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하루였다.
수요일에 너무 무리해서 더위를 좀 먹었는지도, 아니면 그를 힘들게 한 내 넘겨짚는 말, 내 낮은 자존감, 내 실수에 대한 자책과 후회 때문인지도, 아니면 오늘 오전에 읽은 책 때문인지도.
숨결이 바람 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
36세에 암으로 사망한 폴 칼라니티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읽으면서 계속 감탄했다. 이렇게나 치열하게 살다니, 이렇게나 멋있게 살다니. 자기 자신을 몰아붙여가며.
어쩌면 아직 좀 지쳐있나보다. 아니면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좋았나보다. 그의 치열했던 짧은 삶이, 내게 너무 버겁게 느껴졌다. 어쩐지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잘못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차라리 이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죽고 싶다는 기분이 문득, 돌아왔다. 하루종일 식욕도 거의 없었다.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알고 있다. 한창 그런 기분을 느끼던 작년, 재작년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요즘 너무 업돼있었다. 지나쳤다.
새 직장은 좋지만 내가 그 직장에 걸맞는 실력 혹은 그 실력을 갖추기 위한 성실함이나 최소한의 재능을 갖고 있는지 의심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기초공부를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걱정된다면 걱정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게 아니라 당장 공부를 해야한다는 건 나도 안다. 알지만.. 알지만 막막해만 하면서 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런 자신이 싫어지는 기분이다. 그리 낯설지 않은 기분.
나카시마 미카는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에서,
'오로지 죽을 궁리만 생각하고 마는 것은 분명, 산다는 것에 너무 진지한 탓이야' 라고 노래한다.
그 가사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나는, 좀 더 가볍게 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진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삶이란 그저 기쁘고 행복하게 살다 가면 되는 것일 뿐이라고. 너무 많은 후회와 자책과 책임감과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조금씩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한없이 진지해져버렸다.
아마, 꽤나 진지하게 산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 한없이 진지하게 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상처밖에는 주지 못하는 그를 힘들게만 하는, 사람인 것만 같은,
그 누구도 단 한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이미 이혼까지 했고,
언제나 곁에 있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준 사람들에게 계속 상처만 주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
그게 날 죽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