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외로움

참참. 2020. 4. 20. 05:52

 

지난 주말에는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이 가까워서 가족들과 강릉에 다녀왔다. 아버지 산소가 있는 나의 고향. 현재 수원에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와 동생네 부부는 좀 더 강릉에 머물렀지만 나는 금요일 밤에 가서 토요일 오전에 산소에 들렀다가 그날 바로 서울로 돌아왔다.

외로움을 꽤 많이 타는 편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외로워서 누구라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여기저기에 있다. 스물한 살, 첫 연애를 할 때 그래서 몹시 도를 지나쳤다. 그때니까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24시간, 365일을 함께 있으려고, 함께 있지 않을 때도 계속 문자메시지 보내고, 이어져있으려고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래도 못할 거다. 그 사람도 이런 면을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그도 첫 연애였고, 연애란 원래 이런 거라고 내 쪽에서 끊임없이 주장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주려고 했다. 그래서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걸 헤어지고나서야, 또 다른 연애를 해보고나서야 뼈저리게 헤아려보게 됐다.

자주 외로움에 몸부림 쳤고, 그 몸부림의 결과로 군대에서 제대한 이후로는 거의 쉬지 않고 연애를 하게 됐다. 그 시절에 삶의 중심축 중 하나는 언제나 연인이었다. 그리고 막연하게, 결혼을 하면 이제 그런 외로움에 몸부림 칠 일은 없으리라는 환상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처음 연애할 때처럼 설레고 낭만적이고 늘 사랑스럽고 그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어떤 안정감이 있어서 혹여 좀 싸우더라도 이 끈이 끊어지지 않으리라는 안정감이랄까 끝까지 함께할 사람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 내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도 좀 잠잠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었다.

이혼하고 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게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환상은 환상이고, 현실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결혼식 올린다고 해서 갑자기 그런 관계가 되는 게 아니니까,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는 세월도 쌓이고 해야할텐데 여차저차하다보니 그렇게 되지 못했다. 주변 상황이나 서로의 성향이나 여러가지로 많이 흔들렸고 오히려 혼자 살면서 연애할 때보다 어떤 삶의 안정감같은 게 더 없어진 느낌마저 느낄 때도 있었다. 결혼한 상태에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끔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외로울 때마저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은 외로우면 누군가 나타날 거라고(물론 이전만큼의 환상은 더이상 가질 수 없지만) 기대라도 하지만, 결혼 상태에서의 외로움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없다는 절망감과 이어지기도 했다. 그때 꼭 연인이 아니라 그냥 친한 친구들이 곁에 있었으면 그렇게까지 외롭진 않았을텐데 서울을 떠나는 바람에 다른 관계들도 다 단절된 상태였다.

이혼 후 3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외롭더니 먹고 사는 걱정이 코앞에 닥치고 어떻게 저떻게 취직해서 신입사원의 정신없는 한 달 반을 보낼 때까지는 외로움도 잊고 살았다. 그러면서 꼭 연애를 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은 일상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왜 그렇게까지 목을 메며 쫓아다녔나, 좀 쉬는 기간도 필요했다, 싶었는데. 어쩐 일인지 다시 그 외로움이 밀려왔다. 첫 월급도 받고 생계걱정도 없어지고, 직장생활도 여전히 배울 것도 많고 바쁘면서도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져가서인가. 쉽게 말해 살만해져서인가, 싶기도 하다.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때는 그 위기감에 다른 생각도 별로 안 났는데 이런 외로움이 밀려오는 걸 보니 그런가, 싶다.

다른 사람과의 스킨십이 너무 그립다. 못 견딜만큼. 누가 날 1분만 꼭 안아줬으면 좋겠다. 프리허그같은 거 괜히 하는 게 아니었구나싶고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생판 모르던 리눅스와 서버운영을 갑자기 해내야한다는 고민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와중에도 외로워서 미치겠다는 기분이 그걸 압도한 주말이었네. 하다못해 무슨 모임이라도 다 취소되고, 어디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나. 여태까지도 크게 못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 참 갑갑하다. 

 

 

'일상 > 2020~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0) 2020.04.23
취직턱  (0) 2020.04.15
답장  (0) 20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