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빛나는청년 힐링캠프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5 -

참참. 2013. 6. 2. 13:59


오늘 오전에, 동네 뒷산에 올랐다. 체력을 기르러 간 것이 아니기에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 산에서 만난 그 누구보다도 천천히. 그렇게 걷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빛나는 청년' 캠프에서 했던 '걷기명상'이 떠올랐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걸었던 그 길. 징소리가 나면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서 숲내음과 새소리와 온갖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을 느껴본 그 순간들. 징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오늘도 잠시 멈춰서서, 마음까지 시원하게 하는 듯한 바람도 느꼈다.

그러다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후기를 더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돌아오는 걸음은 좀 빨라졌다. 고도원님은 걷기명상이 삶을 바꾼 것들 중에 하나라고까지 말씀하셨다. 나도 혼자 뒷산을 걸으면서, 마음에 힘을 얻었던 경험이 있다. 혼자 천천히 걸으면서, 벤치에 앉아서 혼자 곰곰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특별한 결론이 나온 것도 아닌데 편안해졌었다. 걷기명상은 우리를 '지금 이 순간'에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몸은 지금 여기에 있으되 마음이나 정신은 과거나 미래에 가있을 때가 너무 많다. 그것이 우리를 불행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 같다.

어제 등산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렇다고 했더니 왜 좋아하냔다. 그러고보니 왜 좋아하는건지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답하기 위해 고민해봤다. 그렇게 나온 대답이, '아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서'라는 거였다.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얼마 전 강신주 선생님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정신을 지금 여기로 데리고 와서 몸과 하나가 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되는 순간으로 테니스 칠 때를 예로 드셨다.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면서 날아오는 공을 제대로 받아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난 테니스는 제대로 쳐본 적이 없지만, 탁구는 좋아한다. 탁구 칠 때를 떠올려보면, 공이 빠르게 넘어오니까, 생각하고 자시고 할 시간도 별로 없다. 몸이 기억하는 자세와 동작에 나를 맡기고, 생각은 아주 최소한으로 줄여야한다. 치는 도중에 어떻게 어떻게 쳐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 공은 어김없이 땅에 떨어진다. 내가 있는 힘껏 쳐서 넘긴 공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돌아오는 순간을 사랑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그 찰나에 내가 이전까지 했던, 몸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동작과 자세를 끌어내면서, 그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움직여야한다. 그땐 정말 순수하게, 이 공을 다시 네트 너머로 넘겨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다. 거기엔 특별한 이유도, 논리도 없다. 그저 즐겁다. 그런 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걷기명상에서 나무 하나를 골라 오래도록 바라보고, 마음 속으로 그려보았다. 그때 온 몸과 마음에 가득 차오르던 그 숲의 모습, 소리, 냄새, 느낌이 다 합쳐진 그 기운들이 떠오른다. 내가 바라보던 나무를 마음 속으로 가만히 그려보면서,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진동하던 정신을 지금 여기로 데려왔었다. 그때, 그 나무와 숲은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떨어지는 빗방울마저 상쾌하고 기분좋았다.

걷기명상 사진 보러가기 http://blog.naver.com/steve011/60193104802


걷기명상은 셋째날에 했는데, 셋째날 일어나자마자 했던 힐링무브먼트도 재밌었다. 아, 처음에 둘씩 짝지어서 앉으랬는데, 옆에 있던 것이 '1초 김수현' 친구였다. 후회했다. 여자분이랑 앉았어야 했는데! '1초 김수현' 친구와 함께 앉고 싶었던 여자분도 있을 수 있는데, 그 기회도 뺏은 셈이고. 너무 가벼운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생길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사실 이번 캠프에서 좋았던 것 가운데 하나가 아리따운 여자분들이 아주 많았다는 거다. 아하하하. 물론, 아주 잘 생기고 다재다능한 남자분도 많았지만 일단 절대적인 숫자가 남자가 적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처음 안마해주는 시간부터 아침지기님께 '거기 두번째 줄은 남자만 다섯 명 앉아서 그런가 표정이..' 뭐 이런 소리를 들었다. 그 이후부터는 반성하고 위치선정에 노력을 기울였는데, 힐링무브먼트 때 또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그건 그렇고, 둘이서 손가락을 맞대고 원을 그리고 나무를 그리는 시간이 기억난다. 한 명이 움직이면 다른 사람은 그 손가락을 그대로 따라가라고 하셨다. 난 분명히 친구가 움직이길래 따라서 움직였다. 나무 이상하게 생겼다고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진짜 웃겼던 건, 끝나고나서 친구랑 얘기하다보니, 얘도 내 손가락을 따라서 움직였다는 거다! 말도 안돼, 그럼 우리가 그린 원이랑 나무는 대체 누가 그린 것이란 말인가. 어쩐지, 나무 옆에 구름도 그리라고 하시는데 계속 나무만 그리더라니!


아침 먹고 나서는 웃음명상을 했는데, 와, 진짜 미친듯이 웃었던 것 같다.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는 박수로 인사를 하면서 시작했는데, 얼마나 전투적으로 했으면 다들 손이 빨개지고, 땀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고는 앉아서 대책없이 웃는데, 처음엔 약간 일부러 웃다가, 진짜 웃겨져서 웃다가, 나중엔 그냥 정신없이 웃었다. 양 옆에 있던 여자분들께서 웃으면서 때리고 밀어서 원 안으로 내던져지기도 했다. 그것마저 웃겼다. 게다가 진행을 어찌나 열정적으로 하시던지, 마이크도 감당을 못하겠는지 막 꺼졌다. 서로 찌르고 간지럽히기도 하고, 다같이 옆으로 벌러덩 넘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박수 치면서 한참을 웃고 나니까, 막 즐겁게 살 수 있을 거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도 이 글 쓰면서 혼자 노트북 앞에서 킥킥대면서 웃고 있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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