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빛나는청년 힐링캠프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1 -

참참. 2013. 5. 30. 19:15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었을 때,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3박 4일간 있던 일들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길고 행복한 꿈을 꾸다가, 깨어난 느낌이랄까.

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그건 아마도, 버스에서 잠을 깬 그 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던 풍경들(옹달샘에서 다 같이 입던 옷이 아닌 늘 입던 옷을 입고, 늘 쥐고 있던 폰을 만지작거리며, 늘 보던 시멘트 건물이 가득한 거리로, 늘 그렇듯 수많은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는)이 옹달샘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옆자리의 슬아가 이야기해줘서 깨달은 건데, 날씨도 한몫했던 것 같다. 아스팔트 도로와 시멘트 건물들 위로 떨어지던 강렬한 햇빛은, 신기하게도 3박 4일 내내 시원하던 옹달샘의 날씨와는 전혀 딴판인, 캠프 바로 전날까지의 그 뜨겁던 날씨였기 때문이다. 무슨 해외여행 갔다가 귀국한 것도 아닌데, 날씨와 풍경이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 수가.

캠프 전체가 마치 긴 꿈같던 그 순간의 느낌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날 앉게 했다. 행복하고 달콤한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때, 그 내용을 기억하려하면 순식간에 내용이 희미해지면서 점점 알 수 없게 되던 안타까움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좋았다는 느낌만 어렴풋이 남고, 꿈 속에서 있었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그 사태가, 소중한 빛청캠프에서도 벌어지지 않게, 조금이라도 빨리, 글로 기억을 남겨야겠다고, 느꼈다.

(밴드에서 발견한 사진, 이거야말로 '깊은산속 옹달샘' 그 자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첫날, 늦을까 일찌감치 찾아간 충주 터미널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모르는 사람들과 어색하게 '깊은산속 옹달샘'이라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름을 달고 있는 그곳에 갔다. 어색하게 서있다가, 손전화기를 냈다. 만지작거릴 것이 없으니 더 어색해졌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구경하다가, <바이바이 베스파>라는, 언젠가 어느 잡지에서 소개글을 본 듯한 만화책을 찾아냈고, 보았다. 스쿠터가 등장하는, 아련한 추억들을 그린 짧은 다섯 편의 만화를 엮은 작은 책이었다. 내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러고나니 시간이 됐다.

(우리가 묵던 숯채방 모습. 물론, 처음에는 들어갔을 때는 아주 깔끔했다. 이건 조금은 어질러진 캠프 중의 자연스러운 모습.)

우리가 묵을 곳은 명상의집 지하 1층, 숯채방이란 곳이었다. 거기서 자기 이름이 적힌 곳에 짐을 풀고, 옹달샘에서 준비해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선 지켜야할 것들에 대해 알려주셨다. 금주, 금연, 숙소에서 음식 먹지 말기, 외부부 음식 먹지 말기, 화장실 실내화 정리해놓고 나오기, 배려하고 웃으며 생활하기 정도였다. 본격적인 첫 프로그램은, '몸풀기 마음풀기'였다. 몸을 풀어야 마음도 풀어진다는,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걸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열심히 동작을 따라하면서 내 몸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주로 얼마나 안 좋은지), 호흡과 앉은 자세, 사소한 일상의 동작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됐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다보니, 정말 제목대로, 마음도 조금, 풀어졌던 것 같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 속에 혼자 있게 된 부담이나 낯섦으로부터.

저녁식사 시간엔,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옹달샘의 음식을 처음 맛보게 됐다. 늦을까봐 급하게 가느라 아침,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덕에 더더욱 꿀맛이었다. 이 곳의 모든 음식은 몸을 살리는 음식으로,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재료도 대부분이 키우고, 담그는 등 직접 만드신 것들이라고 한다. 몸에 좋아도 맛 없으면 싫은데, 여긴 맛도 좋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고도원님(여기서 서로 부를 때 공식 호칭은 모두 이름+님이었다.)까지 참여하신 가운데, 전체 참가자 자기소개시간이 있었다. 7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한 명씩 돌아가며 전부 자기소개를 하고, 고도원님께서도 그 소개를 하나하나 다 들으셨다. 이 날 생일이었던 청년이 있었는데, 처음에 참가자로 선정이 안 되어서, 평생 생일선물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는 귀여운 거짓말이 담긴 이메일을 썼다고 한다. 결국 함께 참여하게 됐고, 자기소개시간에 앞에 나와 고도원님의 친필 사인이 담긴 책까지 선물로 받고,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참 멋졌다. 돌이켜보니 그 당시보다 더 아름답게 기억이 된다. 그 한 명의 청년에게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초대와 직접 사인한 책과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신 것이니. 또 뒤쪽에 앉은 사람들이 소개할 때마다 모두 몸을 돌려 앉으며 그 소개에 집중해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는 별거 아닌, 그저 당연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침지기님이 보기 좋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된다. 그 전체 소개 시간, 워낙 사람이 많고 길었기에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꽤 아름다운 시간이었구나.

전체 자기소개가 끝나고 조별모임을 했다. 조별모임은 드디어 캠프를 함께할 조원들을 보고, 긴 전체 소개 시간에는 다 하지 못했던 말도 하고, 도저히 다 기억할 수 없던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제대로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아직은 어색어색한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우리 2조는 나중에 판소리와 노래 덕분에 상당히 흥겨운 분위기가 되었는데, 두 사람 정말 멋있었다. 그 두 사람은 끝까지 다양한 재능으로, 멋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더라. 이런 부러운 사람들!

아침지기님들의 설명에 따라 시트를 씌우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옆자리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아침지기님한테 혼나기도 했다. 그렇게 설렘으로 가득했던 첫날이 지나갔다.

(이 글에 쓰인 모든 사진은, 빛나는청년 힐링캠프 1기 참가자 여러분께서 카카오톡과 밴드로 나누어주신 사진들입니다.)

계속해서 2편 보러가기
2013/05/30 - [내가 바라는 일상/2013~] - 꿈으로 빛난, 꿈만 같은 '빛나는 청년' 힐링캠프 - 2 -

고도원의 아침편지 http://godowon.co.kr/
명상센터 '깊은산속 옹달샘' http://www.godowonce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