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 118

강세형,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중에서

'노인들이 본질적이지 않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은 생의 승리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기 보물을 어디에 숨겼는지 잊어버리는 노인은 없다.'(중략)내가 할머니의 나이가 됐을 때 나는 과연 몇 개의 레퍼토리를 읊어댈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반짝반짝 빛나는 내 생의 보물같은 순간들을 나는 지금 잘 만들어나가고 있는 걸까.(233쪽) 가끔씩 생각하게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지. 죽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할지.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 그걸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다보면, 그것들이 바로 반짝이는 순간들이 되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아직 어른..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중에서 - 2

하지만 창조 작업과 나란히 가기보다 흐름을 가로막는 파괴적 판단은 시간을 조각내고 움직임을 멈칫거리게 한다. 그 틈에 혼란과 자기 의심이 파고들 가능성도 커진다. 1분 이상 멈춰 작업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판단의 목소리는 "어때, 아주 훌륭해?"라고 묻지만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작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단의 목소리는 사라지기가 무섭게 다시 돌아와 "좀 전보다 더 잘해야 해"라고 속삭인다. 이렇게 되면 창조력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성공이나 실패 모두가 이 목소리를 불러올 수 있다. 예술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성공이나 실패를 생각지 않고 그저 빠져드는 것이다.(173쪽) 예술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성공이나 실패를 생각지 않고 그저 빠져드는 것이 가장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수업》 중에서

우리의 행복은 상대방을 '더 좋게' 바꾸는 것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바꿀 수 없으며, 바꾸려해서도 안 됩니다. 그들이 절대로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또 그들이 변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가 진정한 자신이기를 원한다면, 그들도 진정한 그들로 있도록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을, 많은 면에서 바꾸고 싶어했다. 늘. 그리고, 99%는 실패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 역시 누군가가 나를 바꾸려하는 걸 싫어한다. 그런다고 잘 바뀌지도 않고. 왜 그랬을까하고 후회하는 일도 많다.근데 어쩌면, 누군가를 바꾸려하는 이런 일을, 죽을 때까지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할지도 모르겠다 - 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누군가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바뀌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애..

〈녹색평론〉 2013년 7-8월호 좌담 '기본소득, 왜 필요한가'를 읽고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불과 한달 전쯤 처음 접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아이디어인데,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보면 볼수록 이것이 가져다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이번 좌담을 읽으면서 이것은 꼭 실현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더더욱 강해졌다. 나는 과학고를 나왔는데, 고교생활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 알 수 없는 학습노동에 매일 지쳐만 갔다. 그 경험 속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대학서열화와 학벌의 구조가 굉장히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학벌없는사회'라는 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하기에 이르렀다.이런 살인적인 학습노동과 어긋나기만 하는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선 대학평준화가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본소득이라는 방법으로 이 문제가 엄청나게 나..

앤소니 드 멜로,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중에서

이야기야말로 사람과 진실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짧은 지름길이다.(30쪽) 좋은 이야기는, 오래오래 기억되며 마음을 움직인다.좋은 소설은, 사실은 아닐지언정 진실을 담고 있다.사람들끼리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 사이를 좁히고, 삶의 불안 속에서 질식당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니까.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저자앤소니 드 멜로 지음출판사샨티 | 2012-05-07 출간카테고리종교책소개아픈 영혼들에게 전하는 온유한 침묵!『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멋진신세계(하서명작선40)저자헉슬리 지음출판사하서출판사(주) | 2007-11-27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 가장자리 협동조합의 공부모임인 생각의좌표 1기를 함께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이어, 이 책을 읽게 됐다. 공부모임 네번째 책이다. 바로 전에 읽은 《1984》에서는 세계가 거대한 세 국가로 나뉘어져 정치적으로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게 통제하고 조작을 했다. 《멋진 신세계》는 그와 약간 다르게 과학적인 상상력이 많이 들어갔다. 미래의 과학 발전으로 아이도 '엄마'가 낳지 않고, 공장같은 곳에서 '만들어진다'. 심지어 똑같은 유전자를 여럿으로 분열시켜서, 몇십 명에 이르는 쌍둥이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들을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도록 만든다. '효율적으로'.그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알랭 드 보통,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중에서

종교에서 보기에 우리 모두는 태생적으로 약점을 지닌 존재이므로, 살아가면서 정신과 신체가 지독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기독교는 우리가 고통을 겪을 때에 혼자라고 느낌으로써 그 고통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자기가 겪는 고통의 내용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데에도 별로 뛰어나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타인이 태연한 외관 뒤에 숨겨놓은 슬픔을 감지하는 데에도 별로 뛰어나지 못하다. 알랭 드 보통의 문장은 뭔가, 우리네 일상 속에 숨어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찾아내 설득력있는 어조로 이야기해주는 듯하다.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저자알랭 드 보통 지음출판사청미래 | 2011-09-26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인류가 쌓아온 지혜의 원천인 종교의 장점으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

박근영, 《내 심장이 말하는 대로》 중에서

"예술이라고 해서 꼭 크리에이티브한 행위를 해야하는 건 아니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면 그게 예술이며 예술적인 삶을 사는 거니까. 창작을 안 한다고 화이트칼라가 예술가가 될 수 없는 건 아니거든요. 그들에게 있어 예술적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매일 똑같은 눈으로 사물을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 같은 거죠.(중략) 똑같은 거리를 걸어도 맹목적으로 걷는게 아니라 왜 걷는지에 대한 사유가 함께 따라간다면 예술적으로 사는 거죠."(디렉터 유기태)결국 예술이란 관념 속에 있는게 아니라 생활 속 행위에 있다.(박근영, 《내 심장이 말하는 대로》, 309쪽)예술이란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 고상한 것, 뭔가 굉장한 재능이 있어야만 하는 것. 그런 편견이 머릿속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다. 어쩌면, 그런게 아닐..

칼 맑스, 《임금노동과 자본》

임금 노동과 자본저자칼 맑스 지음출판사박종철출판사 | 1999-06-24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맑스의 글 가운데 임금 노동과 자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 《공산당 선언》을 읽으면서 뭔가 안개에 싸인 것처럼 답답했던 것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공산당 선언》이 정치적인 선언문이라면, 《임금 노동과 자본》은 당시 노동자들을 위한 강연을 기초로 한 글이다. 그래서 더 쉽고, 주로 설명을 해주는 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곤 하지만 그렇게 아주 쉽지만은 않았다. 이 글을 통해 맑스가 이야기한 자본과 임금, 노동자의 관계는 흥미롭다.맑스는 임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우선 자본가들은 임금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사고, 임금노동자들은 자본가..

격월간지 〈말과활〉 창간호(2013년 7-8월호) 중에서

최근에 우루과이의 유명한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새 책을 내고 나서 미국의 진보적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한 게 있어서 보니까 재미있는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인간은 원자나 분자로 구성된 존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존재'라고 말하더군요. (중략)실제로 우리가 어떤 사람이나 사건·물상에 대해서 뚜렷한 느낌을 갖게 되고 나중에 기억도 하는 것은, 그게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됐을 때입니다. 그런데 특히 지금 진보진영에 제일 모자란 부분은 이런 이야기 능력인 것 같아요. 그것은 진보진영 사람들이 대개 학력이 높고, 지식수준이 높은 것과도 관계가 있는 현상입니다. 사실 지식인의 언어란 굉장히 메마르고 빈곤한 언어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인간은 이야기로 구성된 존재라. 멋진 ..

전희경, 《오빠는 필요없다》

오빠는필요없다(이매진컨텍스트15)저자전희경 지음출판사이매진 | 2008-10-17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남자들의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행태를 꼬집는... 근현대의 이른바 진보운동이라고 하는 곳들에서 벌어진 온갖 반여성적인 행태들을 밝혀내고 비판해낸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어떻게 현대의 여성주의 운동으로 걸어오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여러 명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계속해서 인용하고 있어서 굉장히 현장감이 있다. 그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사건들, 감정들, 그때의 속마음들, 말했던 것과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우리나라에서 진보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겪는 현장의 일상들이 어떤 것인지, 지금 여성주의 운동을 하시는 분들과 단체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온 것인지, 솔직..

칼 맑스, 《공산당 선언》

경제학 철학초고 자본론 공산당선언 철학의 빈곤저자칼 마르크스 지음출판사동서문화사 | 2008-08-15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19세기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논란과 찬반을 불러오는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선언저자칼 맑스 지음출판사박종철출판사 | 1998-12-23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새롭게 출판한 독일어 4판을 번 역 소개한 ... 《공산당 선언》의 본문 자체는 별로 길지 않기도 하고, 어떻게 하다보니 두가지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번역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었다. 박종철출판사에서 나온 판은 공산당 선언만 싣고 있어서, 공산당 선언의 서로 다른(이를테면 독일어판과 영어판) 판들의 차이에 대해서도 주석으로 다 달아놓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