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출판 이야기

[출판 이야기] 서점으로 가기 전 책들의 집결지, 물류창고 여행기!

참참. 2013. 6. 2. 22:42

그 이름도 유명한, 날개물류 - 물류창고에 가다!
5월 24일 금요일, 진회의 뒷이야기

샨티 식구들(곤스 선배는 빠졌다.ㅠㅠ)과 함께 파주까지 차를 달려 찾아온 책들의 집결지, 물류창고!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을 좌-우로 연결시켜보면 대략 들어가는 곳에서 보이는 모습. 아래 사진에는 책이 나와서 차에 실리는 많은 문들이 보인다. 거대한 트럭들과 책을 옮기는 지게차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정면에서 왼쪽으로 빙 돌아온, 왼쪽 옆면에서 찍은 사진. 위 두 사진을 이어붙인 것을 건물의 '길이'라고 보면, 이 사진에서 보이는 건 건물의 '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마저도 다 보이게 찍히지도 않았지만.)

사진으로 잘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거대한 건물이었다. 들어가기도 전부터 얼마나 많은 책을 보게 될지 설렜다.

1층에는 출판사에서 오는 손님들을 위한 이러한 공간도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앉아있으니 커피도 타주시고, 담당하시는 직원 분들께서 오늘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있는 샨티 책들의 목록, 수량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우리가 물류창고에 갔던 이유는, 전산재고와 실제로 있는 재고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폐기로 분류된 책들을 확인해서 최종적으로 폐기할지 본사출고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진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쌓여 있었는데, 이건 뭐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사진으로 보시라.


책들이 쌓여있는, 철제 구조물에서 책들이 들어가는 칸을 '렉'이라고 부른다. 렉은 일반렉과 하이렉으로 구분이 되어있는데, 일반렉은 위 사진들에서 5단(5층) 짜리이고, 하이렉은 맨 아래 사진에 보이는, 10단짜리이다. 10단의 높이는 11m 정도 된다.
아래에서 두번째 사진을 보면 왼쪽에 145, 144 이런 숫자가 붙어있는 곳들이 일반렉이고, 오른쪽에 243, 244와 같은 숫자들이 붙어있는 곳들이 하이렉이다. 하이렉 쪽의 구역이, 건물 천장이 더 높다. 사진을 아주 자세히 보면 오른쪽 하이렉 구역 천장이 위로 더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렉이든, 하이렉이든 높은 곳에 있는 책을 꺼내려면 지게차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지게차를 타고 올라가는 건 놀이기구 타는 것처럼 재밌었다. 그렇지만, 그 일을 하려면 지게차 자격증은 당연히 있어야하고,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경력이 없으면 운전대를 잡기 어렵다고 한다.

일반렉에서 내려와서, 후진으로 하이렉 구역으로 들어간 뒤, 7단 정도까지 올라간 동영상이다. 일반렉 높이를 넘어갔을 때 조명이 가려져 어두워졌다. 정작 최고 높이인 10단에는 나중에 반지 누나가 올라가게 됐다. 그 밑은 하이렉 7단에서 내려오는 영상, 마지막은 지게차로 책들을 꺼내서 센 뒤 다시 렉에다 넣을 때의 영상이다.

물론, 심심풀이로 지게차를 탄 것은 아니고, 재고를 세려고 탄 것이다. 백이나 천 단위의 재고는 대부분 렉에 있고, 보통 수십 권 정도의 재고가 중량고에 있다. 그 외에 반품도서나 파본이나 재생불가로 폐기할 도서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

중량고는 일반적으로 매일 들어오는 소규모의 책 주문이 왔을 때 신속하게 바로바로 책을 찾아서 내보내는 곳이다. 그렇게 내보내다가 중량고에 있는 도서가 다 떨어지면 렉에서 그 책을 찾아서 다시 중량고로 어느 정도 옮겨놓는 것이다.

중량고에 있는 책도 재고 파악의 대상에 포함이 되기 때문에, 중량고에 있는 샨티 책들을 함께 세고 계신 모습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효율상 당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자주 나가는 많이 팔리는 책들은 일반렉의 1단에 두어서 중량고의 책이 다 떨어졌을 때도 지게차를 타고 올라가고 할 필요없이 바로바로 꺼낼 수 있게 둔다고 한다. 하이렉의 10단 이런 곳에는, 아무래도 꺼낼 일이 거의 없는 책들을 올려놓는 것이다.

아래는 반품도서들이 들어오는 서가이다. 여기는 알파벳 R이 붙어있고, 출판사 이름이 다 붙어있다. 여기서 반품도서와 폐기할 도서들도 갯수를 세고, 쌓여있던 책들을 다시 분류해서 완전히 폐기할 것과 본사로 출고시킬 것을 고르는 작업을 했다.

제일 아래에 있는 사진은, 폐기로 분류된 책 가운데 읽는 데는 지장이 없는 비교적 깨끗한 책들을 가져가서 보려고 골라놓은 것들이다. 나한테 없는 샨티의 좋은 책들이 조금 망가지고 더럽혀져서 이렇게 폐기가 된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 아까워서! 허락을 받고 잔뜩 골랐다. 욕심이 과해서, 너무 많이 고른 나머지, 아직도 열 권은 출판사 사무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특히 <내 나이가 어때서?>가 진짜 읽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겨 얻게 됐다. 가져오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다 읽었는데, 정말 재밌었다. 다음에 쓰신 책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도(이 책은 사실 내가 회원일 때 나온 책이라서 이미 받았는데, 내가 읽기 전에 동생이 가져가서 읽고 너무 좋다면서 아는 사람 빌려줬다.) 틈만 나면 읽으려고 옆에 놓아두고 있다.

반지 누나도 아깝다며 옆에서 몇 권 골랐다. 이때 우리가 고른 책들이 상당히 깨끗했던 나머지, 함께 작업했던 평화 대표님이 이 책들이 왜 폐기로 분류되어 있는 건지 의구심을 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아래는 지게차를 탄 반지 누나, 반지 누나를 태우고 10단 최고높이까지 올라가는 지게차 사진이다.

정말 무진장 높았다. 살면서 가장 많은 책을 본 날이었다. 물론 책을 읽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 그냥 '본' 날.
책 15권을 얻어서(완전 새책은 아니지만, 무료로 갖고 싶은 책들을 고르는 기분이란. 아하하.) 뿌듯하기도 했고, 폐기되는 책들과 좋은 책인데 안 팔려서 천 권 이상의 재고가 쌓여있는 책을 보면서 슬프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책들이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체계적이지 않으면 그 많은 책들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긴 하다만. 책먼지나 책냄새도 생각보다는 많이 느끼지 못했다.

결론. 말로만 듣던 물류창고, 이런 곳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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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0 - [내가 바라는 일상/출판 이야기] - [출판 이야기] 책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질까? 첫 인쇄소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