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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팟캐스트, 특히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자주 듣는다.

요즘 팟캐스트, 특히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자주 듣는다.'나는꼼수다'로 팟캐스트가 한창 뜰 때, 나는 군대에 있었다. 내가 전역해서 사회로 다시 나왔을 때는 대선도 끝나고, 나는꼼수다도 막을 내린 후였다. 스마트폰도 제대하고서야 처음 써봤고, 사실 나는 귀에 이어폰 꽂고 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친친'이라는 라디오 프로를 많이 듣기도 했는데, 여태 난 라디오라는 매체를 접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그러다 요즈음의 언론들이 하도 한심해서 팟캐스트에 찾아들어가 듣게 된 것이, '이털남(이슈 털어주는 남자)'이였다. 국정원이나 MBC파업 등등 얼마나 시원하게 털던지 속이 시원했다. 어디서도 내보내지 않거나 완전히 왜곡해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내보내는 신문, 방송들과는..

일상/2013~2019 2013.08.03

전희경, 《오빠는 필요없다》

오빠는필요없다(이매진컨텍스트15)저자전희경 지음출판사이매진 | 2008-10-17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남자들의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행태를 꼬집는... 근현대의 이른바 진보운동이라고 하는 곳들에서 벌어진 온갖 반여성적인 행태들을 밝혀내고 비판해낸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어떻게 현대의 여성주의 운동으로 걸어오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여러 명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계속해서 인용하고 있어서 굉장히 현장감이 있다. 그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사건들, 감정들, 그때의 속마음들, 말했던 것과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우리나라에서 진보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겪는 현장의 일상들이 어떤 것인지, 지금 여성주의 운동을 하시는 분들과 단체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온 것인지, 솔직..

[영화] 헤어드레서 - 차별당하는 게 특기인 한 여자 이야기

헤어드레서 (2011)The Hairdresser 8.5감독도리스 되리출연가브리엘라 마리아 슈마이더, 나타샤 라비주스, 김일영, 크리스티나 그로세, 롤프 자커정보코미디, 드라마 | 독일 | 106 분 | 2011-07-14 여성주의 세미나를 하면서 헤어드레서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미용을 공부한 아주 뚱뚱한 여자가 이혼을 하고 딸과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이혼을 하고 베를린으로 이사를 온 쾨니히는 고용센터에 가서 일자리를 알아본다. 마침 백화점 미용실에 자리가 하나 있다. 그러나, 아무나 받겠다던 미용실 사장은 갑자기 그를 고용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쾨니히의 면전에 대고 말하는 그 이유라는 것은, '당신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볍게(?) 시작한 이런 차별은 영화 내내 일상 속에..

일상/2013~2019 2013.08.01

['여자대통령' 주제 글쓰기]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

얼마 전 미국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흑인 대통령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가 흑인이므로, 미국에서 흑인들이 받는 차별에 민감하리라는 것 아닐까? 흑인으로 평생을 살면서 지니게 된 정체성이 있을 것이고, 흑인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이해하기도 쉬울 확률이 높다. 여자 대통령이라고 했을 때도 비슷한 상상이 가능하다. 이 나라에서 여자로 계속 살아왔으니, 이 사회의 여성에 대한 차별, 이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에 대해 좀 더 민감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 대통령이 되신 분을 보면 그런 기대를 하기가 조심스럽다. 그가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사회에서 다수의 여성들이 겪는 차별이나 그 일상들..

한겨레 오피니언훅에 실은 글.

청년유니온의 이름으로 한겨레 오피니언훅에 연재되는 일(job)상다반사 라는 코너에 차례가 돌아와 글을 썼다.제목은 '일상의 문제'. 신문에 칼럼을 써보는 게 꿈 중의 하나였는데,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하하하, 신기하다.한겨레라는 나름 메이저 신문 사이트에 글이 올라간다고 하니까, 뭘 써야할지 참 난감했다.할 수 있는 건 결국 내가 경험한 내 이야기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이야기를 썼다. -----------일상의 문제5시 50분 기상, 7시 40분 첫 수업 시작, 밤 12시 자습 끝.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일과다. 전원 기숙사 학교였고, 집에는 한달에 한번, 2박 3일 갈 수 있었다. 여름방학은 3박 4일, 겨울방학은 4박 5일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한다. 나머지 방학기간은 학기 ..

'시민(서민)에게 인문공부가 필요한 이유' - 고병헌 선생님 작은책 강연 뒷이야기.

'시민(서민)에게 인문공부가 필요한 이유' - 고병헌 선생님 작은책 강연 뒷이야기. 강연장소가 바뀌어서 좀 헤맸다. 덕분에 7시가 다 되어서야 헐레벌떡 강연장에 들어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만 헤맨 것이 아니어서 강연을 좀 늦게 시작하게 됐다. 나는 그 사이에 김밥 한 줄을 다 먹고 음료수까지 마셨다. 그러고는 차분하게 수첩을 펴고, 펜을 들었다. 한마디로 아주 모범적인 자세로 앉아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 정도면 칭찬받아 마땅한 자세라며 내심 뿌듯해하고 있던 바로 그때! 시작부터 듣는 이들을 잔뜩 웃게 만들던 선생님의 손가락이 바로 나를 향했다."이거 적으면 집에 가서 보냐고."아니, 이럴수가. 분명 오늘 처음 뵈었는데 내가 수업시간에 필기한 걸 다시 펼쳐본 적이 단..

일상/2013~2019 2013.07.26

칼 맑스, 《공산당 선언》

경제학 철학초고 자본론 공산당선언 철학의 빈곤저자칼 마르크스 지음출판사동서문화사 | 2008-08-15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19세기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논란과 찬반을 불러오는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선언저자칼 맑스 지음출판사박종철출판사 | 1998-12-23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새롭게 출판한 독일어 4판을 번 역 소개한 ... 《공산당 선언》의 본문 자체는 별로 길지 않기도 하고, 어떻게 하다보니 두가지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번역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었다. 박종철출판사에서 나온 판은 공산당 선언만 싣고 있어서, 공산당 선언의 서로 다른(이를테면 독일어판과 영어판) 판들의 차이에 대해서도 주석으로 다 달아놓았고..

데이비드 미치,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이 책은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게 된 고양이의 이야기다.고양이가 달라이 라마와 함께 지내면서 깨달음의 길에 들어선다. 고양이가 불교에서 말하는 가치나 수행들을 자기 일상에 적용하고 변화해가는 거다! 그걸 고양이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어떤 생명이든 고통을 피하고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을 듣고 매번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어느날 눈앞에 쥐가 보이자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쥐를 앞발로 툭 쳐서 기절시킨다. 처음엔 쥐를 잡았다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는데, 달라이 라마의 수행원들의 반응을 보고서야 자기 잘못을 깨닫고 후회를 한다. 귀엽지 않은가?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진리들을 발..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중에서

두려움, 의혹, 불안 등은 불필요하게 근육을 긴장시키는 생리적 효과를 낳는다.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는 이를 '신체의 갑옷'이라 불렀다. 연주하려고 '애쓰는' 경우 나는 실패한다. 억지로 연주한다면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달려가려 하면 넘어져 버린다. 실수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틀림없이 그 실수를 저지르게 한다. 강해지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89쪽) 내 일상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탁구를 칠 때도 '어떻게' 쳐야겠다는 생각이 근육을 경직시키는 순간, 항상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기타를 칠 때도 분명 끝까지 칠 수 있던 곡인데, 가만히 두면 손가락이 알아서 다음 칠 곳을 찾아가는데, 머릿속으로 다음이 뭐였는지 생각을 하..

두 얼굴의 나.

내 안에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욕구가 있어서, 서로 충돌하곤 한다.그 두 가지는 남들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고싶다는 욕구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다. 인정을 받고 싶다는 건 결국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어느 쪽이 진짜 나인가. 나는 어느 쪽을 더 원하는가에 대해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쩔 수 없이 둘 다 나다. 어느 한쪽도 쉽게 없애거나 숨길 수 없는 나의 구성요소이다. 남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남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하는 것은 정말 지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한편, 그것과는 다른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해나간다고 했을 때, 그렇다면 정말 '남들'이 뭐라하든 아무 상관도 없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누군가..

일상/2013~2019 2013.07.22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가?

이 나라가 과연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가? 노조가 파업을 하다가 불법파업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판결이 나면 그 사람들은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돈을 모아 벌금을 내곤 한다. 아무리 억울하다 하더라도 그게 법이니까, 법의 판결은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가 권력과 돈에 굴복하여 더럽고 치사한 논리와 억지를 부려서 판결을 냈다하더라도, 지켜야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열심히 싸워서 7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내도 대기업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최종 결정을 했지만 현대자동차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여전히 그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주 토요일, 대법원의 ..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

학교에서 몇몇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여성주의 모임에 요즘 참여하고 있다. 이번 방학에도 매주 화요일마다 세미나를 한다. 이번에 함께 읽는 책은 《오빠는 필요없다》. 첫 세미나에서 1, 2부를 읽고 썼던 발제문. 오빠는 필요없다: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저자전희경 지음출판사이매진 | 2008-10-17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밖에서만 '진보', 안에서는 '보수'를 부르짖는 오빠들의 행태를... 2013. 7. 9.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진보적인 운동단체 등에서 여성이 주변부에 있게 되고, 어떤 직책에 오를 경우에는 그 직책 자체가 잡무를 하는 직책으로 변해갔다는 이야기들이, 충격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반면, 조합원으로 있는 세대별 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