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은 그런 나의 마음을 더 찔리게 만들었다.
"논리도 없고, 정말 그냥 하는 말들, 아무런 효용 없는 말들이 사람의 관계와 정서를 돈독하게 만들어요." - 《시사저널》 2020년 3월 21일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얼마 전에 만난 오선화 작가의 말도 생각이 났다. 그는 청소년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학교나 도서관에서 강의하는 작가 겸 청소년 활동가이다. 그의 주변에는 늘 청소년들이 북적인다. 한때는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연락을 받지 못할까 봐 새벽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휴대전화는 늘 켜놓았다고. 그는 위탁 시설이나 소년원을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시설에 다녀오면 아이들과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어보는 어른들이 유독 많다고 한다.
"애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말 별 얘기 안 하거든요. 그냥 수다 떠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난 얘기, 뭐 먹은 얘기, 어디 갔다 온 얘기…… 들어보면 다 쓸데없는 얘기들이에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 애들한테는 그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요. 사람한테 정말 필요한 건데."
두 작가의 말에 가슴이 찡해져,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아무런 효용 없는 말'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나는 남의 '쓸데없는 말'을 잘 들어주고 있을까?
애당초 쓸데없는 말을 하거나 그런 말을 들어줄 여유가 나에게 있기는 한 것일까?
어떤 기준을 넘지 못하는 말은 모두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되거나 '말도 안되는 말'로 버려지기 십상이다. 혹시 말로 상처를 받는 이유가 이런 말들을 못 하고 살아서 그런 건 아닐까? 두 작가의 말처럼 때로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이, 또 그런 말을 들어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삶에 큰 위로가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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