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온다는 뉴스를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다.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낼까, 그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을 따라도 되나, 아니면 지금은 그에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가, 그가 홀로 서고 있다는 감각을 간직할 수 있게 지나치게 자주 연락하지 않는 게 나을까. 최근 한동안 매일 눈을 뜨자마자 기쁘고 고마운 마음들이 밀려오는 나날을 보냈다.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느낌이 남아있고, 앞으로도 그 감각을 쉽게 잊지 않을 거란 걸 안다.
어제 요가에서 선생님은 내가 바다가 되어 밀물과 썰물을 바라보라고 했다. 우리가 속초에서 함께 본 바다를, 파도들을 떠올렸다.
잠에서 깨자마자 일어나는 감정들과 온갖 생각들을 밀물과 썰물을 바라보듯이 바라보았다. 밀려오고, 또 쓸려나가고.
여전히 어떻게 해야할지 정답은 알 수 없지만, 몇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커다란 마음에도 끌려가지 않고 그 마음까지 차분히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 나에게 그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만큼, 그 이상으로 나 자신을 잘 바라보고 있어야한다는 것. 어떤 경우에도 나를 놓쳐버리면 안된다는 것.
세찬 비가 내리고,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리더라도 이 태풍이 지나갈 것을 안다. 믿고 있다.
지나간 후에는 풍경이 달라지기도 하겠지만 단단한 것들은 남아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태풍이 오면 내가 뿌리째 뽑혀 날아다니는 것처럼 흔들렸고 두려웠다. 지금은 내가 그렇게 작은 존재가 아니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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