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떡볶이 떡이 왔는데, 유통기한이 3일. 떡볶이떡을 주문한 하우스메이트는 결국 3일 내에 떡볶이를 해먹지 못하고 목포여행을 떠났다. 다른 하우스메이트 D는 곧 받을 건강검진 때문에 고춧가루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고, 본가에 갔다. 혼자 저 많은 떡으로 떡볶이를 하자니 좀 그래서, 아무도 없는 집에 친구라도 불러서 같이 먹으려고 고등학교 동기 H에게 전화를 했더니만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올 수 없단다.
근데 그 말 하려고 했던 전화통화를 한 시간하고도 이십 분을 했다. 이상하게 H랑은 통화를 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 보면 이제 그만 끊자, 는 말만 몇번을 하면서 이렇게 한시간이나 통화하게 되곤 한다. 본인은 그런 줄 잘 모르는 거 같은데 녀석은 생각보다 굉장히 좋은 청자다. 수다떠는 맛이 있다. 아무래도 말은 내가 좀 더 많이 하지 않나 싶다.
결국 혼자 남은 집에서 혼자 떡볶이를 해먹었다. 아침에 잔뜩 끓인 순두부찌개도 남아있어서 좀 그랬지만, 그래도 파 잔뜩 썰어넣고 떡을 식용유에 먼저 튀기다시피해서는 그 뒤에 물과 버섯, 어묵, 양배추, 고추장, 설탕 넣고 끓였다. 떡볶이를 해보는 건 오랜만인 거 같은데 나쁘지 않게 됐다. 문득, 내가 나 혼자 먹으려고 떡볶이를 요리한 적이 있었나 돌아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원래도 혼자 있을 땐 라면이나 끓여먹지 나만을 위한 요리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떡볶이는 진짜 처음인 것 같다. 애초에 떡볶이를 혼자 먹으려고 요리하는 게 은근히 번거로운 일이다. 분식집에서 사먹고 말지.
그렇긴 한데, 혼자라서 조금 쓸쓸하긴 해도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떡볶이가 맛이 없었으면 기분이 별로였을텐데 다행이다. 뭐 내 입이 그리 까다롭진 않지만. 어제 출근하면서 사전투표도 진즉에 해뒀고, 오늘 고종사촌 형네 딸 돌잔치에는 결국 못 갔다.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그런 자리에 가기에는 피곤해서 많이 미안하지만 또 이런 때 아니면 볼 기회 없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집에 있었다. '공부해야되는데', '청소해야 되는데', '손빨래해야 되는데' 3종 세트만 제외하면 여유로운 토요일이었다. 일단 일요일로 하루 미뤄보자. 푸하하.
오늘은 여러 사람들에게 안부인사를 건넸다. 그러다 고창까지 놀러갈 약속을 덜컥 잡아버리기도 했다. 얼마만에 보는 건지 기억도 안 나는 사람들. 몹시 반가울 것 같다.
좋은 소식만 있진 않았다. 이상하게 요즘 따라 주변에 아파서 걱정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속으로 진심 애정하고 존경하는 두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아프다. 둘 다 집에서 혼자 아파하고 있어서 더 마음이 쓰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기껏해야 메시지 보내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밖엔. 병원에서도 딱히 뭐라 진단도 안 나오는데 몹시 고통스러워서 직장 외 모든 활동을 다 접은(그나마 코로나 시국이라 다른 사람들도 그런 처지니 박탈감이 덜하다는) B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