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92

버스의 비유

월요일날 만난 친구가 자기도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다면서, 인간관계는 버스와 비슷한 거라는 얘길 해줬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은 우연히 같은 버스를 탄 승객들과 같다고. 지금은 아주 가깝게 있지만, 누가 어디서 내릴지, 어디서 환승을 하러 갈지는 모른다고. 근데 그렇게 이 버스에서 내려서 나와 멀어진다고 해도 그건 근본적으로는 내 잘못도 아니고 그 사람 잘못도 아니라고, 그저 목적지가 다를 뿐이고 다른 버스에 타야할 시간이 됐을 뿐이라고. 어떻게 생각하면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 얘길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었다. 비유가 마음에 든다. 그렇지, 지금 곁에 있는 게 기적이지. 평생에 가까운 시간동안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기적이고. 실은 대부분의 우리는 스쳐지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 누구나 그렇..

일상/2020~2022 2021.04.07

사랑이 뭘까요

사랑이 대체 뭘까요. 최근에 시작된 사랑이 저에게 또 한번,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네요. 늘 사랑은 어려웠지만, 배운만큼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도 처음처럼 똑같이 그렇게 어렵습니다. 어쩌면 제가 배우는 게 좀 늦는 걸까요? 사랑하지만 독점하지 않고 독점하려 하지 않는 관계, 기존에 익숙했던 관계는 아니예요. 근데 어쩌면 이쪽이 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주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한데, 나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 다른 사람도 만나고 그 사람들도 좋아하는 사람들인 게 뭐가 문제겠어요. 그 사람에게 좋은 일, 행복한 일이라면 정말이지, 오히려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니까, 저도 중증이네요. 정말로 내 마음에 한치의 ..

일상/2020~2022 2021.03.27

The Scoop - 요즘 매일 듣는 라디오 방송

요즘 매일 저녁마다 듣는 라디오방송이 있어요. 듣다보니 지난 두 달 반동안 굉장히 열심히 듣게 되어서 소개합니다 101.3MHz TBS efm에서 저녁 6시~8시에 하는 The Scoop이라는 방송인데요. 대중교통으로 퇴근하든, 자전거로 퇴근하든 저녁약속 있는 날(거~의 없죠)을 제외하곤 항상 듣네요. 문자사연도 거의 매일 보내다보니 나름 자주 소개도 돼요.(ㅋㅋ) 방송 소개를 하자면 음, 매일 정해진 주제(질문)에 따라 청취자들의 일상 사연을 문자 및 전화연결로 듣고요, 요일별로는 흥미로운 뉴스나 생활꿀팁이나 영화/드라마 얘기 등의 코너가 있습니다. 영어방송인데, 영어로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영어를 계속 번갈아얘기해줘서(전부는 아니지만 아주 많은 얘기를 한국어-영어 양쪽 모두로 얘기해줍니다) 영어를..

일상/2020~2022 2021.03.21

다시, 자전거

날씨가 꽤 따뜻해졌고, 작년에 잠깐 하다 만 자전거 출퇴근을 다시 시작해보고 있어요. 따릉이는 출근만 자전거로 하고 퇴근은 지하철로 하는 매력이 있는데, 로드바이크는 얄짤없이 퇴근까지 해야하네요. 오늘은 처음으로 자전거 라이딩 앱을 켜고 달려봤습니다. 핸드폰 거치대를 사서 자전거 앞에 달았거든요. 실시간으로 내 속력을 알려주니까 왠지 더 무리하게 되네요. 그 숫자 높이는 게 뭐 그리 목숨 걸 일이라고. ㅎㅎ 곧 벚꽃이 피면 최애 자전거도로인 성내천 길에서 내리는 벚꽃잎을 맞으며 출근하겠네요. 몹시 기대됩니다.

일상/2020~2022 2021.03.18

노션?

즐기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잘 못하지만 즐겁게 동참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말 즐길 만큼 잘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조물조물 흙을 가지고 장난하듯이 그릇을 만드는 건 잘 못하지만 즐기는 것이고, 100킬로미터 울트라 걷기대회에 나가 스물여섯 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걷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지만 그것 역시 즐기는 것이다. (중략) 이런 일들을 즐겁게 하되,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보니 인생에 성공이나 실패라는 객관적 평가란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성공이나 실패와 같은 결과에 마음 두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즐겨라. 그 순간을 맘껏 누리면서 하고 있는 행위와 온전히 하나가 되라. 즐기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라면 실패일 테니까! - 황..

일상/2020~2022 2021.01.28

직장동료의 생일

오늘은 도시락 같이 먹는 직장동료 중 한 사람의 생일이었다. 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셋이서 카톡방 만들어서 생일선물을 골랐다. 결국 우리가 고른 선물은 트러플오일! 그 중에서도 화이트 트러플 오일이었다. 평소에 워낙 트러플 트러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어서 그걸로 골랐는데, 다행히 맘에 들어했다. 블랙 트러플 오일 살까, 화이트 트러플 오일 살까 고민하다가 블랙만 하나 사서 쓰고 있었다면서. 뿐만 아니라 아티제에서 케익을 조각케익으로 서로 다른 맛으로 3조각 사서 나눠먹었는데, 다 맛있었지만 특히 쿠키앤치즈 맛이 굉장했다. 서로 생일을 챙기는 직장동료들이 있다는 건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다! 몇 달간 다니던 클래식기타레슨을 다음주까지만 하고 당분간 그만두기로 했다. 요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도 많..

일상/2020~2022 2021.01.19

상담이 끝났다.

서울심리지원 동북센터에 신청해두고 2~3개월을 기다린 끝에 차례가 돌아와서 마침내 받을 수 있었던, 2020년 11월 21일 토요일부터 시작된 8회기의 심리상담이 어제 끝났다. 상담종료 설문지를 다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막 출근하신 행정직원분께서 급히 붙잡으시더니 상담을 끝마치신 분들께 드리는 선물이 있다고 받아가라고 하셨다. 야외응급키트(소독용 알콜솜과 밴드), 휴대용 칫솔치약세트, 그리고 스프링노트 한 권. "상담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선물까지 주시나요?" "별로 큰 건 아니구요." 끝까지 참 따뜻한 곳이었다. 첫 상담 때 건물이 너무 예뻐서 감탄했던 서울심리지원동북센터가 위치한 덕성여대 내의 '덕우당' 건물. 내부도 참 예쁘고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물론 분위기는 아늑하지만 실제로는..

일상/2020~2022 2021.01.17

세 가지

그가 했던 2막 끝 마지막 대사는 절대 잊지 못했다. 아내가 떠나고 싶다고, 이 결혼에서 충족감을 느낄 수 없다고, 분명 더 나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선언하자, 남편이 하는 말이다. 세스 하지만 이해 못 하겠어, 에이미? 당신은 틀렸어. 모든 걸 다 주는 관계는 없어. '어떤' 것들만 주는 거라고. 누군가에게서 바라는 것들을 다―예를 들어, 성적으로 잘 맞는다거나 대화가 잘 통한다거나 경제적 지원이라거나 지적 관심사가 잘 맞는다거나, 상냥하다거나, 충실하다거나―생각해보고 그중 세 개만 택해야 하는거야. '세 개', 바로 그거야. 아주 운이 좋으면 어쩌면 네 개를 가질 수도 있겠지. 나머지는 딴 데서 찾을 수밖에 없어. 원하는 걸 다 주는 사람을 찾는 건 영화 속에서나 있는 일이야. 하지만 이건 ..

일상/2020~2022 2021.01.06

이 한 해는 이렇게

이 한 해는 이렇게 가는구나. 안녕- 어쩌면 다른 날과 같은 하루일 뿐인데 어쩐지 평소처럼 그냥 자러 갈 수가 없는 밤 당신은 곧 다른 곳으로 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은 가장 자주 보는 사람이니까 문득 그냥 선물을 보내봅니다. 한 사람이라도 기쁘게 만들었으니까, 그걸로 괜찮은 거겠죠.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이 지나면 뭔가 더 나아질 거라고 마음속 저편 어딘가에선 그래도 그런 생각 갖고 있던 예전의 내가 부럽다. 20.12.31.

일상/2020~2022 202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