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 42

작은책 17.5월) 나는 어쩌다 홍천에 오게 됐나

나는 어쩌다 홍천에 오게 됐나(작은책 5월호에는 '진달래 따기, 엄청난 도전!'이란 제목으로 실림)자연농 농부가 되고 싶은 참참홍천에 온 지 2주쯤 됐는데 시골이야기를 쓰자니 적이 멋쩍다. 이삿짐 나르고 정리하는 동안엔 밥도 중국집에서 먹고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밖에 나가 지천에 널린 봄나물 캐다 밥을 해먹으니 이제 참말 시골에 온 것 같다. 먹을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던 쇠뜨기라는 풀을 곁지기가 발견해 일본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가며 요리를 해먹었다. 꽤 맛있어서 요즘 곁지기는 뱀밥(쇠뜨기 생식줄기의 다른 이름)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밖에도 냉이, 달래, 쑥, 파드득나물, 꽃다지, 개망초 등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 마구마구 돋아나고 있다. 일단 봄에는 굶어죽기 어려울 거 같아 다행이다.많은 사..

식당에 대하여

우리나라처럼 외식을 많이 하는 나라가 없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프랑스에 여행 가서 외삼촌 댁에 묵으면서 느낀 것도 그렇다. 파리 쪽이었는데도 묵는 동안 식사는 계속 집에서 함께 먹었다. 물론 외삼촌네가 프랑스에서 독특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국가별 외식비율에 대한 통계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에 전체 식품 소비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5.9%였으나 2007년에는 41.9%로 올랐다는 미국 농무부의 조사결과가 있단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저녁식사를 외식으로 하는 비율이 98년 20%에서 2012년 32%로 증가했고, 점심 외식은 43.8%에서 46.6%로 오르면서 45.7%가 응답한 가정식보다 많아졌으며, 아침식사의 외식비율도 15년 새 거의 2배나 높아졌다..

[한겨레 훅] 안녕하지 못할 그 청년의 안부를 묻는다

안녕하지 못할 그 청년의 안부를 묻는다 요즈음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사람들이 이전까지는 안녕해서 가만히 있었겠느냐만, 이제는 그 불편함이 도를 지나친 것이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철도민영화 반대와 철도노조 파업이 있다. 나 역시 이런 상황 속에서 안녕하지 못하다. 그런데 내가 정말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최근 4호선에서 사망사고가 났을 때 출입문 개폐를 담당했다던 청년이 바로 그 사람이다.파업이 시작되면서부터, 코레일은 노조가 남겨둔 노동자들을 통한 필수유지율보다 더 많은 열차를 유지하려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가능한 모든 사람을 투입하는 것도 모자라,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학생들까지 동원한 것이다. 사고 이후 밝혀진 사실들은 경악스럽기 그지없..

[한겨레 훅] 나라가 이 꼴이라 더 연애가 필요하다

얼마 전 '한겨레 훅'에 실었던 글입니다.http://hook.hani.co.kr/archives/51054----------------------------------------------------------------------------------------------------나라가 이 꼴이라 더 연애가 필요하다 얼마 전 모 아나운서가 열애설을 해명하며 트위터에 쓴 글 일부가 굉장히 화제가 됐다. 화제가 된 것은 뒤에 덧붙인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연애’라는 짧은 글귀였는데, 이 글귀는 연애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신선한 변명거리가 되어주며,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패러디가 올라왔다. “나라가 이 꼴인데 공부는 무슨”, “나라가 이 꼴인데 무슨 단풍 구경?”, “나라가 이 꼴인데..

['여자대통령' 주제 글쓰기]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

얼마 전 미국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흑인 대통령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가 흑인이므로, 미국에서 흑인들이 받는 차별에 민감하리라는 것 아닐까? 흑인으로 평생을 살면서 지니게 된 정체성이 있을 것이고, 흑인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약자들을 이해하기도 쉬울 확률이 높다. 여자 대통령이라고 했을 때도 비슷한 상상이 가능하다. 이 나라에서 여자로 계속 살아왔으니, 이 사회의 여성에 대한 차별, 이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에 대해 좀 더 민감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 대통령이 되신 분을 보면 그런 기대를 하기가 조심스럽다. 그가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 사회에서 다수의 여성들이 겪는 차별이나 그 일상들..

한겨레 오피니언훅에 실은 글.

청년유니온의 이름으로 한겨레 오피니언훅에 연재되는 일(job)상다반사 라는 코너에 차례가 돌아와 글을 썼다.제목은 '일상의 문제'. 신문에 칼럼을 써보는 게 꿈 중의 하나였는데,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하하하, 신기하다.한겨레라는 나름 메이저 신문 사이트에 글이 올라간다고 하니까, 뭘 써야할지 참 난감했다.할 수 있는 건 결국 내가 경험한 내 이야기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이야기를 썼다. -----------일상의 문제5시 50분 기상, 7시 40분 첫 수업 시작, 밤 12시 자습 끝.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일과다. 전원 기숙사 학교였고, 집에는 한달에 한번, 2박 3일 갈 수 있었다. 여름방학은 3박 4일, 겨울방학은 4박 5일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한다. 나머지 방학기간은 학기 ..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가?

이 나라가 과연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가? 노조가 파업을 하다가 불법파업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판결이 나면 그 사람들은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돈을 모아 벌금을 내곤 한다. 아무리 억울하다 하더라도 그게 법이니까, 법의 판결은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가 권력과 돈에 굴복하여 더럽고 치사한 논리와 억지를 부려서 판결을 냈다하더라도, 지켜야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열심히 싸워서 7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내도 대기업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최종 결정을 했지만 현대자동차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여전히 그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주 토요일, 대법원의 ..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

학교에서 몇몇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여성주의 모임에 요즘 참여하고 있다. 이번 방학에도 매주 화요일마다 세미나를 한다. 이번에 함께 읽는 책은 《오빠는 필요없다》. 첫 세미나에서 1, 2부를 읽고 썼던 발제문. 오빠는 필요없다: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저자전희경 지음출판사이매진 | 2008-10-17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밖에서만 '진보', 안에서는 '보수'를 부르짖는 오빠들의 행태를... 2013. 7. 9.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진보적인 운동단체 등에서 여성이 주변부에 있게 되고, 어떤 직책에 오를 경우에는 그 직책 자체가 잡무를 하는 직책으로 변해갔다는 이야기들이, 충격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반면, 조합원으로 있는 세대별 노동조합 ..

['댓글' 주제 글쓰기] 댓글 하나만큼의 관심

알랭 드 보통은 그가 쓴 《불안》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시를 당하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쳐들며, 미소나 칭찬과 마주치면 어느새 역전이 이루어진다. 혹시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고 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문장을 읽고 격하게 공감해서 따로 적어두기까지 했다. 어떨 때는 상당히 독립적으로 남의 눈 신경쓰지 않고 사는 것 같다가도, 끊임없이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하기도 하는 내 모습을 늘 발견하기 때문이다. 바로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한 카페에 매주 연재하는 글이 있는데, 조회수도 낮고 무엇보다 일주일동안 단 한 개의 댓글도 달리지 않은 것이다. 많지는 않아도 댓글이 달리면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글을 쓸 맛이..

2013.7.3. 최저임금 인상 동시다발 1인시위 연세대 참여자 인터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하루 앞둔 오늘,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중 교수로 재직 중인 다섯 분이 소속된 다섯 개의 대학교 정문 앞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연세대학교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던 청년유니온 노경호(연세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조합원을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만났다. 노경호 조합원은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대 학생회에서 부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에는 아예 휴학을 하고 학생회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유니온과의 인연도 사회대 학생회 활동과 닿아있다. 지금은 청년유니온에서 일하고 있는 정준영 사무국장과 사회대 학생회 활동을 함께했던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지 묻자, 연구보조원으로 적은 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보다 많은 시급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

기자단이 만난 사람 - 청년유니온 대학생 조합원 '이기원' 씨 인터뷰.

▲사진 가장 오른쪽이 이기원 씨 시험이 한창이던 6월 19일 수요일, 시험기간에다 프로젝트까지 하시느라 바쁜 대학생조합원 이기원 씨를 종각에서 만났다.가까운 카페에서 간단하게 인사만 나누고, 아직 조금은 어색함이 있는 상태로 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청년유니온진회: 식상한 질문이지만, 청년유니온은 어떻게 알고 가입하게 되셨나요?(웃음)기원: 청년유니온의 존재 자체는 예전부터 알았어요. 처음에는 노동보다는 교육 쪽으로 관심이 많았는데, 그러던 중에 청년활동을 좀 통합적으로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년유니온이 그런 방향에 맞는 것 같아서, 가입하게 됐죠. 작년 6월에 가입했어요. 진회: 그러면 그런 활동을 하고 싶으셔서, 지금 청년유니온 대학생팀에서 활동을 하게 되신 건가요?기원: 우선은 경기도 대의원..

[사적인 책읽기] 네번째 책 편지, 《유럽의 교육》

* 이 글은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http://cafe.daum.net/ybank1030)에 토닥요일칼럼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하는 글입니다. 나 역시 속았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달리,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로맹 가리의 소설작품이다. 유럽의 교육저자로맹 가리 지음출판사책세상 | 2013-02-2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중요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거장 로맹 가리의 탄생을 알린... 최근 위와 같이 새로 나왔으나, 내가 읽은 것은 도서관에서 빌린 1982년도 판이었다. 이 책은 홍세화 선생님과 함께하는 '가장자리 협동조합'의 공부모임 1기에서 함께 읽었다.개인적으로는 이름만 많이 들어본 로맹 가리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어보는 계기가 됐다. 폴란드의 한 소년이 전쟁을 피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