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청년유니온 기자단

['여자대통령' 주제 글쓰기]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

참참. 2013. 7. 29. 12:23

 

얼마 전 미국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흑인 대통령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가 흑인이므로, 미국에서 흑인들이 받는 차별에 민감하리라는 것 아닐까? 흑인으로 평생을 살면서 지니게 된 정체성이 있을 것이고, 흑인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이해하기도 쉬울 확률이 높다. 여자 대통령이라고 했을 때도 비슷한 상상이 가능하다. 이 나라에서 여자로 계속 살아왔으니, 이 사회의 여성에 대한 차별, 이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에 대해 좀 더 민감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 대통령이 되신 분을 보면 그런 기대를 하기가 조심스럽다. 그가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사회에서 다수의 여성들이 겪는 차별이나 그 일상들을 전혀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는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버스나 지하철도 그에게는 생소할 것이며, 직장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 제한을 받아본 적도 없을 것이다. 결혼이나 이혼, 명절 스트레스나 일상적 가사노동, 임신이나 육아와 같은, 여성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힘들게 하는 일들도 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런 분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다. 아마 나라도 그렇게 살아왔다면 서민들의 삶과 일상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실망스러운 것은 그가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보통 사람들의 삶을 알고 느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주어야 한다. 그가 그동안 보여준 행동들은, 마치 그런 것 따위에는 관심 없다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다른 여자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있을까? 아프리카의 첫 여자 대통령이자 라이베리아의 현직 대통령인 엘런 존슨 설리프를 보자. 그는 회계학과 경제학, 행정학을 공부하고 재무부 차관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반대하여 공직을 떠난다. 그 뒤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에 반대하다가 감옥에 가기도 하고, 해외로 망명도 했다. 그러한 민주화 투사이면서 동시에 네 자녀와 여섯 명의 손자손녀를 둔 할머니이기도 하다.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1년엔 여성의 안전과 인권을 신장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같은 해 재선에 성공하였고, 만연한 부정부패를 없애고 내전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살리는 데 꾸준히 힘쓰고 있다.

엄밀히 말해, 그도 서민 출신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지만 그간의 활동들을 보았을 때 적어도 그는 사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감수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이베리아 시민들은 이러한 사람을 선택했다. 우리 시민들은 어째서 박근혜 대통령을 뽑아주었을까? 그의 삶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위치에서 시작해, 그 권력을 다시 잡고자하는 것뿐이라는 걸 지금까지 보아오지 않았던가?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피해보기 마련인 약자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좀 더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은 바로 우리들의 삶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대통령이다. 다음에는 우리 시민들이, 바로 그 자신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기를,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