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291

달리다

뛰었다. 거리 목표 10km. 6, 7년 전을 생각하고 세운 목표가 너무 높았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일단 뛸 수 있을 때까지 뛰어봤다. 5.79km를 뛰고 더 이상 나를 혹사시키지 않기로 했다. 생각따위는 다 날아가버린지 오래. 기분 좋은 탈력감이 남았다. 어제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변을 적을 일이 있었다. 나는 "내일이 기대되는 것"이라고 썼다. 그렇게 썼지만 그렇게 큰 기대하는 일 없었다. 어제 기준으로 내일인 오늘도 휴일이었고 딱히 나쁠 일은 없었으나 딱히 기대할 만한 것도 없었으므로. 그러나 낮잠의 여파와 하루종일 몸은 안 쓰고 머리만 쓰고 있었던 탓에 조금은 가라앉은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고 있을 때, 내일이라는 선물이 도착했다.

일상/2020~2022 2021.08.15

2주차

회사에서 말복이라고 보내줬던 치킨쿠폰을 썼다. 하루종일 집밖에 나가질 않았더니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둘이서 후라이드양념반반을 거의 절반 정도밖에 못 먹었다. 데이터 엔지니어링 입문 강의의 2주차 강의를 들었다. 샘플 데이터베이스에서 월별 MAU(Monthly Active Users, 월간 한번 이상 접속한 적이 있는 유저의 수)를 구하라는 숙제가 나왔다. 나도 1년 이상 쇼핑몰의 MySQL 데이터베이스 다루면서 데이터뽑는 건 꽤 익숙해져서 듣자마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계속되는 에러, 결국 어떻게든 뽑아내긴 했지만 좀 지쳤다.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배우면 그 의미가 제대로 들어오질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시 하나씩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싶다. 긴 강의를 듣고, 숙제에 매달리며 ..

일상/2020~2022 2021.08.15

미나리간장오일파스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기부 [행복두끼챌린지] 나의 한끼 사진을 찍어 올리면 국내 결식우려아동에게 6,000원 상당의 도시락이 전달 된다고 합니다 미나리간장오일파스타 귀촌하고 처음 맞았던 봄, 미나리향이 이렇게 향긋하고 좋았나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그 뒤로도 미나리를 먹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 마음은 잊고 있었다. 오늘 채소의계절의 미나리간장을 추천레시피대로 파스타에 얹어먹는데 그 미나리향이 떠올랐다. 오늘은 뭘 먹을까 생각하면 보통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은 사람인데 요즘은 문자메시지에 가득한 반찬과 레시피 목록 덕분에 집에서의 식사가 기대된다. 고맙습니다. 참여방법: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고, 행복얼라이언스 인스타계정 태그와 함께 #행복두끼챌린지 #행복얼라이언스 해시태그와 친구/지인들을 지목하면 됩니다..

일상/2020~2022 2021.08.14

위로하는 맛

껍질째 끓인 단호박 포타쥬.(채소의계절 반찬구독서비스) 매일 하는 간단한 아침 스트레칭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기대하고 있던 단호박 포타쥬를 꺼내어 꼭 닫힌 뚜껑을 땄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뻥- 소리. 작은 냄비에 절반을 덜고 물을 조금 넣어 약불에서 천천히 저으며 데웠다. 젓다보니 내가 직접 요리한 것이라도 되는 양 정성스러운 마음이 되었다. 사실 나는 "음미한다"라는 동사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급하다. 지금의 아름다운 장면도 좋지만 그 다음의 전개가 더 궁금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잔잔한 일본영화나 드라마가 몹시 지루하게 느껴졌다. 일상을 살아갈 때도 이 다음에 할 일, 이 다음에 나아갈 단계에 시선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돌아보면 그게 없어졌(다고 생각했)..

일상/2020~2022 2021.08.14

나츠메 우인장을 보다

넷플릭스에 있는 애니메이션 나츠메 우인장을 추천 받아서 보게 됐다. 시즌1의 6~7편 정도를 봤는데, 뭐랄까, 요괴들이 참 인간적이다.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자기들의 이름을 '우인장'에 적어놓고 언제든 부려먹을 수 있는 부하로 만들어버린 레이코에 대해 요괴들이 기억하는 방식은 뭐랄까 아련하달까, 애달프달까. 요괴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리워한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는다. 외로운 녀석들 같으니. 이름을 가져가놓고 왜 불러주지 않았냐고 하는데 뭔가 참, 그렇네. 이름을 가져갔으면, 불러줬어야 하는 것.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일상/2020~2022 2021.08.11

<불펜의 시간>, 김유원 작가님 인터뷰

청년연대은행 토닥에서 매달 뉴스레터 보내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이번달의 토기자는 나였다. 예전에 토닥에서 상근으로 일하던 시절, 토닥을 영상으로 찍어 이라는 제목의 다큐영상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같이 작업했던 감독님께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걸 꼭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책을 사서 읽어봤는데 소설도 무척 재밌었다. 소설에 청년연대은행과 비슷한 단체가 슬쩍 등장하기도 하고, 작가님이 문학상 받으시고나서 토닥에 후원까지 해주셨으니 더더욱! 인터뷰를 할까, 그냥 내가 적당히 소개말을 쓸까 고민하다 여쭤봤는데, 고민 끝에 인터뷰를 하시겠다고 하셔서 아주 간단한 인터뷰일 것처럼 얘기해놓고서는 내가 더 진심이 되어서 나름대로 준비를 꽤 했다. 그동안 나왔..

일상/2020~2022 2021.08.08

일상과 창작 사이, 치티 ziti

성북동 주민자치회에서 준비한 2021 주민창작전시회 일상과 창작 사이, "17717"이라는 공간의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짧게 10분에서 15분 정도 잠시 돌아보고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https://www.facebook.com/seongbukdong.council/posts/343976707180839 내가 더 많이 벌고 더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데 이런 걸 얻어먹어도 되나라는 죄책감을 아주 조금 느꼈지만, 오늘 나름 고생했으므로 풀코스(나중에 아이스크림까지)로 얻어먹었다. 동네 떠나기 전에 맛있는 거 꼭 사줘야지. https://www.instagram.com/osteria_ziti/

일상/2020~2022 2021.08.08

안녕, 부디

세탁기 대모험으로 너덜너덜해진 나를 하메 M이 밖으로 불러냈다. 애썼다며,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신나게 집을 나섰는데,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집 앞에 죽어 누워있었다. 어쩐지 최근 3일 사이에 현관문 앞에서 알짱거리다 내가 나오면 화들짝 놀라 담으로 뛰어오르던 귀여운 녀석 같아서 더 마음이 아팠다. 여긴 골목 안쪽이라 차도 거의 안 다니는 곳인데 어쩌다 그랬을까. 언젠가 홍천에서 핸드폰은 핸드폰대로 박살 나고, 보려던 영화도 못 보고 운수가 없다며 짜증이 잔뜩 난 상태에서도 길 옆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마주하고선 그 마음이 부끄러워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사실 세탁기 고장으로 빨래한 것 정도는 좀 고생이긴 해도, 어찌 보면 별일 아니다. 너도 그곳에선 부디 괜찮기를. 안녕.

일상/2020~2022 2021.08.08

세탁기 대모험(위니아 드럼세탁기 12kg WINIA WMF12BS5T 3C 에러)

(위니아 WINIA 드럼세탁기 12kg 모델명 WMF12BS5T 3C 에러) (WMF12BS5W 에러) 하메 M이 수건빨래를 돌려놓고 나갔다. 다 끝나면 널어주기로 했다. 빨래가 되는 동안 나는 이번주부터 시작한 강의의 실시간 세션을 듣고 있었는데, 자꾸만 "삐삐-"하는 소리가 났다. 강의 쉬는 시간에 나와보니 이렇게 돼있었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흔한 에러겠거니, 하고 구글에 "드럼세탁기 3C 에러", "위니아 드럼세탁기 3C"같은 걸로 검색했으나 아무것도 걸리는 게 없었다. 세탁기에서 아무 키를 눌러봐도 안 먹혔다. 결국 전화를 했다. (다행히 고객센터가 토요일에도 오후 1시까지는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알게 된 건, "위니아전자"와 "위니아딤채"가 따로 있어서, 전화번호도 다르다는 사실...

일상/2020~2022 2021.08.08

채소의 계절

어제 채소의계절 반찬구독서비스의 첫 반찬을 받았습니다. 강된장에 밥 비비고 노각 오이지는 보내주신 레시피대로 냉국을 해먹을까 했으나 얼음이 없어서 그냥 먹었습니다. 무말랭이유부조림은 정말 맥주와도 잘 어울렸어요! 같이 사는 하우스메이트가 "밥 더 먹는 거 오랜만에 보네"라고 하던 게 기억에 남네요.ㅎㅎ 아, 재택근무의 시작에 이렇게 딱 맞게! 더운 여름엔 입맛도 잘 없어지고 귀찮으면 라면도 자주 먹는데, 덕분에 살았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채소의계절 @timeofvege 인스타, 페이스북 21.07.14

일상/2020~2022 2021.07.20

속시끄러운 일

요 며칠 좀 속시끄러운 일이 있었다.("속시끄럽다"라는 표현을 20대에 처음 들었을 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속이 시끄럽다니.) 동생의 권유로 큰 고민없이 넣어봤던 무순위추첨 청약에 당첨이 됐던 것이다. 분양가는 3억 5340만원. 난 부동산이나 청약제도에 대해 거의 무지했다. 이번 생에 적어도 서울에 집을 살 일은 없다고 여겼기에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취소분에 대한 추첨이었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했다. 3일만에 서류를 제출하고 일주일만에 계약금을 마련해 계약체결을 해야했다. 계약금은 20%로 7천만원이 넘었다. 작년부터 꼬박꼬박 월급받는 직장을 얻긴 했지만 아직 그정도의 돈은 들고있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와 그 집의 가격이 분양가보다 오를 것인가(언제 그리고 얼마..

일상/2020~2022 2021.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