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어떤 글에는 답장을 쓰고 싶어진다. 그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쓴 편지가 아님에도. 그럴 때는 답장을 써서 보내기도 하고, 아니면 그저 답장처럼 쓴 글을 블로그에다 올려놓기도 한다. 김원목 작가님의 [지금, 그리고 영원히 지금] 연재를 통해 아래와 같은 박준 작가의 문장을 접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아, 편지를 받을 때면 거의 언제나 사랑받는 기분이었다. 몇 글자 되지도 않는 생일 축하메시지가 담긴 첫사랑의 편지(라기보단 쪽지에 가까운)를 대단히 열심히 관리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최근까지 가지고 있었다. 삐뚤빼뚤한 그 글씨를 떠올리면 서로가 첫 연애였던 풋풋한 그 시절이 생각 나 배시시 웃음이 난다.
편지를 쓰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손편지, 엽서, 쪽지. 우표까지 해서 우체국을 통해 보낸 것은 몇번 되지 않지만, 직접 전하거나 굳이 손편지로 써서 사진으로 찍어 보낸 것까지 하면 그럭저럭 꽤 될 것 같다. 솔직히 글씨는 악필에 가까워서 받는 이들이 종종 몇몇 부분을 알아보기 어려워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대체로 좋은 반응을 받았다. 하기사, 기껏 편지를 줬는데 안 좋은 반응을 하는 것도 이상하겠지만.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글로 마음을 전하는 게 더 좋다. 그게 내가 더 잘하는 방법 같기도 하다. 막 함께 있을 때는 이렇게 차분하게 그의 존재나 그가 해준 일에 대한 고마움을 언어로 정리하기도 어렵고, 직접 말하기는 어쩐지 좀 민망하기도 하다. 듣는 사람도 민망해서 길게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글은 얼마든지 정리하고 단어를 고르고, 길게 길게 칭찬이나 고마운 마음을 늘어놓을 수 있다. 별 의미는 없지만 그저 하고싶은 딴소리도 막 섞어가면서. 중언부언도 덜 하게 된다. 앞에 했던 말을 또 하는 일도 확실히 적다. 그런 점이 맘에 든다.
앞으로도 그렇게 사랑이 가득 담긴 손편지를 주고 받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