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기적 - 소리도 없이 조용히 도착한다, 믿고 있는 한.'
처음 봤을 때부터 어쩐지 계속 마음에 들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 나지만 매일 아침마다 요가소년의 15분 모닝요가를 틀어놓고 따라한지가 어느새 세 달이 넘었다.
며칠 전부터 고무카아사나(소머리자세)할 때 영원히 절대 닿을 것 같지 않았던 아래로 돌린 오른손과 위에서 내려간 왼손의 손가락 끝이 닿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양쪽 다 안 닿았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자 왼손을 아래로 오른손을 위로 했을 때는 닿기 시작해서 곧 맞잡고 당길 수도 있게 됐었다. 그러나 좌우균형이 어지간히 틀어졌는지 반대쪽은 근처에도 가질 못해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그걸 위해 대단히 뭘 더 하거나 할 것도 아니라서, 그냥 매일 15분씩, 하던대로 했을 뿐이다. 반쯤은 포기한 채로. 뭐 하다보면 언젠가 되겠지, 영영 안되면 또 어쩌겠어, 어쩔 수 없지 뭐. 하는 마음으로.
삶을 돌아볼 때마다 어쩜 이렇게 꾸준히 해온 거라곤 없을까, 하는 마음이 되곤 한다. 끈기, 성실함, 그런 건 나와는 인연이 없는 단어인 것 같다는 느낌. 그런 것들은 어마어마한 인내심을 갖거나 고통을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최근엔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적당히'라는 느낌으로 가볍게, 꼭 항상 의지에 가득 차서가 아니라 그냥 하다보니 습관이 되는 것으로, 나도 약간의 꾸준함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작년에 시작했던 클래식기타는 결국 현재는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는 채로 방 인테리어가 됐고, 리얼클래스 영어강의 매일 하나씩 듣는 것도 미션에 실패한 뒤로 뜸하게 듣다 최근 한달정도 안 듣고 있지만(하지만 아직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몇달째 매일같이 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이것들도 언젠가 그만하게 될 수도 있지만, 내 일상에도 매일의 루틴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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