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3~

True Spirit

참참. 2023. 8. 26. 12:53
 
 
며칠 전 몸도 안 좋고, 몸이 안 좋으니 마음도 안 좋던 어느 날에 유튜브 아티앤바나나 채널 추천으로 넷플릭스에서 영화 “True Spirit”을 봤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라고 하는데 오히려 극영화였으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느낄 정도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제시카 왓슨은 열여섯의 나이에 홀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세계를 일주한다. 그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 장애물들도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 온 나라 사람들의 비난, 심지어 그의 꿈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 제정, 수십 미터의 파도와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지 않고는 부딪칠 수 없는 폭풍들, 210일동안 바다 위에서 홀로 지내야하는 외로움.
 
최근에 몸 컨디션도 안 좋은 데다 회사에서 맡은 일이 진척이 느려서 스스로 답답하기도 하고 압박감도 좀 있었다. 근데 혼자 배 한 척에 의지해 바다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어딘가 모르게 그런 감정들이 해소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말도 안될 것 같은 도전을 감행하고 또 기어코 성취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더 나은 하루를 보내게 되기까지 한다. 우주 스케일에서 생각하거나 거대한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서면 나와 내 문제들이 아주 작아지면서 커다란 감동과 위안을 얻는다. 살아 숨쉬는 타인에게서도 그런 비슷한 걸 느끼는 때가 있다. 스크린 너머로 그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런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까? 무사히 돌아온 후 호주의 국가적인 영웅이 된 것도 이해가 됐다.
 
 
오늘은 은유 작가님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펼쳤다. 낮에는 한국 웹툰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밤에는 한국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호영 님의 인터뷰가 처음에 나온다. (특히 번역이 바로 안 떠오를 때 거기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에 대해) 번역이 왜 즐거우냐고 질문하는데
“내가 잘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 번역하고 싶은 글을 만났을 때, 피가 돌고 약간 상기되는 기분, 그런 기분이 생기면 하게 돼요.”
라고 답하셨다. 이에 은유 작가님 본인 역시 ’인터뷰‘를 할 때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덧붙이셨다. 뭔가를 좋아한다, 정말 하고 싶다라는 이 감각이 진짜 소중한 것 같다. 해내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꼭 True Spirit같은 어마어마한 도전이 아니더라도, 이 웃긴 유머를 번역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이 멋진 사람의 이야기를 친구에게도 들려주고 싶다같은 설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일상 >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집에 산다는 것  (0) 2023.10.19
잘 살고 있다  (0) 2023.10.19
좋은 관계  (0) 202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