓰셨는데 책도 안 읽어봤고, 말씀을 처음 들어봐서 모든 것이 새로웠다.

놀이와 노래에 모두 들어가는 'ㄹ'이라는 자음에 대한 이야기 참 독특하고 인상깊었다. 그 절정은 역시 '랄랄라'. 'ㄹ'은 흐르는 느낌을 주는 자음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아이들에게 한글은 언제 가르쳐야 할까요? 라고 물어보셨다. 누군가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 혹은 몇 살때 라고들 대답했다. 그 대답들은 모두 그래도 '최대한 늦게' 가르치겠다는 대답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아이들이 언제 뒤집을까요? 생후 3개월? 100일? 답은 '뒤집을 때가 되면'. 뒤집을 때가 되면 아이는 뒤집는다는 말씀이셨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조바심내지 않아도, 사람이라면 뒤집는다는 것. 그 이야기를 해주신 뒤에 다시 물으셨다. 아이들에게 한글은 언제 가르쳐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답은 '아이들이 알기를 원할 때가 되면'. 몇 살, 몇 학년이 아니라 그 때가 바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면 되는 때라고 하신다. 아이들이 잠자기 전에 동화책같은 것을 읽어주고 하다보면, 분명 아이들이 책을 펼쳐들고 와서는 '엄마 그런데 이건 뭐라고 읽어? 이건 어떻게 소리를 내는 거야?'라고 물어올 때가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때가 바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해야하는 일은 '기다리는 것',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 그걸 참지 못하고 세 살 때부터 <이상한 한글나라>라는 책을 펼쳐놓고 아이에게 가르치려고 든다는 것이다. 아직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에게 그런 것들을 주려고 할 때 '아이의 표정'이 어땠느냐고 물으면 누구도 대답을 못 한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그때 부모는 아이의 표정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아이는 '어쩔 줄 몰라'한다고 하셨다. 그런 아이들은 나중에도 새로운 것을 보면 호기심이 생기기보다는 '이건 또 어쩌란 말이냐', '나에게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는 지친 마음을 지니게 된다고 하셨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요즘 5, 6학년 아이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가득 차 있는지 아냐는 말씀도 하셨다. 우리는 '게임' 뭐 그런 것들을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셨다. 그것은 '사고싶다'라는 생각이라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5, 6학년만 되면 벌써 하루종일 '사고싶다, 사고싶다, 사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 아이들에게 비석치기 이런 놀이들을 하자고 하면 서로 피곤한 일이 된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건 부모들 탓이라고 하셨다.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사고싶은 거 다 사고, 늦게까지 TV보고 컴퓨터하는 모습을 다 보여주니 아이들도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하셨다. 내가 보여주는 것, 내 삶이 모두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에 어찌 쉬울 수가 있겠느냐고 말이다.

아, 강연이 정말 재밌어서(나는 아직 아이는커녕 여자친구도 없지만) 더 듣고 싶었는데, 다음 약속이 있던 탓에 약 15분(원래 끝나기로 한 시간 기준으로) 정도 일찍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후 다섯 시 - 학벌없는사회에서 학교밖배움터를 만들자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 '삶은달걀?'의 2013년 봄학기 프로젝트 '어머?'의 첫 공식모임에 갔다. '두리버니아 1기'에서 만난 명석이를 꼬셔서 함께 갔다. '어머?'는 '어제 뭐했어?'의 줄임말로, 학교를 나온 학교밖청소년(탈학교청소년, 거리청소년 등 용어도 다양하다)들이 학교를 가지 않아서 많아진 시간을 포함하여 그 시간들을 대체 어떻게 보내고, 무얼 하고 노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프로젝트다. 또한 주요한 점이 청소년 본인들이 직접 학교밖청소년들의 놀이와 생활에 관하여 알아보고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계기를 만들어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첫 모임으로 프로젝트에 함께하자고 뜻을 모은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소개하는 자리였다. 박여사님, 현정씨, 지애씨, 원석씨와 나까지 하여 비청소년 다섯 명과 햄, 개미핥기(또는 꺼벙이), 명석이, 훈민씨 이렇게 네 명의 청소년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대체 '논다'는 것이 뭔지 우리가 알아보려는 '놀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가 이어졌고, 서로 간략하게 소개하고 앞으로 서로를 부를 호칭을 정리하는 정도에서 만남은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다음 일정을 또 잡아놓는 바람에 명석이와 함께 조금 일찍 나오게 되었다.





갤러리M에서 진행된 '먼지의 여행, 그 후' 전 - 갤러리와 작품들 보러가기 http://blog.naver.com/nanyanya/186467191

오후 일곱 시 삼십 분 - <먼지의 여행>을 쓴 신혜 작가님의 '먼지의 여행, 그 후'라는 제목의 전시회에 갔다. 일곱 시부터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해서, 거기에 참석했다. <먼지의 여행>은 몇년 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서평도 썼던 책이다. 그 여행을 하고나서 어떻게 살고 계실까 몹시 궁금했는데, 이번에 그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여행을 다녀오신 뒤에 화가가 되어 계셨다. 그 여행 이야기에서도 그렇지만, 계획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 바라는 일을 하셨다고 한다. 이렇게 전시회까지 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고 하셨다. 석창우 화백님을 만나 그림에 대해 조언을 얻게 된 이야기, 3년을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다보니 친구가 없어졌더라는 이야기, 불안과 조급함과 생각보다는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내면의 소리를 듣는 연습을 해온 이야기들이 참 따뜻했다.

나는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지 않으신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 전에 사진을 공부하면서 오직 '사진'이라는 틀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그러면서 그 여행에서는 그동안 살아온 '나'를 모두 내려놓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사진이라는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내려놓고 여행하고 싶어서 사진을 일부러 찍지 않으셨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질문은, 나중에 만약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어떻게 키우시고 싶으냐는 질문이었다. 나중에 다른 분이 하신 대학교 때로 돌아간다면(거기에 연이어 고등학교, 중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실지에 대한 질문에도 같은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대학교든 고등학교든 학교를 다니지 않고 싶다고 하셨다. 악동뮤지션처럼 자유롭게 있고 싶다고, 부럽다고. 아이도 악동뮤지션처럼 키우고 싶다고, 아하하하.

먼지신혜 작가님은(이제 '먼지'는 그의 호가 되었다.) 올해 서른이 되셨다. 앞으로도, 마음의 길을 따라 지금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13/05/09 - [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사는 이들] - 신혜, <먼지의 여행> / 이화여대 졸업과 방황, 돈 없이 여행하다, 그림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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