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4

새 삶

요즘도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의 습관이란 참 무서워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상황에서 늘 해오던 익숙한 생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여기에 새로운 길을 연결할 수는 있다. 심리상담 선생님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내 말을 듣고 단호하게 "그건 잘 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씀하셨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과연 그랬다. 쉽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내 기억에 연인에게도 이 얘길 했던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졌다. 이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아 내가 지금 잘 살고 싶구나하고 생각이 이어진다. 기적이다. 이전에는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2019, 2020년에는 이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죽고 싶다, 삶이란 어차피 이렇게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계속 견..

일상/2023~ 2024.02.15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24년 1월 18일 인스타/페북 --- 새해에 처음 읽은 책이 였다. 별점 5점을 줬다. 이혼하는 사람은 많은데 이혼경험담은 아직도 귀하다. 이 책은 힐링에세이라는 주장이 우습지 않을만큼 다정하다. 이혼 얘기하는데 이렇게까지 다정한 것도 재밌는데 그게 나와 연인의 엄청난 공감 포인트였다. 이주영 작가님은 결혼은 축하하는데 왜 이혼은 축하하지 않냐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니 당연히 축하해야한다며 자기라도 모든 이혼하는 사람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한다고 썼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기와 안 맞아서 힘들게 버티며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는 친구를 축하할 수 있다면 이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아직도 회사에서 이혼얘기를 꺼내면 다들 당황한다. 이젠 그게 좀 재밌기까지 하다. 나라도 이혼한 사람이 당신 옆에 ..

일상/2023~ 2024.02.15

23년 결산

24년 1월 6일 인스타/페북에 올린 글 --- 한 시간을 달렸다. 지난달에는 딱 두번밖에 못 달렸다. 그 두번을 합쳐서 7.3km였다. 그만큼 오랜만에 꽤 길게 달렸는데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23년초에 세운 한 해 달리기 목표는 2000km였는데 1246km를 달렸다. 1월과 6월에는 170km를 넘게 달렸지만 7월부터는 많이 줄었다. 그래도 실패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1246km가 어디야. 하지만 올해 상반기 목표는 슬쩍 600km로 잡았다. 월평균 100km. 사진은 23년 연말에 연인과 포토이즘 연남점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사없이 15분동안 자유롭게 찍는 방식이라 각자의 독사진도 한장씩 건졌다. 21년도부터 만났는데 매년 12월말에 사진관에서 같이 사진을 남기고 있다. 23년이 세번째였는..

일상/2023~ 2024.02.15

생존감정

이번 설에는 고향에 가지 않았다. 어머니도 보지 않았다. 지금 그 누구보다 보기 싫은 사람이 어머니다. 1500만원, 감당할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주고 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한달 반이 지났지만 괜찮아지긴커녕 내가 그 일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만 해도 다행일 지경이다. 화가 난다. 사실상 강도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생 한번에 그런 돈을 써본 적도, 쓸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1500만원을 쓰고 내가 얻은 것은 분노와 좌절감뿐이니까. 그게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여유자금의 전부에 해당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던 얼마간의 안정감도 같이 사라졌다. 500만원이라도 쓸 일이 생기면 또 빚을 내는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이미 빚을 1억 4천..

일상/2023~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