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3~

레이오프

참참. 2025. 12. 1. 08:02

최근 회사에서 많은 동료들이 해고되었다. 말로만 듣던 레이오프라는 걸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이서 봤다. 처음에는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사전에 정말로 아무런 정보나 낌새조차 모르고 있던 상태에서, 바로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함께하고 있는 작업 일정에 대해 논의했던 동료 개발자가 오후에 갑자기 다음날부터 출근을 안하게 됐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갑자기 그만두게 된 동료들 중에는 친한 사람들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가장 회사를 힘들어하던 시기에 그래도 이 사람이 있어서 계속 다닐 수 있다라고 느낄 정도로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준 사람도 있었다. 마음이 아팠고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알고 싶었다. 레이오프 대상자들은 대상자임을 통보받고 바로 다음날 전부 짐을 싸서 자리를 뺐다. 다른 동료들이 갈 때는 옆에서 같이 인사라도 했는데, 정작 가장 친했던 동료의 자리에는 인사하러 가지도 못했다. 강한 사람이고 자기가 잘못해서 나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도 가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다는 당혹감에 나도 모르게 피한 것 같다. 여기저기서 짐 싸고 집에 가느라 분주하고 어수선한데 모니터에 코 박고 일만 했다.

회사가 왜 이러는 건지에 대한 것은 그날 밤의 비공식 회식과 그 다음날의 리드 면담, 일주일 후의 전사 발표에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실은 갑자기가 아니라 회사 리드들이 나름대로 오래 전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온 일이란 것도 알게 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는 것도. 난 저녁에 술 마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일만 해도 피곤한데 더 피곤함을 감당할 수 없어 사내정치나 소식에 완전히 신경을 꺼버린지 좀 됐다. 그 탓에 전혀 몰랐다.

회사의 이유라는 것은 듣고보니 어느 정도 납득은 갔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어떤 기준으로 남기거나 내보냈냐고 하면 당연히 의문을 다 해소할 순 없겠지만 큰 틀은 대충 알겠다. 오히려 내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게 신기한 부분도 있었다. 대상자들 중에는 나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야근을 해온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름대로는 다른 건 신경 끄고 일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인드로 올 한 해를 다녔고 이전에도 대충 비슷한 온도로 일을 해왔는데 그게 완벽하진 않아도 그리 틀린 방법도 아니었나보다 생각했다.

마음이 아픈 것은 해소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대표나 리드들은 "흔들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 요청을 한다는 건 사람이라면 흔들릴 수 있는 일이란 걸 알기 때문일텐데, 이건 어떻게 해소해야할까. 비공식 회식자리는 그쪽 면에서 좀 도움이 되기도 했고, 크게 안되기도 했다.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어쨌든 남은 사람들끼리 한 자리여서, 떠난 사람에 대한 화제는 서로 껄끄러워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마음껏 함께 슬퍼하는 그런 자리는 아무래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긴 하다.

회사가 어려워서 그런 건 아니라며 남은 사람들에게도 회사가 준비한 보상안이 주어졌다. 꽤 큰 보상이긴 했다. 회사가 인재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레이오프를 한다고 하는 명분을 나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어쨌든 당장 나간다고 하면 막막한데 일단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 연봉까지 오른다는 것은 기쁘다. 회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 왜 레이오프를 했어야하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동료와의 헤어짐은 슬프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하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오히려 대상자인 동료들이 (화가 나긴 해도) 회사가 나가달라고 하며 제시한 보상안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괜찮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분이다. 회사도 (그런 게 없었으면 순순히 나갈 수도 없었겠지만) 배려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다행이고, 그들이 나가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마지막 인사조차 못한 나보다 강한 사람들이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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