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과 얼마 전 속초에 갔었다. 그리고 그와 다시 한번 속초를 갈 계획을 잡았다. 이번엔 2박 3일로. 시작은 단풍이었는데, 단풍하자마자 설악산을 떠올렸고, 그래서 다시 한번 속초가 됐다.
이전까지 내게 속초라는 도시는, 내 고향의 근처 도시이고 군대에 있을 때 휴가갈 때마다 들러서 시외버스를 타야했던 도시이며 몇몇 고등학교 친구들의 고향 도시였다. 한마디로 크게 의미있는 도시는 아니었다. 아직 2박 3일 여행은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속초'라고 하면 사랑하는 그 사람과 여행했고 여행할 도시라고 각인되고 있다. 이제 내게 속초는 그 사람의 도시로 기억될 거라는 게 새삼스럽게 신기한 기분이다.
예쁜 하늘을 보면 그가 생각난다. 별을 볼 때도 그가 생각난다. 특히 금성이나 목성을 볼 때는 더더욱 그렇다. 홍제천이나 안산, 녹번역, 지하철 3호선을 보면 그가 떠오른다. 비건, 채식, 마크로비오틱, 맛있는 음식을 볼 때 그를 떠올린다.
잔잔하게, 그러나 어느새 이렇게, 그로 기억되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