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갑자기 책을 더 많이 읽게 되고 블로그에 글도 잔뜩(?) 올리고 있다. 명백한 이유가 있다. 일단 회사에서 도서 구매 지원 정책을 바꿨다. 기존에는 도서구입 요청 결재 서류를 올리면 담당부서에서 승인 절차를 거친 뒤에 직접 주문해줬다. 그리고 다 읽은 책(또는 대출기간이 지난)은 회사 책장에 반납해야했다. 이젠 개인별로 하나씩 갖고 있는 법인카드로 원하는 곳에서(난 아직 종이책만 읽고 있긴 하지만 ebook도 구매 가능해졌고,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 사야하는 책도 살 수 있게 됐다! 너무 좋다!) 구매한 뒤 법인카드 영수증 제출 앱에다 책 제목이 적힌 구매내역만 추가해서 올리면 된다. 회사에 반납도 안해도 된다.
이렇게 되면서 내 기준에서는 업무 관련성이 있거나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해도 담당부서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어서, 혹은 꼭 필요해서 계속 봐야하고 책에 밑줄을 긋거나 필기하면서 제대로 봐야해서 등의 이유로 그냥 사비로 사서 보던 책들을 법카로 살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망설이던 개발 관련, AI관련 책들이나 엔비디아, 넷플릭스 등 스타트업 관련, 조직문화 관련 책들을 전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서 보다보니 흥미가 생겨서 그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책 등 점점 더 다음에 볼 책들의 목록도 많이 생기게 됐다. 넷플릭스 관련 책은 전에도 들어봤지만 최근에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된 책을 꽤 많이 읽으시는 동료분의 추천으로 다시 관심 갖게 됐다. 또 최근 회사의 핵심가치와 원칙이 개편되면서 새로운 회사 핵심 가치와 관련한 책도 샀다.
반대로 오히려 기존에는 어차피 회사에 반납하는 거니까 사서 혹시 못 읽거나 일부만 읽고 반납해도 별 느낌이 없었는데 이제는 회사 돈이라고 마구 사기만 하고 읽지 않는 것은 나나 회사에나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위기감/죄책감이 생겨서 회사 돈으로 산 책은 무조건 다 읽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내 돈으로 산 책이야 장식용으로 꽂아만 둔다해도 무슨 상관이겠냐만!) 그래서 책을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읽고 있다. (이 책을 다 읽어야 다음 책을 살 거니까!)
블로그에 글은 연말이 된 것과 관련 있다. 아내와 매년 김신지 작가님의 <평일도 인생이니까>에서 배운 새해 빙고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조금 더 단축해서 6개월마다 하고 있다. 매년 빙고에 쓰고 달성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블로그에 글쓰기였다. 이번엔 진짜 성공하겠다고 목표를 낮춰 잡아서 하반기 6개월동안 5편을 쓰겠다는 목표를 잡았는데도 얼마 전까지 9월달에 하나, 12월 1일에 하나 올린 게 전부였다.
그래도 목표가 그동안 많이 낮아진 나머지 3개만 더 쓰면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열심히 쓰게 됐다. 그 덕에 기록이 늘어나니까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사실 매일 5년일기도 쓰고 있기는 한데 그건 짧기도 하고 디지털기록이 아니라서 검색이 안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진짜 기록하고 싶은 건 많은데(달리기 일지, 요가 일지, 가계부, 책 읽다 만난 좋은 문장, 잘 먹혔던 AI 프롬프트, 업무 노하우/디테일/생산성 등) 또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서 얻는 것도 많다는 것도 아는데 제대로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일상이 훅훅 지나가버리고 만다.
아내와 함께 세운 새해 빙고같은 목표라든지, 회사의 구매지원이라든지 이런 계기들이 살짝 등 떠밀어줄 때 그 덕에 또 잠깐 반짝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해내고 남기게 되는 것들이 좋다. 삶에 작은 계기들을 계속 만들어나가는 것, 작은 계기가 될만한 일이 찾아왔을 때 덥석 물어서 계기로 만드는 것도 일상에 재미를 더하는 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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