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291

오일파스타와 홈런볼

알리오올리오같은 오일파스타 종류를 좋아했는데 최근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오일파스타를 직접 만드는데 재미를 붙였다. 드디어 늘 내게 파스타를 요리해주는 하우스메이트에게 파스타를 해줬다.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마늘기름 낼 때 청양고추를 듬뿍! 맛은 뭐, 나쁘지 않았다. 어마어마하게 넣은 청양고추 덕에 확실히 매콤했다. 다른 하우스메이트를 위해서는 홈런볼을 샀다. 동네 마트에서 46g짜리 홈런볼이 4개묶음 3250원! 당장 8개를 집어들어서 집에 쌓아놨는데 어제 후식으로 4개가 순삭당했다. 에어프라이어 홈런볼은 사랑입니다. ㅋㅋ

일상/2020~2022 2021.05.05

Forgive yourself

계속 몰랐다.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지. 이미 볼일도 없어진지 오래인 타인을 용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나를 용서하는 건 그보다 더 어렵네. 내가 저질러온 온갖 잘못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 정말 그게 최선이었니, 정말 어쩔 수 없었니라고 끝도없이 돌이켜 의심하고 또 비난하는 나 자신의 목소리로부터.. 도망쳐왔다. 그리고 도망쳤다는 이유로 또 나 자신을 비난했다. 그러나 당장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도망치는 건 당연한 일. 맹수를 마주치고 살기 위해 도망치는 초식동물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나를 용서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가장 악독한 적이 되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데리고 살아야하는 나 자신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일상/2020~2022 2021.05.05

이혼의 이유

"실은 한번 갔다왔어요"라고 이혼했단 얘길 꺼내면, 대부분 왜 이혼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해한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나도 궁금하니까 궁금해하는 것도 이해가 되고, 나도 가능하면 그들이 앞으로 결혼을 선택하거나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타산지석이라도 삼을 수 있도록 뭔가 얘기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도 다 정리가 되지 못했나보다. 이런저런 이유들이야 많긴 많지만, 단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 단 하나의 핵심이라, 그런 건 어렵다. 다만 요즘 점점 더 느끼는 건, 그동안 내가 맺어온 연인관계들의 어려움들이 대부분 상대방의 문제보다는 내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상대방의 문제야 거의 대부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상대의 행동이나 말에 대한 나의 느낌과 내 반응, ..

일상/2020~2022 2021.05.02

유리병을 깼다

아침에 닥터노아 치실병을 깼다. 유리병이어서 조심스럽게 치웠다. 다행히 작은 조각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요가를 하다 오른손이 따끔! 요가매트에 이렇게 날카로운 부분이 있을 리 없는데, 하고 보니 아까 깬 유리병의 유리조각이 매트에 박혀있었다. 여기까지 튀어서 이 검은색 매트에 박혀있으니 못봤던 것도 당연. 짜증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 병을 깼을 때도, 요가하려다 유리조각에 살짝 찔렸을 때도. 그렇지만 살다보면 언제나 이런 일은 있게 마련. 왜 이렇게 부주의해서 병을 깨느냐고 자신을 비난해봤자다. 대신 유리병들을 진열장의 조금 더 안쪽으로 밀어넣기로 했다. 유리조각은 최대한 잘 치워야겠지만, 아무리 눈을 부라리며 유리조각을 찾아헤맨다해도 모든 조각이 치워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예상치 ..

일상/2020~2022 2021.05.02

받아들이다

전에는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생각하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천생연분이다, 사랑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내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하는건지 몰랐다. 그러나 세상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대놓고 혐오하는 사람들도 넘쳐나므로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거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최선이었으니까. 멀리 있고 나와 직접 부딪치지 않는 사람들을 욕하지 않는 건 쉬웠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작은 차이도 어떨 때는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도 어렴풋한 느낌일 뿐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다른 점들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축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일상/2020~2022 2021.04.26

중쇄를 찍자

어제 하루동안 일드 를 다 봤다. 나름대로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잠시지만 출판편집자를 꿈꿔봤던 사람이다보니 더더욱 굉장히 흥미로운 얘기였다. 예전에 한국 장르문학 잡지 "판타스틱"을 구독했었는데 몇년 지나지 않아 월간에서 계간으로 바뀌더니 결국 폐간됐었다. 열심히 읽었냐면 사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잡지는 본가로 받던 고등학생시절이라 못 읽은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나중에 몰아서 읽어야지하고 생각했고 나름대로 창간호부터 전부 모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근데 어느날 집에 갔다가 어머니께서 정리하시다가 날짜가 지난 잡지라고 그걸 다 버리셨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나는 집에 한달에 한번밖에 갈 수 없었으므로 이미 시간이 지나 찾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심했다싶지만 당시엔 창간호부터 폐간호까..

일상/2020~2022 2021.04.19

누구도 날 비웃을 수 없다, 내가 스스로를 비웃지 않는 한

비웃음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좀 더 구체적인 자각으로 나아갔다. 누가 날 비웃을까봐 두렵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두려움을 초등학생 때부터 안고 살았던 것 같다. 남이야 비웃건 말건 소신껏 행동하면 된다고 머리로는 알지만, 실은 누가 비웃을까봐 지레짐작해서 포기하거나 겁먹고 일부러 더 이상하게 행동한 적도 많다. 이 두려움이 어디에서부터 생겨났을까. 음. 그건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내가 정말 두려워하는 게 어떤 것들인지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나가고 있다는 게 좋다. 문제해결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단계는 아마도 정확한 문제의 파악,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다..

일상/2020~2022 2021.04.15

버스의 비유

월요일날 만난 친구가 자기도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다면서, 인간관계는 버스와 비슷한 거라는 얘길 해줬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은 우연히 같은 버스를 탄 승객들과 같다고. 지금은 아주 가깝게 있지만, 누가 어디서 내릴지, 어디서 환승을 하러 갈지는 모른다고. 근데 그렇게 이 버스에서 내려서 나와 멀어진다고 해도 그건 근본적으로는 내 잘못도 아니고 그 사람 잘못도 아니라고, 그저 목적지가 다를 뿐이고 다른 버스에 타야할 시간이 됐을 뿐이라고. 어떻게 생각하면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 얘길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었다. 비유가 마음에 든다. 그렇지, 지금 곁에 있는 게 기적이지. 평생에 가까운 시간동안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기적이고. 실은 대부분의 우리는 스쳐지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 누구나 그렇..

일상/2020~2022 2021.04.07

사랑이 뭘까요

사랑이 대체 뭘까요. 최근에 시작된 사랑이 저에게 또 한번,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네요. 늘 사랑은 어려웠지만, 배운만큼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도 처음처럼 똑같이 그렇게 어렵습니다. 어쩌면 제가 배우는 게 좀 늦는 걸까요? 사랑하지만 독점하지 않고 독점하려 하지 않는 관계, 기존에 익숙했던 관계는 아니예요. 근데 어쩌면 이쪽이 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주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한데, 나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 다른 사람도 만나고 그 사람들도 좋아하는 사람들인 게 뭐가 문제겠어요. 그 사람에게 좋은 일, 행복한 일이라면 정말이지, 오히려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니까, 저도 중증이네요. 정말로 내 마음에 한치의 ..

일상/2020~2022 2021.03.27

The Scoop - 요즘 매일 듣는 라디오 방송

요즘 매일 저녁마다 듣는 라디오방송이 있어요. 듣다보니 지난 두 달 반동안 굉장히 열심히 듣게 되어서 소개합니다 101.3MHz TBS efm에서 저녁 6시~8시에 하는 The Scoop이라는 방송인데요. 대중교통으로 퇴근하든, 자전거로 퇴근하든 저녁약속 있는 날(거~의 없죠)을 제외하곤 항상 듣네요. 문자사연도 거의 매일 보내다보니 나름 자주 소개도 돼요.(ㅋㅋ) 방송 소개를 하자면 음, 매일 정해진 주제(질문)에 따라 청취자들의 일상 사연을 문자 및 전화연결로 듣고요, 요일별로는 흥미로운 뉴스나 생활꿀팁이나 영화/드라마 얘기 등의 코너가 있습니다. 영어방송인데, 영어로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영어를 계속 번갈아얘기해줘서(전부는 아니지만 아주 많은 얘기를 한국어-영어 양쪽 모두로 얘기해줍니다) 영어를..

일상/2020~2022 202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