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는 고향에 가지 않았다. 어머니도 보지 않았다. 지금 그 누구보다 보기 싫은 사람이 어머니다. 1500만원, 감당할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주고 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한달 반이 지났지만 괜찮아지긴커녕 내가 그 일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만 해도 다행일 지경이다. 화가 난다. 사실상 강도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생 한번에 그런 돈을 써본 적도, 쓸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1500만원을 쓰고 내가 얻은 것은 분노와 좌절감뿐이니까. 그게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여유자금의 전부에 해당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던 얼마간의 안정감도 같이 사라졌다. 500만원이라도 쓸 일이 생기면 또 빚을 내는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이미 빚을 1억 4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