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첫 월급

참참. 2020. 4. 10. 23:48

 

3월 2일부터 출근해서, 오늘 첫 월급을 받았다. 여차저차해서 못 받을 뻔 했는데 어쨌거나 받았다. 한 달하고 일주일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첫 월급을 받기까지 엄청 오래 일한 기분이다. 그동안 워낙 많은 일이 있기도 했다. 인생의 첫 월급같은 건 아니지만, 기업체에서 일해본 건 처음이라 많은 것들이 새로웠다. 회사가 신사업 런칭으로 무척 바쁜 시기에 입사해서(그러니까 새로운 사람도 뽑은 거지만)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신입이 뭘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냐만은, 신입에 수습으로 들어간 것 치고는 못하진 않은 것 같다. 사고도 좀 치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럭저럭 적응해나가고 있다. 게다가 원래 회사가 뽑으려고 했던 것보다 훨씬 모자라는 능력으로 회사 입장에서도 가르쳐서 써먹겠다, 내 입장에서도 월급 적더라도 배우는 학생의 마음가짐으로 하겠다, 정도 느낌으로 들어갔던 것에 비해서는 나름대로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역시나 해당 분야의 기술(프로그래밍)을 배운지 너무 얼마 안되었고 배운 게 적다보니 할 수 있는 일도 적고 해당 분야 업무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해결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많기는 했다. 그래도 그런 것에 비해 주어진 일은 어떻게든 해내려고 했고 큰 기술이 필요없는 많은 일들을 맡아서 처리했다.

다행히 그런 점을 회사에 계신 분들도 인정해주셨는지, 3달간은 수습으로 80% 월급만 받기로 계약했는데 첫 달부터 100% 월급이 들어왔다. 혹시라도 잘못 들어온 건가 싶어서 팀장님께 여쭤봤더니 수습기간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봐야 동년배들에 비해 많은 돈은 아닐 수 있지만, 배운지 몇달 되지도 않은 기술로 입사해서 무사히 수습 수준은 아닌 것으로 인정 받은 것만해도 뿌듯했다. 부족한 기술을 메우기 위해 퇴근 후에도 더 마음을 다잡고 공부해야하겠다는 다짐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지만, 월급이 들어오니까 또 반짝 의욕이 추가되는 기분이다.

그나저나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조건만 되면 해주겠다고 회사에서 먼저 말씀을 해주시는데, 조건에 살짝 애매한 부분이 있다. 최종학교 졸업 후 고용보험 총 가입기간이 12개월이 넘은 사람은 최종 고용보험 자격상실 후 6개월의 실직기간이 있으면 청년내일채움공제 2년형에는 가입이 가능한데, 이 조건에서 내가 지금 일터에 입사하기 전 구직하면서 두 달동안 일했던 다이소 아르바이트의 고용보험 가입이력 때문에 혹시 6개월 이상의 실직기간이 인정이 안되는 것은 아닌가싶어서다.(다이소 아르바이트 시작 전까지는 최소 2년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된 적 없다.) 구직하는 동안에도 월세는 나가니까 하루 3시간씩 알바 두 달 한 건데 그것 때문에 안 되면 좀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만약 지금 일하는 곳에 취직이 안됐으면 지금 거기 알바 계속 하면서 서울시 청년수당이랑 다른 자산형성 프로그램에 신청했을텐데. 지금은 청년수당은 당연히 신청자격이 안 된다.

이번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은 오늘 신청했다. 중소기업 신입사원 월급이다보니 웬만하면 자격조건에 해당하지 않을까싶다.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도 청년우대형 조건이 되는 것 같은데 서류 떼서 은행가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못하고 있다. 빨리 할수록 이익인데, 급여명세서나 서류 준비되는 대로 점심시간 이용해서라도 꼭 신청해야지.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그동안 참 이런 부분에 무심하고 무지하게 살아왔구나 싶다. 나름대로 가계부도 쓰고 하긴 했는데, 온갖 금융상품 등은 너무 귀찮고 나랑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정말 신경을 안 썼다.

최근엔 신용카드를 하나만 쓰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결국 현재 쓰는 알뜰폰 통신사 kt m mobile에서 매달 통신비 12,000원 할인받을 수 있는 제휴카드로 하나 만들어서 쓰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복잡한 할인, 적립금 혜택을 찾아다니면서 쌓고 쓸 자신이 없다. 게다가 편의점, 대형마트, 패밀리레스토랑 이런 거 잘 이용하지도 않는다. 한살림 생협에서 혜택받는 신용카드 따위는 전혀 없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은 통신비 할인 확정적으로 매달 12,000원씩 받으면 그게 최고일 것 같다. 그 카드 연회비는 15,000원이더라. 그럼 1년에 144,000원을 할인 받고 15,000원을 연회비로 내는 거니까 이론적으로 129,000원은 확정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 굳이 할인, 적립에 해당하는 가게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해당 카드는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이면 12,000원 할인, 70만원 이상이면 17,000원 할인이 적용되는데, 내 한달 핸드폰요금이 14,000원이 안 되니까 17,000원 할인은 필요하지도 않고, 신용카드 실적 70만원은 은근히 못 채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30만원 정도는 식사하고 뭐 살 때마다 카드로 결제한다고 생각하면 웬만하면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용카드 쓰다보니까 물건을 사도 통장에 돈이 줄어들지 않아서 돈이 계속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는 걸,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처음 겪어봤다. 서른이 넘도록 평생 신용카드를 안 써봤다. 이게 사람 심리가 참 얕아서 당장 눈에 통장 잔고가 있으니까 자꾸 더 쓰게 된다. 무섭다. 그래서 별도 통장을 만들어서 신용카드로 쓸 때마다 거기다 옮겨놓고 있다. 내 눈앞에서 이미 쓴 돈은 치워버리려고. 좀 귀찮긴 한데, 마음은 편하다. 통신사 제휴카드로 30만원씩만 실적 채우고나면 그 다음부턴 아무래도 이게 귀찮아서라도 체크카드 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비플러스에 가입해서 국민도서관에 투자를 했다. 원금손실 가능성 있는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고 귀찮아서 이자 없어도 되니까 그냥 은행에 맡기는 편이었는데, 일단 관심있는 곳이었고 임팩트투자 개념이라서 좋았다. 내가 생각했을 때 괜찮은 일을 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역시 투자는 수익을 보고 하는 것. 8%라는 수익률도 탐났다. 은행에 천만원을 1년 정기예금, 정기적금해도 기껏해야 10만원 나올텐데, 8%면 세금 떼고 뭐 떼도 최소한 40~50만원이 나온다는 거니까. 어차피 돈이 얼마 없으니까 몇 퍼센트를 수익 내든 그리 큰 돈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몇 십만원 부수입이 이 월급 받는 직장인에겐 또 얼마나 소중한가. 왜 사람들이 그렇게 주식에 열을 내는지 점점 더 이해가 간다. 역시나 게으르고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도저히 주식은 못 할 것 같다는 결론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