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질투

참참. 2021. 11. 11. 07:55

 

지금까지 그래도 몇번의 연애를 해왔는데, 질투라는 감정을 제대로 보여준 사람이 없었다. 나 역시 질투를 그리 많이 느껴보지 못했다. 그래서 질투라는 감정이 낯설고 불편하다. 이전에는 나나 상대방이 질투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성숙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질투라는 감정은 상대가 날 떠날까봐 불안하거나,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에서 기인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재인이 그저 반찬가게에 온 남자 손님과 대화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질투가 올라오는 걸 기억해보면 꼭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신뢰하는 사람이고 그 어느 때보다 안정감을 주는 관계 속에 있는데 여태껏 제대로 경험해본 적도 없는 질투도 같이 경험하고 있다.

타인들이 맺는 관계나 여러 매체에서 묘사되는 질투는 대개 부정적인 모습이다. 파트너의 행동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누군가에 의해 어떤 일을 못하게 되거나 누구를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답답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것들은 부당하다 여겼고, 그것이 질투라는 감정 자체도 어딘가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게 했다. 질투를 느낀다고 해서 꼭 상대방에게 질투를 일으키는 모든 행동을 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하다. 한편으로는 정말 좋아하면 이렇게 질투가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싶다. 나도 그러니까 재인이 질투를 느끼는 것도 낯설고 불편하지만 우습게도 조금은 기쁜 마음도 섞여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감정들이 일어나는 걸 알아차리고, 바라보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역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그 감정을 덜 겪고 싶다면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둘 다 이야기 나누고 싶어한다는 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