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두 개의 자동차 키를 갖게 된 이야기.

참참. 2013. 5. 11. 09:00

나는 자동차가 없다. 근데 내 지갑엔 카드로 된 자동차 키가 두 개나 꽂혀 있다. 뭘까?



이 카드들은 바로 '카쉐어링(Car Sharing)'을 하는 '그린카(greencar)'와 '쏘카(SoCar)'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들이다.


카쉐어링이란, 

한 대의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것으로, 렌터카 업체와는 달리, 주택가 근처에 보관소가 있고 시간 단위로 차를 빌려쓰는 것이다. 1950년대 스위스에서 사회운동 형태로 처음 시작된 이후 90년대 들어 서유럽과 미국에서 상업화됐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용적 소비성향이 대두되면서 확산됐다. 회원 가입 후 시내 곳곳에 위치한 무인 거점(차량보관소)에서 차를 빌리고 지정된 무인 거점에 반납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2011년 현재 60여 개국, 1000여 개 도시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국에도 지난 2011년 10월 초부터 한 민간업체에 의해 서비스가 시작됐다.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카쉐어링' 

http://terms.naver.com/entry.nhn?cid=476&docId=938417&mobile&categoryId=476)


이름 그대로 지정된 주차장에 있는 차들을 공유해서 쓰는 것이다. 시간 단위로 예약해서 쓰고 다시 갖다놓으면 된다. 아무래도 렌터카와 다른 점은 렌터카는 하루 단위로 빌려야하지만, 카쉐어링은 잠깐 어디 빨리 다녀와야할 때 한 시간만 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시간이 짧으면 요금도 무척 싸다. 지금 가격으로, 아반떼를 빌려서 3시간동안 일을 보고 반납하면 약 18000원이면 된다(그린카 기준). 그렇다고 24시간 빌리면 3시간의 8배 가격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24시간 빌리는 가격은 1시간 빌리는 가격의 24배가 아니라 10배 정도로, 길게 빌리면 시간당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에 합리적이다.(1시간 빌리는 데 6천원 정도라면, 24시간을 빌리면 6만원 정도다.)


이용방법도 매우 편리하다. 가입이 되어있고, 카드만 갖고 있다면(쏘카는 카드도 없어도 되는 거 같다.) 스마트폰으로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혹은 해당 어플을 켜고 바로 주변 주차장에 이용가능한 차량을 검색해 몇시에서 몇시까지 쓸 것인지 즉석예약을 하고나서, 바로 그 주차장에 가서 카드로 문을 열고 쓰면 된다. 스마트폰 어플로 원거리에서 스마트키처럼 차량문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요금은 처음 예약할 때 보여주고, 다 쓰고 나면 알아서 카드에서 결제된다.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갔을 때, 그 도시까지 갈 때는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고, 그 도시에서 업무를 돌아다니면서 볼 때는 카쉐어링을 이용해 몇 시간만 차를 빌려서 타고 다시 그 도시에 반납하고 돌아오는 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니면 집에 차가 있지만, 가족 중 한 명이 오늘 차를 타고 나갔는데 나도 차가 필요할 때 이용할 수도 있다. 그린카에는 소형차에서 꽤 큰 차까지도 갖고 있어서 저렴하게 소형차를 이용할 수도 있고, 큰 차가 필요할 때는 큰 차를 쓸 수도 있다. 하이패스나 내비게이션, 블랙박스도 다 설치가 되어있다고 한다.


그린카는, 확실치 않지만, 처음부터 서울 쪽에서 전국적으로 시작을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쏘카는 제주도에서 처음 시작되어 지금 서울 쪽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도에 가서 차를 쓸 일이 있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쏘카를 알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 서울 쪽에서는 두 곳 다 여러 곳에 주차장이 있는데, 지금 느끼기로는 그린카가 더 싸고, 차 종류도 여러가지다. 사실 지금은 양쪽 다 연회비없이 무료로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곳 다 가입해놓고, 자신이 쓰고 싶은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장을 갖고 있는 업체를 이용하거나, 가격과 자동차 종류를 비교해보고 이용해도 될 거 같다. 그런 이유로 나도 두 곳에 다 가입을 하고 카드도 받은 것이다.


한가지 정말 아쉬운 것은, 아직 편도로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서비스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언제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 주차장에서 빌렸으면 꼭 그 주차장에 다시 돌아와서 반납을 해야한다. 내가 가입할 때 상상했던 것은, 아무 곳으로나 편도로 가져다 쓰는 건 어려워도, 그린카 주차장에서 빌린 다음 다른 그린카 주차장에 반납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하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 체제에서는 아무래도 어렵나보다. 


회원가입을 하면 별도의 요금 전혀 없이, 우편으로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카드번호를 입력하면 회원가입이 완료된다. 딴 지 1년이 넘은 면허증이 있어야하고, 회원가입시 입력을 해야한다. 또한, 회원가입할 때 결제할 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나중에 이용을 하고 나면 이때 입력한 카드에서 요금이 알아서 빠져나간다. 카쉐어링! 내 차가 없어도 차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사이트에 가면 우리 동네에도 필요해요! 라고 해서 주차장 설치를 신청하는 란이 있다. 얼마나 되어야 설치를 해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린카에는 수원 천천동 설치를 신청한 사람이 5명이 넘길래 나도 하나 더 보탰다. 5년이나 10년 뒤엔 정말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차를 안 사고 필요할 때만 이용하면서 사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차를 소유하는 것은 단순히 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그 비싼 차 가격에 더해 유지비, 관리비, 세금 등을 생각하면 카쉐어링으로 아낄 수 있는 돈은 상당하다.

그린카: http://greencar.co.kr/ 

http://blog.naver.com/greencar_fan/

https://www.facebook.com/greencarkorea

쏘카: http://www.socar.kr/

http://socar.tistory.com/

https://www.facebook.com/socarsharing



카쉐어링과 같이, 서로 나눔을 통해 서비스를 얻는 것을 공유경제라고 하고, 그린카와 쏘카처럼 그런 공유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공유경제 기업이라고 한다. 어디까지가 공유경제에 들어가느냐는 것은 좀 애매한 문제이긴 하지만, 카쉐어링은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 중 하나다. 요즈음 박원순 시장님의 관심으로,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공유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아이디어를 받아(http://wikiseoul.com/) 선정되면 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각종 행사도 열고 있다.


이 외에도 함께 밥을 먹자는 소셜다이닝 집밥(http://www.zipbob.net/),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는 위즈돔(http://www.wisdo.me/index.do)

작아진 아이 옷을 나누자는 키플(http://www.kiple.net/),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서로 집의 공간을 조금씩 빌려주고 빌려쓰자는 에어비앤비(https://www.airbnb.co.kr/), 

안 읽는 책들을 보관해주고, 그렇게 모인 책들을 온라인으로 서로 빌려주고, 빌려보자는(본인은 오직 택배비만 부담) 국민도서관 책꽂이(http://www.bookoob.co.kr/), 

몇번 입고 안 입는 면접용 정장 비싸게 사지 말고 빌려쓰자는 열린옷장(http://theopencloset.net/), 

집에서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자신도 텐트 등 자주 쓰지 않을 물품같은 건 사지 말고 필요할 때만 빌려서 쓰자는 원더렌드(http://wonderlend.kr/main/main.html등 

공유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이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다. 수업 끝나면 보지도 않는 대학 교재들을 공유하자는 아이디어 전공책 도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본 적 있다.


이러한 공유경제 기반의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생활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몇번 쓰지도 않을 물건을 비싼 돈을 주고 사야하고, 나중에는 그것들이 집안에 쌓여서, 아까워서 버리진 못하지만 결국엔 몇 년을 먼지만 뒤집어쓰고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지 않는가. 그런 일들, 즉 낭비가 줄어들고 집에도 불필요한 물건들 때문에 어지러울 일이 줄어들 것이다필요할 때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 또는 경험과 지식, 지혜까지 큰 돈 들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소유'하지 않고 '이용'하는 시대로 점점 갈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꼭 내 것이 아니어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아서 큰 돈도 안 들이고 깨끗하게 돌려준단 조건으로 쉽게 빌릴 수 있다면? 내가 듣고 싶은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내가 어떤 일을 해야하는데 그 일을 경험한 사람의 팁같은 걸 들을 수 있는 만남을 어느 사이트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면? 공유경제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