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청년유니온 기자단

['댓글' 주제 글쓰기] 댓글 하나만큼의 관심

참참. 2013. 7. 13. 00:32


알랭 드 보통은 그가 쓴 《불안》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시를 당하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쳐들며, 미소나 칭찬과 마주치면 어느새 역전이 이루어진다. 혹시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고 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문장을 읽고 격하게 공감해서 따로 적어두기까지 했다. 어떨 때는 상당히 독립적으로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사는 것 같다가도, 끊임없이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하기도 하는 내 모습을 늘 발견하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한 카페에 매주 연재하는 글이 있는데, 조회수도 낮고 무엇보다 일주일동안 단 한 개의 댓글도 달리지 않은 것이다. 많지는 않아도 댓글이 달리면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글을 쓸 맛이 난다. 그렇지 않으면 괜히 의기소침해지고 내 글이 재미가 없거나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이걸 계속 연재를 해야하나 그만둬야하나 고민하면서 들어갔더니, 올린지 일주일이 지나 다음 글이 올라와야하는 날이 되어서야 댓글이 달렸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댓글 하나 달리질 않으니 안쓰러웠는지, 카페에 그 칼럼 코너를 만드신 분과 함께 글을 쓰는 다른 필진 분께서 달아주신 거다.

실은 이미 토라질 대로 토라져서, 댓글을 보고도 쉬이 마음이 풀어지지 않았다. 결국 매주 올리던 그 날에는 글을 올리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보니 그래도 글을 올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뒤늦은 댓글이나마 달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연재를 그만두었을 것 같다. 댓글 하나가 달리느냐, 마느냐는 글을 써서 올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요즘 바로 앞에 사람이 앉아있어도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시대가 되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스스로 반성도 하고, 나 역시 내 앞에서 폰에만 열중하는 사람을 보면 기분 나쁘다는 공감을 느낀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보며 소통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온라인으로 수많은 일을 처리하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소통하는 환경 속에 들어와있다. 그 안에서 따뜻한 관심을 만들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댓글이다.

이웃이 밝게 아침인사만 해주어도, 누가 잘 지내냐며 안부전화만 해주어도 괜히 하루종일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하물며 내가 직접 쓴, 내가 잔뜩 담긴 글을 읽고 긍정적인 답을 남겨주었을 때, 그 댓글 하나로 하루를 기분좋게 보내는 일이 어찌 없으랴. 그런 날에는 짜증 낼 일도 한번쯤 그냥 웃으며 넘어가게도 되고, 미소 지으며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기도 한다. 그렇게 베푼 선의를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전할 수도 있다. 관심과 사랑은 그렇게 돌고 도는 것 아닐까. 반대의 감정도 똑같이 돌고 돌 것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처럼 짧은 댓글 하나의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가 없다. 누군가가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느냐, 혹은 자살에 이르는 근심을 시작하느냐가 어쩌면 바로 지금 당신의 손끝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