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출판 이야기

[출판 이야기] 책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질까? 첫 인쇄소 여행기!

참참. 2013. 5. 10. 10:52

3월 25일 월요일. 출판사에 놀러다닌지도 어느덧 두 달 남짓, 드디어 책을 실제로 종이에 찍어내는 인쇄소 첫 여행을 가게 됐다. 늘 출근하던 시간에 오니 벌써 다들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다. 첫 여행에 대한 설렘도 잠시, 인쇄소로 가는 차 안에서 쿨쿨 잠이 들어버렸다. 깨니 어느새 도착해있더라.


이날 인쇄한 책은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라는 책이다.

2013/05/10 - [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사는 이들] - 강성미,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 잘 먹고 잘 살던 한국생활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아가다

 

 

처음 느낌은, '웬 컨테이너들?' 이었다. 조립식 건물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공장 느낌의 인쇄소였다. 인쇄소 옆으로는 제본을 해주는 제책사 건물들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종이들이 묵직하게 잔뜩 쌓여 있고 두 대의 기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 대는 일제 기계로 표지인쇄용, 한 대는 독일제로 본문인쇄용이라고 한다.

 

 

 

 

 

종이들은 지게차로 옮겨지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거대한 종이뭉치들.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잠깐 있었는데 그동안 2층에 있는 공간에서 소부판 만드는 작업을 구경했다.

처음 왔다고 하니 작업하시는 분께서 친절하게 필름으로 소부판을 만드는 과정과 원리에 대해 설명도 해주셨다.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이 소부판이란 것이 실제로 인쇄기에 들어가 종이에 찍어낼 때 쓰이는 판이다.

그러니까, 출판사에서 작업한 컴퓨터파일->필름->소부판->종이에 인쇄 의 과정을 거쳐 실제 잉크가 찍힌 책의 페이지들이 나오는 것이다.

필름을 소부판으로 만드는 과정은 우선 새 소부판(알루미늄 재질이라고 한다. 녹색빛이었다.)을 기계에 넣고 작업하려는 필름을 넣은 뒤 빛을 쪼인다. 그런 뒤에 이 소부판을 기계에 넣으면 맨 마지막에 말리는 과정까지 거쳐 나온다. 이 과정은 우리가 일반카메라의 필름을 사진으로 인화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의 같은 과정이라고 한다. 그럼 소부판에는 필름에서 글자나 사진이 있어 그 빛을 막아준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하얗게 벗겨진다(나머지 부분이 다 조금씩 파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필름과 같은 무늬가 소부판에 새겨진다(사진처럼 찍힌다).

실제로 보니 간단하면서도 신기했다.

 

소부판 만드는 과정을 다 보고 난 뒤, 원래 온 목적인 '인쇄감리'를 위해 다시 내려왔다.

인쇄감리라는 것은 표지나 본문이 우리가 원하는 색대로 잘 인쇄가 되는지 확인하고, 의도했던 색과 다르게 나온다면 조정을 요청하여 최종적으로 어떤 색으로 인쇄를 해달라고 확정짓는 일이다.

 

 

 

표지와 본문에 대한 인쇄감리를 보는 곳,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인쇄감리를 할 때는 우리가 출판사에서 미리 이것들이 실제 어떤 색으로 종이에 인쇄될지 알아보기 위해 뽑아본 인쇄교정지와 견본 표지들을 가져간다. 출판사에서 이미 원하는 색으로 조정을 하여 종이에 뽑아본 색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과 비교를 해가며 더 나은 색이 나오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조절하는 방법은 4도(먹, 청, 적, 황의 네가지 색) 인쇄에서의 각 색깔의 강도라고 해야할지 비율이라고 하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청을 더 올려달라거나 적을 빼달라거나 하는 식으로 요청을 하면 기계를 조정해주시고, 다시 인쇄된 것을 보면 같은 사진이나 그림이어도 전체적인 색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솔직히 표지에서 색을 열 번 가까이 조정을 할 때는 뭐가 달라지는지 잘 구분이 안 갔다. 내가 보기에는 앞의 것과 뒤의 것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디자이너님은 뭔가 다르다고 하시니. 허허허.

하지만 본문에 쓰인 사진에서 빨간 색을 올렸을 때 확 차이가 나게 색이 바뀌는 것을 한번 느꼈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가장 우리의 의도에 맞고 독자들이 보기에도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위에 보이는 돋보기같은 것은 루페라고 한다. 번역하면 확대경이라는데 현장용어로는 다들 루뻬(루페)라고 하나보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루페를 통해 보면 망점(망 스크린 또는 콘택트 스크린을 사용하여 망촬영해서 얻은 연속 농담의 크고 작은 점이라고 백과사전에 나온다.)이 보여서, 어떤 색들이 섞였는지 알 수 있다는데, 사실 난 잘 안 보였다. 흑흑.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의 표지는 4도 인쇄에 연두색 별색이 하나 더 들어갔다. 그래서 총 다섯 개의 필름, 다섯 개의 소부판, 다섯 개의 인쇄기 색깔이 들어갔다. 인쇄기 위에서 촬영한 각 인쇄기 부분의 잉크색깔. 가장 아래 사진부터 위로 가는 순서로 종이에 찍혔다. 먹, 청, 적, 황, 별색 순서로.


 

 

마지막에 다 인쇄된 종이가 나와서 쌓이는 부분. 굉장한 속도로 인쇄된 종이가 쌓인다. 1초에 두 개는 쌓이는 듯. 여기에 몇 천장이나 되는 종이가 쌓인 뒤에 그 종이를 뺀다.

 

 

끌어보지 않았지만 정말 무지무지하게 무거워보였다.

 

 

맨 앞에서는 이렇게 종이가 한장씩 빠른 속도로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소부판들이 한켠에 쌓여 있는 모습. 그리고 소부판은 인쇄기 안에 있는 빙빙 돌아가는 원통에 끼워진다. 그 원통에 소부판이 끼워져 빙빙 돌아가는 모습인데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가 않는다.

 

인쇄소 여행기는 이 정도로 마치려고 한다.

우리가 매일 모니터를 통해서, 교정지를 통해서나 보던 원고가 어떻게 진짜 책으로 인쇄되는지 드디어 직접 목격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참 신기하고, 또 규모가 참 컸다.

인쇄소 안에는 잉크 냄새인지 약품 냄새가 많이 났다. 종이가루도 알게 모르게 많이 날린다고 한다.

잠깐 있던 나도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거기서 계속 일하시는 기장님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런 점도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아래는 보너스 컷. 인쇄소 옆의 제책사에 쌓여 있던 거대한 책으로 묶일 뭉치들, 그 종이들을 실을 이용해 책으로 엮는(양장본) 기계. 인쇄소 앞에 있던 고양이과 제책사 앞에 있던 개.

 

 

 

 

 




* 이 글은 2013년 3월 26일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