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마음이 머무는 구절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아니타 무르자니 Anita Moorjani, 황근하 옮김

참참. 2021. 3. 28. 20:38

 

 

  나는 외출을 삼가고 안전하게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좋지 않은 것이었지만 겉모습 역시 한눈에 봐도 환자 같아졌기 때문이다. 숨 쉬는 것도 힘들어졌다. 팔다리는 가시처럼 가늘어졌고, 급기야 고개를 들고 있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던지는 시선이나 하는 말들도 몹시 거슬렸다. 사람들이 불쾌해서나 나를 무시해서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도 호기심이나 일종의 동정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바라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사람들은 즉각 눈을 돌려버렸다. 그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표정 뒤에 숨은 감정을 잘 알았다. 예전에 아픈 이들을 바라볼 때 나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날 동정했다. 나는 곧 나를 보거나 나와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으레 그렇게 느낄 거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사람들을 그토록 불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내가 불쌍하게 여겨졌다. 이쯤 되자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나갈 생각을 아예 접고 말았다.
  나는 곧 두려움과 절망이라는 내가 만든 새장 안에 갇히고 말았다. 그렇게 내 삶의 반경은 더욱더 작아졌다. 시간은 마치 미끄러운 내리막길 위를 내리달리듯 그렇게 흘러갔다. 내게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면 누구든 행운아 같았다.
 - 94쪽

 

  '내가 걸어온 삶의 길을 봐! 왜 난 늘 내게 그리도 가혹했을까? 왜 늘 스스로를 그토록 혼내기만 했을까? 왜 항상 자신을 그렇게 냉대했을까? 왜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내 영혼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내보이지 않았을까?'
  '왜 늘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려고만 하고 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과 창조적인 능력을 억누르기만 했을까? 싫을 때도 좋다고 하면서 번번이 내 자신을 배신했었어! 그냥 내가 되는 대신 늘 다른 사람의 인정을 구하면서 스스로를 모독했었지! 왜 나의 아름다운 가슴을 따르지 않고 나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왜 몸을 입고 사는 동안에는 이것을 깨닫지 못할까? 자신에게 그토록 가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는 어쩌면 그리도 몰랐을까?'
  나는 여전히 조건 없는 사랑과 수용의 바다에 온전히 잠겨 있었다. 새로워진 눈으로 자신을 볼 수 있었고, 내가 이 우주의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나는 판단이 아니라 부드러운 사랑을 받을 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별히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내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였다.
  이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깨달음이었다. 나는 늘 노력을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든지 사랑받을 만한 뭔가를 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몹시 놀랐다. 내가 아무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다니. 그저 내가 존재한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 121쪽

 

  "내 몸에 암세포가 전혀 없다면서 왜 여기 있어야 하죠?" 내가 물었다.
  "암세포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암세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잊지 마세요. 몇 주 전 여기 들어올 때만 해도 말기암 환자셨어요!" 그들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전신 PET 촬영(양전자 단층 촬영)을 한 후, 그래도 암세포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그날로 내 치료는 끝이 났다. 거기에 의료진이 한 번 더 놀랄 일이 있었으니 내 목의 상처들을 봉합하려고 날짜를 잡아놓은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 없어진 것이었다. 피부 궤양이 저절로 나았기 때문이다.

  2006년 3월 9일, 입원한 지 5주 만에 나는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도움이 조금 필요할 뿐 그 외에는 아무 보조 기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행복에 도취된 상태에 있었기에, 의사들은 내 퇴원 통지서에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써주었다. "안정을 위하여 퇴원해도 좋음. 적어도 6주간 쇼핑이나 파티 금지!"
  하지만 그렇게 고분고분할 내가 아니었다. 불과 일주일 뒤인 3월 16일이 내 생일이었기에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점 '지미의 키친'에 가서 식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으며 내 새로운 삶을 축하했다. 그 다음 주인 3월 26일에는 친구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를 잘 알고 있던 친구들은 깜짝 놀랐다. 내가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샴페인을 마셨던 것이다. 난 그 어느 때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삶은 그저 기쁘고 자유롭게 살기 위한 것이란 걸.
- 1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