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 118

<순간의 힘>, 댄 히스, 칩 히스

내 출근 첫날은 책 5권으로 기억된다. 그때 받았던 책 5권 중 4번째, 을 읽기 시작했다. 평범한 회사의 입사자가 겪는 출근 첫날을 묘사한 부분에서 빵 터지고 다음 장 넘겼더니 이런 문장이. 우리의 기억은 전혀 객관적이거나 공평하지 않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기억이 해당 사건이나 시절을 대표하게 된다. 삶이라는 산문에 구두점이 필요한 곳.

지겨워하지 않고

--- 서로에게 받을 것이 있다고 믿는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깊이 수용하고 공감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가족이나 연인이 가장 원망스럽고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이런 욕구와 욕망이 채워지지 않고서는 삶이 1밀리미터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서다. 서로의 사랑에 대한 욕구를 지겨워하지 않고 비난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채 기꺼이 공급하며 공급받는 일은, 우리 모두가 자기 삶의 동력을 마련하는 일이다. 미룰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휘발유나 전기의 도움 없이 굴러가는 차는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 정혜신, , 229 --- 타인을 공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을 공감하는 일이다. 자신이 공감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행복의 기원>, 서은국

도발적인 책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넘어 "'행복감'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014년에 발행된 책으로, 2010년대 초반까지의 많은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며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행복을 바라보는 시도를 한다. 내용을 나름대로 요약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대부분 본문에서 그대로 인용하거나 조금씩만 축약, 정리한 문장입니다.) 1. 행복은 '생각'이 아니다. 생각을 바꾸라(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식의 조언은 공허하다. 생각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생각을 바꾼다고 해도 그건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 그게 전부가 절대 아니다. 불행한 사람은 긍정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2. 인간은 동물이며, 이성적 사고는..

행복의 기원, 내 두번째 e-book (feat. 카카오페이지)

아직까지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인데, 지금까지 e-book으로 읽은 책이 딱 두 권 있다. 이종범 작가님의 와, 이 책 서은국선생님의 이다. 첫 책은 마침 그때 카카오페이지 캐시도 많이 있었고, 애초에 그 책을 발견한 곳이 카카오페이지여서 뭔가 자연스럽게 카카오페이지로 샀다. 웹소설을 꽤 여럿 읽었고 읽고 있기에, 카카오페이지앱을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뭔가를 읽는 건 더 이상 어색한 일도 아니고. 그래서 잘 읽었고, 언제든 폰만 있으면 볼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 덕분에(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이 좋았기에) 한 세 번 정도는 읽은 것 같다. 행복의 기원같은 경우에는 의 추천도서에 나와서 흥미를 가졌는데, 교보문고에 주문했더니 품절이라고 환불돼버렸다. 그 다음 다시 들어가보니 '절판'됐단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

<경청>, 조신영, 박현찬

상당히 감동적인 책이었다. 경청의 중요성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겠지만 알면서도 늘 놓치게 되니까.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상대의 말을 듣고 있는 게 아니라 이 말을 어디서 끊지, 내 차례가 오면 무슨 말을 하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듣는다는 것의 본질은 상대방이 하는 말이 아니라 그 말을 통해 전하고자하는 의도, 마음을 보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해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당연한 말인데 현실에서는 늘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에 집착하게 된다. 끝부분으로 갈수록 교훈을 주기 위해 쥐어짜낸 스토리같은 느낌이 좀 들긴 했지만. 정말로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생각했다. 그러므로 나를 정말로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도.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최근 이직을 했다. 입사하자마자 첫 날, 다짜고짜(?) 책 5권을 품에 안겨주셨다. 3개월동안 다 읽고 배우고 느끼고 실천할 점들을 써서 제출하라고.(3개월이 지나더라도 마저 다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신신당부까지) 처음엔 빌려주시는 건가 했는데 다 새 책이고 그냥 주는 거였다. 그 중 첫번째 읽을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 그저 제목부터가 책 읽는 방법이니 다른 책들 읽기 전에 읽어야하지 않을까라고, 별 생각없이 선택했다. 입사 첫 주를 잘 보내고 난 주말, 일요일에 앞에 살짝 시작만 해뒀던 이 책을 한번 주욱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페이지마다 빈 공간도 많고 상당히 가볍게 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사실 책을 읽는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 맞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그 어려운 일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가이드 The Handbook for HSP(Highly Sensitive People) / 멜 콜린스, 이강혜 옮김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운명처럼 제 앞에 도착한 책,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가이드. 샨티의 책은 언제나 저 자신과 제 삶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데, 이 책은 지금 제가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이해하게 만들었네요. 이 책에서 설명하는 Highly Sensitive Person의 설명에 저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전부 다라고 해도 좋을만큼 해당되더라구요. 그동안 저와 달라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의 어떤 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됐어요. 저 자신의 어떤 면들에 대해서도 적용해볼 수 있었구요. 민감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팁들은 그보다 조금 덜 민감한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HSP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신의 감정..

내가 먼저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 <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 박은빈

---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먼저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래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행복을 잃지 않도록 늘 자신을 지키며 그렇게 그들 곁에서 살아갈 것이다. , 박은빈 --- 어떤 문장들을 점점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를 돌보는 것이, 내가 먼저 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최선을 다해 알아나가는 것이,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내가 스스로를 잘 받아들이는 것이, 절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다거나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해야 다..

오늘의 문장 - '지금'을 단지

오늘의 문장 나는 다니엘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지의 인생을 사랑하기보다는 투정하거나 불안해했고, 무엇이 다가오든 유연한 마음으로 맞이하지 못했다. '지금'을 단지 내가 꿈꾸는 삶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임시 거처처럼 보냈던 것이다. - «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 박은빈 나도 그런 기분으로 오래 살아왔었다. 본격적으로는 아마 고등학생 때부터. 대놓고 그런 말들을 하지 않나, 3년만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군대에 갈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지, 아마. 그럼 그 진짜 인생이란 건 언제 시작되나요? 그걸 찾기 위해 결혼까지도 해봤는데 없었다. 그런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앞으로 얻게 될 어떤 상태 어떤 직업 어떤 상황...보다도 지금 행복할 수밖에. 지금이 진짜 삶이고 지금을 유예하면서 찾아갈 진..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아니타 무르자니 Anita Moorjani, 황근하 옮김

나는 외출을 삼가고 안전하게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좋지 않은 것이었지만 겉모습 역시 한눈에 봐도 환자 같아졌기 때문이다. 숨 쉬는 것도 힘들어졌다. 팔다리는 가시처럼 가늘어졌고, 급기야 고개를 들고 있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던지는 시선이나 하는 말들도 몹시 거슬렸다. 사람들이 불쾌해서나 나를 무시해서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도 호기심이나 일종의 동정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바라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사람들은 즉각 눈을 돌려버렸다. 그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표정 뒤에 숨은 감정을 잘 알았다. 예전에 아픈 이들을 바라볼 때 나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날 동정했다. 나는 곧 나를 보거나 나와 이야기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김유진

박준 시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은 그런 나의 마음을 더 찔리게 만들었다. "논리도 없고, 정말 그냥 하는 말들, 아무런 효용 없는 말들이 사람의 관계와 정서를 돈독하게 만들어요." - 《시사저널》 2020년 3월 21일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얼마 전에 만난 오선화 작가의 말도 생각이 났다. 그는 청소년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학교나 도서관에서 강의하는 작가 겸 청소년 활동가이다. 그의 주변에는 늘 청소년들이 북적인다. 한때는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연락을 받지 못할까 봐 새벽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휴대전화는 늘 켜놓았다고. 그는 위탁 시설이나 소년원을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시설에 다녀오면 아이들과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어보는 어른들이 유독 많다고 한다. "애..

<나를 사랑하거나 더 사랑하거나>, 이유미 / 첫번째

*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기억하고픈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이러다간 책을 다 옮겨적고 말겠구나, 싶네요.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소리 없는 강요에 눈떴다. 가장의 역할을 군말 없이 떠안게 만든 '장녀'라는 수식어 또한 얼마나 부당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구도 내 인생을 가져갈 권리는 없어. 만약에 시간과 자원을 가족과 나눠야 한다면 의무가 아닌 선택이어야 해. "그래도 낳아주고, 길러주셨잖아. 고마움에 보답해야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 새끼는 죽어도 내가 지킨다고 다짐하던 엄마를 기억한다. 때가 되면 밥을 지어 먹이고, 흠 잡히지 말라고 깔끔한 옷을 골라 입혔다. 집에서 따끔하게 혼을 내다가도, 밖에 나가면 자식 자랑을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