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92

Here U Are

같이 사는 사람이 추천해서, 오랜만에 웹툰을 하나 정주행했다. 요즘은 웹소설은 봐도 웹툰은 안 보고 있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하고 있는 Here U Are라는 작품이다. 댓글 보다보니까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아니었다. 중국 작품을 번역해서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스무살 내기들의 연애 얘긴데, 주로 남자끼리의 연애다. 소위 말하는 BL이라 할만한 장르랄까. 난 남자와 연애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감정선도 좋고, 둘이 꽁냥꽁냥 연애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내가 20대 초반의 저런 꽁냥꽁냥한 느낌이 드는 연애같은 걸, 다시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게, 같은 말을 진심을 담아 할 수 있을까. 다른 ..

일상/2020~2022 2020.04.27

아무것도 하기 싫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는 생각만 하다 지나간 한 주였다. 오늘 새벽에 깨어나니 이제야 좀 정신이 들어, 뭔가 남겨놓고 싶어졌다. 왜 이렇게 다시 무기력했을까. 방금 떠오른 하나의 이유는, 목표가 너무 멀어서. 공부해야할 게 너무 많다. 당장 회사에서 하는 업무를 위해서만도 1. php와 php 기반의 프레임워크(코드이그나이터 CodeIgniter 등), 고도몰 구조. 2. HTML, CSS, JavaScript, JavaScript라이브러리인 jQuery 3. MySQL 데이터베이스, SQL문 4. 리눅스, 서버운영, 크론Cron 등을 빨리 계속 공부해야한다. 매일같이 공부하라는 압력을 받는 것만 이정도지, 더 넓은 범위로 생각하면 공부할 거는 뭐 끝도 없는 수준. 잠깐 벼락치기로 해낼..

일상/2020~2022 2020.04.27

외로움

지난 주말에는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이 가까워서 가족들과 강릉에 다녀왔다. 아버지 산소가 있는 나의 고향. 현재 수원에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와 동생네 부부는 좀 더 강릉에 머물렀지만 나는 금요일 밤에 가서 토요일 오전에 산소에 들렀다가 그날 바로 서울로 돌아왔다. 외로움을 꽤 많이 타는 편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외로워서 누구라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여기저기에 있다. 스물한 살, 첫 연애를 할 때 그래서 몹시 도를 지나쳤다. 그때니까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24시간, 365일을 함께 있으려고, 함께 있지 않을 때도 계속 문자메시지 보내고, 이어져있으려고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래도 못할 거다. 그 사람도 이런 면을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그도 첫 연애였고, 연애란 원래 이런 거..

일상/2020~2022 2020.04.20

취직턱

서울로 돌아왔을 때 밥을 사줬던 직장인 친구 H에게 취직 기념으로 밥을 샀다. 퇴근이 살짝 늦어져서 약속에 조금 늦었는데 그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만나기로 한 건물 앞에서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안 그래도 지적인 이미지를 한층 더 그렇게 만들어줬다. AI에 대한 책이었던 것 같은데. 그도,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 빠른 취직에 대한 이야기, 코로나로 취소된 그의 여자친구와의 뉴욕여행 이야기를 빙자한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에 대한 내가 전혀 몰랐던(내가 작년에 네덜란드에 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구나) 국제적인 상황, 투표에 대한 이야기와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20대 때보다 어딘지 보수적인 사고로 조금씩 밀려가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 스타벅스에서 색깔이 맘..

일상/2020~2022 2020.04.15

답장

어쩐지 어떤 글에는 답장을 쓰고 싶어진다. 그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쓴 편지가 아님에도. 그럴 때는 답장을 써서 보내기도 하고, 아니면 그저 답장처럼 쓴 글을 블로그에다 올려놓기도 한다. 김원목 작가님의 [지금, 그리고 영원히 지금] 연재를 통해 아래와 같은 박준 작가의 문장을 접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아, 편지를 받을 때면 거의 언제나 사랑받는 기분이었다. 몇 글자 되지도 않는 생일 축하메시지가 담긴 첫사랑의 편지(라기보단 쪽지에 가까운)를..

일상/2020~2022 2020.04.15

떡볶이

집에 떡볶이 떡이 왔는데, 유통기한이 3일. 떡볶이떡을 주문한 하우스메이트는 결국 3일 내에 떡볶이를 해먹지 못하고 목포여행을 떠났다. 다른 하우스메이트 D는 곧 받을 건강검진 때문에 고춧가루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고, 본가에 갔다. 혼자 저 많은 떡으로 떡볶이를 하자니 좀 그래서, 아무도 없는 집에 친구라도 불러서 같이 먹으려고 고등학교 동기 H에게 전화를 했더니만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올 수 없단다. 근데 그 말 하려고 했던 전화통화를 한 시간하고도 이십 분을 했다. 이상하게 H랑은 통화를 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 보면 이제 그만 끊자, 는 말만 몇번을 하면서 이렇게 한시간이나 통화하게 되곤 한다. 본인은 그런 줄 잘 모르는 거 같은데 녀석은 생각보다 굉..

일상/2020~2022 2020.04.11

시시콜콜한 이야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우리에겐 꼭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예전에는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건 연인이나 베스트프렌드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언제든,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사람. 근데 사실 아무리 연인이나 아주 친한 친구라고 해도 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살다보면 내 안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말들. 내 감상들. 그리고 꼭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싶은 무엇들이 있다. 출근길에 본 벚꽃이 너무 예쁜데, 이걸 꼭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기술이 좋아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면 되는데, 찍고나니 이걸 누구에게 보낼까. 아무 이유도 맥락도 없이 그 사진을 수신해줄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어쩌면 아주 많이, 어떤 순간에는 몹시 간절하게. 어째서..

일상/2020~2022 2020.04.11

첫 월급

3월 2일부터 출근해서, 오늘 첫 월급을 받았다. 여차저차해서 못 받을 뻔 했는데 어쨌거나 받았다. 한 달하고 일주일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첫 월급을 받기까지 엄청 오래 일한 기분이다. 그동안 워낙 많은 일이 있기도 했다. 인생의 첫 월급같은 건 아니지만, 기업체에서 일해본 건 처음이라 많은 것들이 새로웠다. 회사가 신사업 런칭으로 무척 바쁜 시기에 입사해서(그러니까 새로운 사람도 뽑은 거지만)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신입이 뭘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냐만은, 신입에 수습으로 들어간 것 치고는 못하진 않은 것 같다. 사고도 좀 치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럭저럭 적응해나가고 있다. 게다가 원래 회사가 뽑으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모자라는 능력으로 회사 입장에서도 가르쳐서 써먹겠다, 내 입장에서도 월급 적더라도..

일상/2020~2022 2020.04.10

할머니는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강애식, 21년생 우리 할머니 성함이다. 나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부모님은 맞벌이 하시느라 늘 늦게 들어오셨고, 아침밥도, 저녁밥도 다 할머니가 차려주셨다. 고등학교 때부터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그렇게 떠나기 전까지는 늘 할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할머니가 매일 청소하는 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할머니는 날 많이 예뻐하셨다. 어쩌면 그 가장 큰 이유는 단지 내가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할머니가 날 먹여 살리셨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동안 할머니에게 들어오는 제일 좋은 건 내 몫이었다. 그랬던 할머니가, 이젠 나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신다. 몇 년 전에는 내가 전화만 하면 우셨는데, 이제는 울지도 않으신다. 오히려 그게 더 나은 일일까. 날 전혀 기억..

일상/2020~2022 2020.04.06

[지금, 그리고 영원히 지금], 루티너리 어플

추천의 글. 1. 김원목 작가님의 [지금, 그리고 영원히 지금] 4월호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If9ByxxjDlbYYhpwxWAlArg7gEp0oyeYdDiz6d08CbmgwbQ/viewform 3월호를 구독했는데, 좋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보내주시는 건 아니라서,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즐거움이 있다. 솔직히 입사 첫 달이라 정신없고 바빠서 그날그날 챙겨보진 못했다. 밤늦게 보내주실 때도 있고. 그날의 주제에 따라 다르지만, 읽다보면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사실은, 좋은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갈수록 뭐가 좋을 때 거기에 이유를 갖다붙이는 데 게을러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분홍색을 좋아하는 데에 이유는 없다. 그냥 좋은 것뿐이다.ㅎㅎ..

일상/2020~2022 2020.04.04

벚꽃과 키보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는 올림픽 공원 앞에서 자전거도로 양쪽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지나간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얼마 전에 구입한 레오폴드 핑크색 키보드가 있다. 아침마다 자전거타고 벚꽃을 바라보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덕분에 출근길이 한층 더 즐거워졌다. 출근길이 즐겁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레오폴드 키보드도 정말 맘에 든다. 일단 색깔! 실물이 도착해서 열어보니 사진으로 보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예뻤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예뻐서 맘에 든다. 둘째로는 소리! 두드려보니까 소리가 진짜 취향저격 소리다. 다들 그렇게 칭찬하는 레오폴드 갈축의 키감과 소리, 괜히 기계식 키보드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전이라 할 정도로 좋은 평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다. 일이 많고 생각대로 잘..

일상/2020~2022 202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