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눈물 나게 행복하다

참참. 2021. 9. 13. 07:42

어렸을 때는 '눈물 나게 행복하다'는 말이 이상했다. 행복한데 왜 눈물이 날까하고. 근데 살다보니 종종 그런 느낌을 받게 될 때가 있긴 하다. 그건 참 이상한 기분이다.

고등학교때 졸업하면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에버랜드 가서 T익스프레스 타보는 거랑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해보는 거였는데 아직도 셋 중 하나도 못해봤다. 셋의 공통점은 다 중력에 몸을 맡기고 떨어지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게 하고싶어지는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도 "어지간히 탈출하고 싶나보다" 생각할 정도였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억지로 혼자 가서 해볼 것까진 아니지만 기회만 된다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문득 지금은 크게 그런 것들을 해보고싶은 마음이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자극이 없어도 내 일상은 충만하다.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일상이 너무 소중해서 지키고 싶다. 일상을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일상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게 신기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무엇이든 잃기 전에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기를 늘 바랐고, 그래서 지금과 일상이 소중하다고 여기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늘 잠깐뿐이었다. 좋은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거나 그때뿐. 그래서 그냥 그런 건 원래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다(물론 지금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어렵고 잘 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맨날 그런 책들이 쏟아져나오는 거라고.

나도 모르게 그저 밥을 차려먹고, 설거지를 하고,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길을 걷고, 종종 하늘을 바라보는 일상이 전에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도무지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어서 어쩌면 이런 게 사랑일까하고 생각할 뿐이다.

 

 

저녁 속초의 바다, 밤의 안산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 속에 함께 머무른 더할나위없는 순간들

'일상 > 2020~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날  (0) 2021.09.14
좋은 마음으로  (0) 2021.09.09
오버페이스  (0) 202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