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92

뜬금없는 여행, 세번째 이야기.

선배네 집에서 묵기 위해 원래 가려던 경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지점까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죽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간 뒤, 어제 걸어왔던 그곳에서부터 가려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38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지나가다가 본 광경. 이걸 뭐라고 부르지? 내 머릿속에는 '나무밭'이라는 생각밖에 안 떠올랐다. 나무도 이렇게 대량으로 모아서 키운다는 게 뭔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선배 어머님께서 아침에 챙겨주신 곶감을 길 가다 휴게소에서 먹었다. 점심식사를 할 거리가 별로 없었기에. 흙도 거의 없는,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끝끝내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다. 드디어, 충청북도! 좀 감동적이었다. 무슨 국경을 넘는 것도 아닌데, 드디어 경기도를 벗어났다는 것이 내심 뿌듯. 뭘까? 검게 씌워놓은 것은 많이..

일상/2013~2019 2013.06.25

뜬금없는 여행, 두번째 이야기.

철물점을 여시는 맹리 이장님과 만나게 되어,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고, 커피를 한잔 얻어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침에 걸을 때가 제일 좋았다. 몸도 가뿐했고, 날씨도 아직 선선하고 상쾌했다. 그렇게 아침을 걷고 있는데,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나오셔서 도로 옆에도 뭔가를 심고 계신 할아버지. 아래쪽은 속살을 다 드러낸 언덕 위에 소나무들이 마치 까치발을 든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왠지 조금, 서글퍼졌다. 페인트를 파는 곳인 것 같은데, 저 벽에 칠을 하다가 만 것 같은 페인트는, '디자인'인 걸까? 빨래집게들이, 알록달록하고 예뻐보였다. 화물차들이 무서운 기세로 지나다니는 국도의 갓길은, 달팽이들의 천국이었다. 수도없이 많은 달팽이들이 기어다니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힘차게 내딛던 발걸음이 ..

일상/2013~2019 2013.06.21

뜬금없는 여행, 첫번째 이야기.

뜬금없이, 여행을 갔다.걸어서 부산까지 - 라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5박 6일의 여행을 마치고 경북 문경에서 돌아왔다.6월 11일 화요일 새벽부터, 6월 16일 일요일 돌아오기까지. 걸었던 이야기, 그리고 만난 사람들 이야기. 시작. 첫날은 집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갑작스럽게 짐을 싸고,(아버지께 이때 여행간다는 걸 처음 말씀드렸다. 하긴 나도 고작 이틀 전에 결정한 거니까, 뭐.) 출발했다. 짐 싸는 데 아버지께서 도움을 주셨다.최후의 아침을 먹고, 건빵 3개짜리 묶음과 초코바 4개, 생수 한 병과 일회용 우비를 샀다. 이 날은 걷는 내내, 아직 잘 실감이 안 났다. 수원은 어찌나 큰지, 걸어도 걸어도 계속 수원이더라. 그동안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갔던 수원역, 수원버스터미널이 나오고, 더 지나니..

일상/2013~2019 2013.06.18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8 -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이 밝았다. 마치 늘 그래왔던 것마냥 자연스럽게 호흡명상을 하고, 이불도 갰다. 어젯밤엔 2분 스피치 콘서트를 새벽까지 준비하느라 얼마 못 주무신 분들도 있었다. 아, 정말 이것도 마지막이라니. 3박 4일이 짧게만 느껴지는 순간.아침밥 먹을 때부터는 그런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평소보다 빠르게 청소명상을 하고, 진짜진짜 편했던 옹달샘 복장과도 결별을 고하고 입고 왔던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고, 짐도 옮겨놓아야 했고, 2분 스피치 콘서트에 나갈 준비까지 해야 했다. 옷 갈아입은 사람들을 보니, 왠지 그동안 함께 지냈던 모습이 아니라서 어색하기도 했다. 다른 분들만큼 준비를 많이 하지 않기도 했고, 조별로 할 때보다 사람이 많아서 더 떨기도 했던, 2분 스피치 ..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7 -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강렬한 경험으로 남아있는, '춤명상' 시간이었다! 아아, 진짜 몸치라서 어디 가서 춤 추고 이런 일은 거의 해본 적도 없고, 부끄럽다. 그런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불을 꺼주셨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처음에 서서히 흔들다가, 나중에는 완전 광란의 도가니. 그렇게 리듬에 맞춰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클럽 가서 스트레스 푼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런 느낌을 좀 갖고 있는 걸까?깊은산속 옹달샘에서, 솔직해지는 법. 내 몸에 솔직해지고, 내 마음에 솔직해지고, 내 아픔에 솔직해지고, 내 꿈에 솔직해지는 법들을 계속 배운 것 같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던,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기억들을 잊지 않고, 일상에서도 계속..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6 -

걷기명상까지 끝난 뒤, 점심을 먹고 '오수명상'을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낮잠시간! 왠지 모르게 '통나무명상' 시간만큼 졸음이 쏟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잘 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니, 드디어 마지막 2분 스피치 선수 선발 시간이 됐다. 이번에는 연령별로 세 개의 조로 나누어서 발표를 하고, 그 중 1인 5표씩 찍어서, 조별로 내일 토크콘서트에서 2분 스피치를 할 선수를 뽑는 시간이었다. 나는 스물넷부터 스물여덟 정도까지 있던 가운데 조에서 발표를 했다. 발표장소는 역시 링컨학교. 옹달샘에 있는 카페! 한번도 못 가보았다는 생각에, 낮잠을 자고 마지막 조별 발표 전에 '1초 김수현'친구와 놀러갔는데, 시작까지 20분도 안 남은 상태에서 가는 바람에 급하게 먹어야 했다. 흑흑. 도토리 와플을 와구와구..

작은책 5월 강연 뒷이야기 - 오건호,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

* 5월 23일 목요일, 월간 작은책에서 들은 강연의 뒷이야기입니다. 1월과 2월, 작은책 강연을 두 번 들어보았는데, 두 번 다 몹시 좋았다. 이제 꼬박꼬박 들으러 가야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그랬는데, 바로 일이 생겼다. 3, 4월달에 들었던 수업과 요일이 겹쳐 못 가게 된 것이다. 어찌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기다리던 5월, 드디어 요일이 겹치던 수업이 끝이 나서, 냉큼 달려갔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고등학생 때 처음 했다. 그 전까진 능력이 있으면 잘 살고, 능력도 없고 게으르면 못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과학고에 진학해 똑똑한 아이들 사이에서 성적을 받아보니, 이게 뭔가 싶더라. 그제서야 왜 공부를 해야하는 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하..

일상/2013~2019 2013.06.06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조송희 님께서 찍어주신 사진이 올라왔네요.

조송희님의 사진 보러가기 - http://www.godowoncenter.com/board/gocboard.goc?id=main_Story&no=12059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니까, 참 행복했던 캠프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또 가고 싶은, 좋은 주파수로 가득했던 빛청캠프. 고도원님, 이런 소중한 꿈을 꾸고 이루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사진 찍어주신 조송희님 고맙습니다. 저희를 위해 고생해주신 아침지기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몸을 살리는, 맛있는 음식을 해주신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은 주파수를 가득가득 담아서, 내내 주었던 빛나는 청년 분들.. 진짜 고맙습니다. 그 꿈들이 모두 이루어지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워질까, 기분좋은 상상을 합니다. 함께한 모두 덕분에 제 꿈도 자신있게 ..

여성주의 저널 일다 10주년 기념 심포지엄, "여성주의와 기록" 뒷이야기.

전주에서 여성주의 저널 일다(http://ildaro.com/)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신청해서 다녀왔다. 1박2일 일정으로 신청했고, 지난 5월 25일 토요일에 전주로 내려갔다.전주에 갔더니, 버스 정류장과 공중전화 박스도 이런 지붕들을 얹고 있었다. 여유있게 도착했는데, 시민 놀이터를 못 찾아 길을 좀 헤맸다.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해서 겨우겨우 찾아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헤매다 드디어 찾았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시작하기 전에 찍어보았다. 귀엽고 맛있는 떡도 준비해주셨다!시작 전에 일다에서 '스무살 여연의 공상밥상'을 연재하고 있는 필진 여연 님의 클래식 기타 공연이 있었다. 일다에서 여연 님의 '학교 밖 십대로서 마지막 해를 보내며' http://ildaro.com/s..

일상/2013~2019 2013.06.03

[출판 이야기] 서점으로 가기 전 책들의 집결지, 물류창고 여행기!

그 이름도 유명한, 날개물류 - 물류창고에 가다! 5월 24일 금요일, 진회의 뒷이야기샨티 식구들(곤스 선배는 빠졌다.ㅠㅠ)과 함께 파주까지 차를 달려 찾아온 책들의 집결지, 물류창고!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을 좌-우로 연결시켜보면 대략 들어가는 곳에서 보이는 모습. 아래 사진에는 책이 나와서 차에 실리는 많은 문들이 보인다. 거대한 트럭들과 책을 옮기는 지게차들이 여기저기 있었다.)(정면에서 왼쪽으로 빙 돌아온, 왼쪽 옆면에서 찍은 사진. 위 두 사진을 이어붙인 것을 건물의 '길이'라고 보면, 이 사진에서 보이는 건 건물의 '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마저도 다 보이게 찍히지도 않았지만.)사진으로 잘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거대한 건물이었다. 들어가기도 전부터 얼마나 많은 책을 보게 될지 설렜다.1..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5 -

오늘 오전에, 동네 뒷산에 올랐다. 체력을 기르러 간 것이 아니기에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 산에서 만난 그 누구보다도 천천히. 그렇게 걷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빛나는 청년' 캠프에서 했던 '걷기명상'이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걸었던 그 길. 징소리가 나면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서 숲내음과 새소리와 온갖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을 느껴본 그 순간들. 징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오늘도 잠시 멈춰서서,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는 듯한 바람도 느꼈다.그러다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후기를 더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돌아오는 걸음은 좀 빨라졌다. 고도원님은 걷기명상이 삶을 바꾼 것들 중에 하나라고까지 말씀하셨다. 나도 혼자 뒷산을 걸으면서, 마음에 힘..

5월 4주 <반디 & View 어워드> 에 리뷰 선정되다.

참고로 매주 선정작은 반디앤루니스 책과 사람 페이지(http://www.bandinlunis.com/front/bookPeople/awardReview.do) 와 다음 파트너 view 베스트 페이지(http://v.daum.net/news/award/weekly)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 두 주소에 들어가서 5월 4주를 보면 사진처럼, 를 읽고 쓴 내 리뷰가 뜬다. 선정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적림금 준다고 안내문이 와서 알았다.뭐 크게 대단한 건 아닌 거 같지만, 블로그하다보니(아직 티스토리로 옮긴지는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나름 뿌듯하고 기쁘다. 에헤라디야~선정된 리뷰 보러가기 2013/05/23 - [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위한 생각] - , 김소연, 이선옥,..

일상/2013~2019 201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