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3~

2025 올해의 콘텐츠

참참. 2025. 12. 28. 07:58

 

다른 분들이 이런 걸 하는 건 많이 봤는데, 아내와 처음으로 해봤다. (그동안은 주로 책만 가지고 했다)

콘텐츠를 정말 많이 보시고 리뷰하시는 박소령 작가님이 본인의 올해의 콘텐츠를 적은 엽서와 함께 빈칸으로 돼있어서 직접 적어볼 수 있는 엽서를 보내주시는 이벤트를 해주셔서 안그래도 인상깊게 읽었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의 리뷰를 블로그에 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만, 영화, 만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해도 나름 봤을텐데 기록을 해두지 않아 뭐를 봤었는지 기억 자체가 잘 나지 않았다. "올해의 문장"을 고를 때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 난감했다.

잠깐동안 기억을 더듬어서 했을 때는 다음과 같았다.

- 올해 최고의 콘텐츠 : "신인감독 김연경"/"오프라인 러브"
- 올해의 책 : "실패를 통과하는 일"(박소령)
- 올해의 영화/만화 : "귀멸의 칼날"
- 올해의 드라마 : "미지의 서울"
- 올해의 음악 : "Golden Hour" (민티런) 
- 올해의 유튜브 채널 : "민티런"
- 올해의 팟캐스트 : "민티런 러닝라디오"
- 올해의 문장 : "만약 당신이 한번도 두렵거나 굴욕적이거나 상처입은 적이 없다면 당신은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것이다.(If you're never scared or embarrassed or hurt, it means you never take any chances.)" (<Start with a small success>(문장수집가))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올해 1월에 쓴 블로그 글도 찾아보고 유튜브도 찾아봤다. https://becho.tistory.com/669 이 글을 보니 너무 옛날 같아서 이게 올해였구나 싶다. 여기에 기록해둔 문장들도 올해의 문장으로 손색이 없다. 올해 가장 많이 꽂힌 문장들은 바로 이런, 내 삶의 서사/이야기에 대한 편집권은 나에게 있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지난 20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감각이다. <에디토리얼 씽킹>
'내가 이야기하는 나'가 바로 '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아이덴티티identity, 즉 자기 정체성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이야기하는 나를 자기 자신으로 동일시identify하는 과정에서 자아가 구성된다는 거다. <에디톨로지>

 

최근(12월) 들어 세번째 읽은 제현주 작가님의 <일하는 마음>에도 처음부터 세번째인 이번까지 읽을 때마다 계속 좋았던 문장들이 있는데 맥락이 위와 비슷하다.

이야기가 미래를 담는 그릇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야기하기는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일이 된다. 우리는 다른 식으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식으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살기로 마음먹었음을 나도 모르게 고백한다.
...
과거에는 그럴 법했던 이야기가 더는 통하지 않는 그 순간,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왕이면 더 좋은 이야기가. 이야기를 계속 고쳐 쓸 수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일하는 마음>
어쩌면 그 선택들이 지나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자신의 선택들과 선택의 결과들을 서사화하는 방식만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온전한 선택이며, 그게 곧 삶에 대한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이 태도는 과거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개인의 상상력까지 결정 짓는다. <일하는 마음>

 

<일하는 마음>에서 또 하나 마음에 남는 부분을 꼽자면 작가님이 남편분과 나눈 대화에서 옮겨놓은 부분인데, "넌 사는 게 괜찮아?"에 대해 남편분이 한 대답이다. "잘하고 싶은 게 있으면 괜찮은 것 같아" ... "사니까 사는거지, 가 아니게 만드는 건 그런 일이야"다. 이것도 처음 읽었을 때부터 묘하게 마음에 남았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다른 책(간혹 남편분의 촌철살인 한마디가 등장하고 전반적으로 작가님의 삶의 태도를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김신지 작가님의 어느 책)에서 읽은 것으로 헷갈리기도 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며 아 여기서 봤던 내용이구나하고 기억나면서 또 좋았다.

내가 요즘 가장 잘하고 싶은 것은 달리기다. 풀마라톤 서브3(3시간 내 완주)를 3년 정도의 장기 목표로 두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26년 봄시즌 목표(풀 3시간 12분 내, 하프 1시간 29분 내, 10K 40분 내), 그를 위한 올겨울의 주차별 훈련계획까지 세워서(물론 AI가 세워준 그 계획대로 항상 잘 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훈련하고 있다. 더 본격적인 같이 훈련하는 프로그램에도 신청해봤지만 떨어져서 그냥 일단은 혼자 하기로.(주 1회, 9~12주 정도 프로그램들이었는데 40만원 정도 하는 상당한 가격에도 선착순이었던 곳은 링크도 제대로 보기 전에 마감되어 떨어지고 추첨이었던 곳도 떨어졌다.)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반응이 많지만 그렇게까지 할 때에 느낄 수 있는 재미 포인트가 있다. 이게 <일하는 마음>에서 제현주 작가님의 스키 사랑 이야기에 올해는 더더욱 고개를 헤드뱅잉 수준으로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세상에는 스키를 잘 타는 사람이 엄청 많고, 내가 스키를 더 잘 탄다고 해서 세상의 스키가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스키를 잘 탄다고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도 없다. 오히려 엄청난 시간과 돈만 쓰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 <일하는 마음>

그리고 일하는 마음이라는 책 제목답게 달리기와 스키에서도, 헬스장 근력 훈련에서도 작가님은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다잡고 인사이트를 얻는다. "요즘 하는 일들에서 내가 괴로움을 거듭 느끼는 건 이 일이 내게 익숙하지 않은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5킬로그램이나 증량한 스쿼트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이 괴로움은 내가 힘을 늘려가는 과정에 있다는 뜻일 테다. 이 시간이 훈련이라면, 이 훈련의 끝에 근육은 반드시 자라 있겠지. ... 그날 밤 나는 업무 계획 대신 훈련 계획을 세웠다. ... 프로젝트는 어떨지 몰라도 태스크만은 조금 수월해질 테고, 나는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일하는 마음>

난 올해의 콘텐츠, 유튜브도 달리기 관련된 걸 가장 많이 본 것 같지만 그걸 제외하면 박소령 작가님의 올해의 유튜브 채널로 꼽으셨던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에서 나 역시 <드래곤라자 설명회>, <피를 마시는 새 설명회>, <강철의 연금술사 설명회>를 너무너무 재밌게 봤다. 특히 강철의 연금술사의 경우 설명회를 듣고 너무 좋아서 카카오페이지에 올라온 버전이나 넷플릭스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버전을 봤는데, 설명회가 더 재밌었다. 반대로 실제 작품을 보는데 설명회에서 들은 내용이 마치 원작처럼 생각이 났는데 그게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 끌어올려주는 측면도 많긴 했는데 다시 읽어도 재밌었던 드래곤라자, 눈마새와 달리 피마새, 강연금은 올해에는 보다가 결국 끝까지 못봤다. (눈마새는 반대로 원작을 올해 첨부터 끝까지 다시 읽으면서 너무 재밌었는데 설명회는 앞에 두 영상 정도 나올 때마다 보다가 이후 영상은 못 봤다. 근데 언제 봐도 재밌을 것 같아서 아껴둔 느낌도 있다.) 아내는 종종 나한테 내가 읽은 재밌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나면 진짜 그 책을 읽을 때는 나한테 들었을 때만큼 재밌지가 않아서 실망한다고 하는데, 강연금 설명회를 본 이후에 강철의 연금술사 볼 때 약간 그런 느낌도 있었다.

올해의 콘텐츠들 꼽아보는 게 너무 재밌고 유익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점이 너무 아쉬워서, 아내와 내년엔 매달 해보기로 했다. 이달의 컨텐츠, 이달의 문장 정도는 더 잘 꼽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1년치 모아놓으면 그 중에서 또 뽑으면 되니까 너무 재밌을 것 같다. 기록해놓은 걸 볼 때마다 기록이 참 좋다는 건 느끼는데, 언제나 실제로 기록하는 건 부족해서 아쉬웠다. 매달 재밌게 본 것들을 뽑아보다보면 좋았던 것들을 다시 한번씩 돌아보면서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이걸 할 내년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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