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시시콜콜한 이야기

참참. 2020. 4. 11. 20:07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우리에겐 꼭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예전에는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건 연인이나 베스트프렌드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언제든,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사람. 근데 사실 아무리 연인이나 아주 친한 친구라고 해도 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살다보면 내 안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말들. 내 감상들. 그리고 꼭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싶은 무엇들이 있다. 출근길에 본 벚꽃이 너무 예쁜데, 이걸 꼭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기술이 좋아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면 되는데, 찍고나니 이걸 누구에게 보낼까. 아무 이유도 맥락도 없이 그 사진을 수신해줄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어쩌면 아주 많이, 어떤 순간에는 몹시 간절하게.

어째서일까. 어쩌자고 우리는 이런 존재인 걸까. 꼭 이렇게까지 사회적인 존재여야만 했던 걸까. 모르겠지만, 하여튼 난 그렇다. 계속 그래서, 그래서 페이스북을 하기도 하고, 카톡방에 들어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그 많은 카톡방에 들어가있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나의 그 많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몇년간 갖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결국 이혼을 선택하고, 서울로 돌아오기로 선택한 이유를 딱 하나만, 단 하나만 남기라고 하면 바로 그 존재의 부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지금 함께 사는 두 사람은, 우리 셋은 그래도 그럭저럭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다. 그게 일상에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많이 크다. 너무 소소하고 일상적이라 크게 와닿지는 않는데 그걸 잃어본 사람의 감각으로 느끼면 몹시 소중하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시시콜콜 적어놓는다. 일기처럼. 아주 어릴 때는 일기라고 하는 것의 개념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었다. 아무에게도 전하지 않을 글을 왜 쓰지?라는 느낌이었다. 그 다음에는 전부 기억할 수 없으니까 기록한다. 지금의 느낌을 나중엔 기억할 수 없으니까 기록으로 남긴다, 정도로 이해했다. 지금은 거기에 더해서 감당할 수 없는 내 안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라도 들어줬으면 해서일까, 그런 느낌일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블로그는, 일기장과는 달리 어쨌거나 공개되고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글이다. 그래서 일기보다 조금은 더 긴장하고 쓴다. 그래도 정 공개할 수 없다면 비공개로 돌리면 되니까 나쁘지 않은 일기장이다.

어딘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혹은 이 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봤으면, 하고 바라지만 누구도 보지 않는다고 해도 이전처럼 조바심이 나진 않는다. 만약 더 누군가가 보기를 원했다면 아마 페이스북에 썼을 것이다. 요즘은 페이스북보다는 블로그에 자주 뭔가를 쓴다. 쓰다보면 내 글은 자꾸만 길어지기 때문에 현대의 SNS에 맞지 않기도 하고, 그저 떠들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난 정말 시끄러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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