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3~

한 집에 산다는 것

참참. 2023. 10. 19. 09:17

 

우리는 요즘 한 집에 같이 산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한 집에 사는 일의 어려움 중 하나는 집이 가장 편한 공간이어야 함에 있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다는 것은 아무리 편한 사람, 편한 관계라고 해도 마냥 편하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그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서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서로가 가장 편한 상태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때 어느 한 사람이 집에서 단지 가장 편하게 있는다는 것이 다른 한 사람에게는 서운함 등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함께 살지 않을 때는 만나고 있는 동안에는 서로에게만 상당히 집중하는 일이 가능하다. 대개 연인이라면 일대일로 만나서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나머지 일들이나 쉬는 것은 데이트하지 않을 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같이 살게 되면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할 때도, 혼자 그냥 널브러져 있을 때도 물리적으로 같이 있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의식이 되니까 내가 가장 편한 모습과 마음으로 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더 나아가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서로 상대방이 변했다, 사랑이 변했다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같이 산다는 것은 꽤 복잡한 문제다. 같이 있되 혼자 편하게 있을 수 있고, 혼자 편하게 있을 수 있으되 한 공간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서로 조율된 상대방이 원하는 최소한의 배려에 대해 신경(즉 에너지)을 쓰는 것, 그런 선을 찾아나가야하는 일 같다.

적극적으로 함께 있고 대화하는 시간(데이트와 같은)과 각자 가장 편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편하게 쉬는 시간이 둘 다 필요하다. 이 시간/경험이 따로 살면서 시간 정해 만날 때처럼 명확하게 자르듯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를 충실히 가져갈 수 있는, 양쪽을 왔다갔다할 수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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