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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주제 글쓰기] 댓글 하나만큼의 관심

알랭 드 보통은 그가 쓴 《불안》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시를 당하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쳐들며, 미소나 칭찬과 마주치면 어느새 역전이 이루어진다. 혹시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고 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문장을 읽고 격하게 공감해서 따로 적어두기까지 했다. 어떨 때는 상당히 독립적으로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사는 것 같다가도, 끊임없이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하기도 하는 내 모습을 늘 발견하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한 카페에 매주 연재하는 글이 있는데, 조회수도 낮고 무엇보다 일주일동안 단 한 개의 댓글도 달리지 않은 것이다. 많지는 않아도 댓글이 달리면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글을 쓸 맛이..

'잘 써야'한다는 강박.

글을 잘 써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뭔가 '완성된'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게다가 아침시간대에 포스팅해야된다는 왠지 모를 생각도 계속 있었다.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들다. 요즈음엔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시작했다. '베네치아스토리'라는 카카오톡 게임이다. 책은 각종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읽어야만 하는 만큼만 읽기에도 버거웠고, 글 쓰고 포스팅하는 건 거의 잊다시피 하고 있었다. 꾸준히 하려는 걸 목표로 시작한 티스토리 블로그이건만.잘하면 좋겠지만, 잘 쓰면 좋겠지만, 지금 잘 써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쓴다고 해서 갑자기 잘 쓴 글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끊임없이 쓰고 또 쓰고, 글에 대해 다른 사람의 평가도 들어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 일단 써야하는데, 내 일상을 재..

일상/2013~2019 2013.07.12

2013.7.3. 최저임금 인상 동시다발 1인시위 연세대 참여자 인터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하루 앞둔 오늘,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중 교수로 재직 중인 다섯 분이 소속된 다섯 개의 대학교 정문 앞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연세대학교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던 청년유니온 노경호(연세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조합원을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만났다. 노경호 조합원은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대 학생회에서 부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에는 아예 휴학을 하고 학생회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유니온과의 인연도 사회대 학생회 활동과 닿아있다. 지금은 청년유니온에서 일하고 있는 정준영 사무국장과 사회대 학생회 활동을 함께했던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묻자, 연구보조원으로 적은 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보다 많은 시급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

기자단이 만난 사람 - 청년유니온 대학생 조합원 '이기원' 씨 인터뷰.

▲사진 가장 오른쪽이 이기원 씨 시험이 한창이던 6월 19일 수요일, 시험기간에다 프로젝트까지 하시느라 바쁜 대학생조합원 이기원 씨를 종각에서 만났다.가까운 카페에서 간단하게 인사만 나누고, 아직 조금은 어색함이 있는 상태로 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청년유니온진회: 식상한 질문이지만, 청년유니온은 어떻게 알고 가입하게 되셨나요?(웃음)기원: 청년유니온의 존재 자체는 예전부터 알았어요. 처음에는 노동보다는 교육 쪽으로 관심이 많았는데, 그러던 중에 청년활동을 좀 통합적으로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년유니온이 그런 방향에 맞는 것 같아서, 가입하게 됐죠. 작년 6월에 가입했어요. 진회: 그러면 그런 활동을 하고 싶으셔서, 지금 청년유니온 대학생팀에서 활동을 하게 되신 건가요?기원: 우선은 경기도 대의원..

뜬금없는 여행, 다섯번째 이야기.

아저씨들 말씀대로 안에 쌓여있던 컵라면을 하나 꺼내 먹고, 하룻밤을 묵었던 조령건강원을 나와 다시 길을 떠났다. 어제 들은 많은 이야기와, 그동안 차들과 함께 걷는 길에 조금 지쳤던 경험 덕분에, 빙 돌아서 가더라도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했다. 지도만 보고는 가는 길을 잘 모르겠어서, 경찰 아저씨께 여쭤보았다.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며, 수옥폭포가 그렇게 좋다고, 수옥폭포 쪽으로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셨다. 내가 폭포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아시고 폭포로 유혹을 하셨다.경찰서 앞에 붙어있던 안내지도. 폭포를 향해서 길을 가는데, 길거리에 이런 보물(!)이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수옥폭포. 토요일이라 그런지, 단체로 오신 분들이 있었다. 부탁하시기에 단체사진도 ..

일상/2013~2019 2013.07.02

[사적인 책읽기] 네번째 책 편지, 《유럽의 교육》

* 이 글은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http://cafe.daum.net/ybank1030)에 토닥요일칼럼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하는 글입니다. 나 역시 속았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달리,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로맹 가리의 소설작품이다. 유럽의 교육저자로맹 가리 지음출판사책세상 | 2013-02-2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중요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거장 로맹 가리의 탄생을 알린... 최근 위와 같이 새로 나왔으나, 내가 읽은 것은 도서관에서 빌린 1982년도 판이었다. 이 책은 홍세화 선생님과 함께하는 '가장자리 협동조합'의 공부모임 1기에서 함께 읽었다.개인적으로는 이름만 많이 들어본 로맹 가리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어보는 계기가 됐다. 폴란드의 한 소년이 전쟁을 피해 ..

뜬금없는 여행, 네번째 이야기.

소여2리를 뒤로하고, 출발했다. 일찍 출발하여 아직 6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대낮처럼 밝았다. 이번 여행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과 두 번 마주쳤다. 담배라고 한다. 담배가 이렇게 생긴 줄도 몰랐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여쭤보았다가 알게 됐다. 괴산군으로.아스팔트로 도로를 만들기 전에도 전국을 잇는 길이 분명히 다 있었을 텐데. 더 빠르다는 길들이 수도없이 생긴 지금, 걸어가기는 왜 더 위험하고 험난해졌을까. 올레길, 둘레길 등 걷기 좋은 길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전국구 걷기여행 길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네모나게 생긴 도로반사경이 왠지 신선했다. 둘째날부터 생기기 시작했던 물집이 많이 커져서 걸을 때 좀 불편했다. 이 날은 덥고 지쳐서, 괴산군에서 냉면을 사먹었다. 둘째날 선배 ..

일상/2013~2019 2013.06.26

뜬금없는 여행, 세번째 이야기.

선배네 집에서 묵기 위해 원래 가려던 경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지점까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죽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간 뒤, 어제 걸어왔던 그곳에서부터 가려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38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지나가다가 본 광경. 이걸 뭐라고 부르지? 내 머릿속에는 '나무밭'이라는 생각밖에 안 떠올랐다. 나무도 이렇게 대량으로 모아서 키운다는 게 뭔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선배 어머님께서 아침에 챙겨주신 곶감을 길 가다 휴게소에서 먹었다. 점심식사를 할 거리가 별로 없었기에. 흙도 거의 없는,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끝끝내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다. 드디어, 충청북도! 좀 감동적이었다. 무슨 국경을 넘는 것도 아닌데, 드디어 경기도를 벗어났다는 것이 내심 뿌듯. 뭘까? 검게 씌워놓은 것은 많이..

일상/2013~2019 2013.06.25

뜬금없는 여행, 두번째 이야기.

철물점을 여시는 맹리 이장님과 만나게 되어,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고, 커피를 한잔 얻어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침에 걸을 때가 제일 좋았다. 몸도 가뿐했고, 날씨도 아직 선선하고 상쾌했다. 그렇게 아침을 걷고 있는데,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나오셔서 도로 옆에도 뭔가를 심고 계신 할아버지. 아래쪽은 속살을 다 드러낸 언덕 위에 소나무들이 마치 까치발을 든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왠지 조금, 서글퍼졌다. 페인트를 파는 곳인 것 같은데, 저 벽에 칠을 하다가 만 것 같은 페인트는, '디자인'인 걸까? 빨래집게들이, 알록달록하고 예뻐보였다. 화물차들이 무서운 기세로 지나다니는 국도의 갓길은, 달팽이들의 천국이었다. 수도없이 많은 달팽이들이 기어다니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힘차게 내딛던 발걸음이 ..

일상/2013~2019 2013.06.21

[사적인 책읽기] 세번째 책 편지,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 이 글은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http://cafe.daum.net/ybank1030)에 토닥요일칼럼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하는 글입니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저자박준성, 안건모, 홍세화, 정태인, 하종강 지음출판사철수와영희 | 2007-09-18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80%의 보통 국민이 우리사회의 진정한 중심이 되기 위한 6가지... 오늘은 내 생일이다. 햐, 생일인데 칼럼 연재하는 날이라고 일어나자마자 어제 읽다 다 못 읽은 책을 펼쳐들고 열심히 읽었다. 이 책은 작은책에서 했던 강연 내용을 모아서 엮은 여섯 분의 강연집이다.이임하, 안건모, 박준성, 홍세화, 정태인, 하종강 선생님의 이야기가 강연하는 말투 그대로 녹아있다. 책을 읽고 있는데, 강연을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뜬금없는 여행, 첫번째 이야기.

뜬금없이, 여행을 갔다.걸어서 부산까지 - 라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5박 6일의 여행을 마치고 경북 문경에서 돌아왔다.6월 11일 화요일 새벽부터, 6월 16일 일요일 돌아오기까지. 걸었던 이야기, 그리고 만난 사람들 이야기. 시작. 첫날은 집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갑작스럽게 짐을 싸고,(아버지께 이때 여행간다는 걸 처음 말씀드렸다. 하긴 나도 고작 이틀 전에 결정한 거니까, 뭐.) 출발했다. 짐 싸는 데 아버지께서 도움을 주셨다.최후의 아침을 먹고, 건빵 3개짜리 묶음과 초코바 4개, 생수 한 병과 일회용 우비를 샀다. 이 날은 걷는 내내, 아직 잘 실감이 안 났다. 수원은 어찌나 큰지, 걸어도 걸어도 계속 수원이더라. 그동안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갔던 수원역, 수원버스터미널이 나오고, 더 지나니..

일상/2013~2019 2013.06.18

황안나, 《내 나이가 어때서》《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모질고 모진 삶을 지나고, 수없이 걷고 또 걸으며, 지금 이 순간을 살다

삶을 사는 것을 흔히 길을 걷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여기 '걷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황안나. 그가 걸어온 길들은 큰 것만 요약해도 이렇다. 예순다섯에 땅끝마을부터 통일전망대까지 국토 종단, 예순일곱에 해안선 4천 킬로미터 일주, 예순여덟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킬로미터 걷기, 예순아홉에는 26시간동안 100킬로미터를 걷는 울트라 대회에 참가하여 46등으로 완주 등.그렇다고 그가 단순한 걷기 매니아는 아니다. 길고 긴 길들만큼이나 모진 삶을 오래 살아오셨다, 아니 '걸어오셨다'. 남편의 연이은 사업실패로 인한 빚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교사였던 그의 월급은 들어오기가 무섭게 빚 갚느라 다 없어지곤 했다. 그런 상황이니 사는 집이든 뭐든 쉬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