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빛나는청년 힐링캠프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3 -

참참. 2013. 5. 31. 09:37



(정말 보여주고 싶던 밥 사진을 드디어 찾았다. 이 사진에 나오는 메뉴는 지금 이야기하는 둘째날 점심은 아니지만. 참고로, 이 사진은 셋째날 저녁인데, 진짜 최고였다.)

점심은 맛있는 비빔밥이었다! 아침에 모험에 가까운 산책을 하고나서 가벼운 아침식사를 한 덕분인지, 몹시 맛있었다. 과식에 가까운 식사였다. 점심 때는 우리 조가 '설거지명상' 조였다. 전날 저녁에 1조가 하고, 아침은 청소명상 구역이 식당인 조가 하는 걸 보았었다. 밥을 좀 늦게 먹었더니, 설거지는 벌써 다들 자리를 잡고 하고 계셨고, 방황하는 우리 몇몇은 아침지기님을 따라 저녁식사를 위한 테이블 세팅을 하게 됐다. 상을 다시 한번 닦고, 밥, 국그릇과 숟가락, 젓가락만 가지런히 놓으면 되는 일이었다. 셋이서 했는데, 진짜 웃긴 건 한참을 하다보니 밥그릇과 국그릇을 거꾸로 놓고 있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셋 다 그렇게 놓았다. 아하하하. 다시 돌아다니면서 밥, 국그릇 자리를 바꿔놓아야했다는 뒷이야기.

그 다음 프로그램은 '통나무명상'이었다. 
'통나무'사진과 명상법 - http://www.cconma.com/Cconma/openMarket.fmv?cmd=productViewDetail&pcode=P002018000-000743

통나무명상에 대해 이야기해본 빛청 참가자들 모두 공감했던 이야기가 있다. 진짜 완전 대박 졸렸다는 것. 근데 딱 잠이 들락말락, 정신줄을 놓을락말락할 때 다음 동작이 이어져서 잠을 못 잤다는 것. 코 골면서 주무신 분이 계셨는데, 나를 포함해 마지막 정신줄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동작을 따라한 빛청들에게 웃음과 부러움을 동시에 선물해주셨다.

그 뒤엔 오전에 처음 작성하기 시작했던 '2분 스피치'를 조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조는 나중에 선수로 선발되면 발표하게 될 바로 그 링컨학교 건물에서 조별 발표를 했다. 2분 스피치랍시고 썼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썼던 내용을 지우고 지웠는데, 충격적이게도 4분 14초가 나왔다. 조원 한명이 발표하고나면 칭찬해주기를 했는데, 진심이 느껴지고 재밌었다고 해주신 분이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됐다.

이 2분 스피치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하게 된 생각이 있다. 과학고 진학과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로 인해, 내가 책과 무척 친해지게 됐다는 생각이다. 스피치에서는 줄여서 얘기하다보니, 마치 늘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을 테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늘 그 사건들이 내 삶을 망가뜨리고, 나에게서 뭔가를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다.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는 없지만, 과학고를 안 갔다면 더 좋았을거야. 아버지가 계셨다면 이런 일도 같이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과학고에서 자유를 억압받고, 공부밖에 못하게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생각도 많이 한다. 지금도 '학벌없는사회'의 회원이다.

분명 그랬는데, 2분 스피치를 해야해서 지난 일을 되돌아보며 곰곰 생각해보니, 그게 내게 책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준 것이었다. 정말로, 과학고가 아니고 내게 자유가 있었다면, 난 스트레스를 컴퓨터 게임으로 풀었지, 책을 읽을 생각은 별로 못했을 것이다. 그냥 원래 책을 좋아했다고만 생각했는데, 내 인생에서 많은 책들,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책들을 다 그때 만났다. 그때 만나지 못했다면, 어쩌면 평생 그런 책들은 안 읽고 살았을지도 모를 일인데, 아찔하다.

물론,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이고, 누군가가 성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자살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행복하게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면서 의료인, 법조인, 선생님, 공무원, 연예인 말고(대한민국에 직업이 1만 개가 넘는데, 부모님이 생각하는 직업은 20개가 전부라 9980개의 직업을 갖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패배자로 시작한다는 김규항 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양한 꿈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를 꿈꾼다. 그렇지만 과학고에서의 그 통제된 생활이 나를 책과 가깝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지금까지도 그 경험들도 그 나름대로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더더욱 고맙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서 또 고맙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응?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였나? 에잇, 벌써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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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1 - [내가 바라는 일상/빛나는청년 힐링캠프] -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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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 - [내가 바라는 일상/2013~] -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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