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함께 영화 보러 나갔다가 카페에서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아내의 질문이 있었다. 작가란 글 쓰는 사람. 그런데 글이라는 건 컨텐츠. 중요한 건 내용인 것 같은데, 무엇을 쓰고 싶은가, 즉 내가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저 쓰고 싶다, 쓴다는 행위를 계속 하고 싶다라는 건 어떤 걸까? 나도 고민해보게 됐다. 실제로 자신의 인생,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담은 한 권이나 두 권 정도의 흥미진진한 책만 내고 더 이상 책을 내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음악가도 첫 앨범이나 두번째 앨범 정도에서 하고 싶었던 표현을 다 하고나면 그 뒤에 활동을 안 하거나 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실험적인 걸 시도한다거나 여러모로 크게 흥미로운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들도 꽤 있지 않나.
그런 대화를 하다 영화 <국보>를 봤다. 주인공은 가부키 배우였다. 그런데 이제 보니 배우야말로 작가보다 더하다. 배우는 하얀 도화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래야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으니까. 극의 내용은 이미 정해져있다. 배우가 하고 싶은대로 대사를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걸 표현하는 행위 자체, 이미 정해져있는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잘 전달한다라는 행위 자체를 계속 하고 싶어한다. 그것을 끊임없이 더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그러고보니 나는 개발자다. 생각해보니 개발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는 이걸 약간 문제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나는 개발자인데 왜 딱히 내가 개발해보고 싶은 앱이나 서비스는 없지? 왜 딱히 떠오르지 않지?" 같은 의문이다. 물론 아예 없진 않았다. 실제로 개발해서 나름 서비스(무료이고 이용자는 몇 명 안 됐지만)한 적도 있다. 근데 이제 보니까 똑같다. 개발자는 개발하는 사람인데, 뭔가를 구현해내는 과정을 즐긴다. 만약 정말 뭔가 세상에 내놓고 싶은 IT서비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직업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개발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AI의 발전 등으로 개발은 점점 더 쉬워지고 있고 개발을 쉽게 해주는 서비스들도 엄청 많이 나오고 있다. 정말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직업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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