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일기예보를 봤을 때는 어째서 주말에만 비가 오는 거냐고 짜증을 냈었다. 근데 오늘 아침 눈을 떴더니 빗소리가 예쁘게만 들린다.(아무래도 금요일날 사랑하는 사람을 오랜만(2주)에 만나서 가벼운 포옹을 한 이후부터 세상이 전보다 좀 더 아름답게 보이고 있는 것 같다는 자가진단)
빗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이불을 덮고 있으면 왠지 참 아늑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오늘이 저 비를 뚫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요일이란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지.
어릴 때도 지금도 비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릴 때와 다르게 비가 올 때 밖에 나가는 건 아무래도 맑을 때보단 좀 부담스럽다.
두릅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하러 전화드렸다가 홍천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셨던 소금쟁이님께 참참은 능력있다고 생각하지만(그래서 참참이 스스로를 그렇게 가치없다고 여길 줄은 전혀 몰랐다며) 농사는 잘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뭐 못한다는 말 듣는 것을 힘들어하는 편인데 어쩐지 푸하하 웃음이 나면서 인정할 수 있었다.(물론 소금쟁이님은 무조건 신뢰하는 성숙하고 좋은 분이신 덕분인 게 크다.)
나는 농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음, 싫은 건 아니지만 막상 해보니까 생각만큼 많이 좋지도 않았다. 게다가 잘 못해서 결과물도 잘 안나왔으니까.
지금은 안다, 내가 농사보단 컴퓨터 앞에 앉아서 논리를 다루는 것같은 종류의 일을 더 좋아하고 잘한다는 걸.
당시 농사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뭔가 적성의 문제라기보다 게으름의 문제라고 느껴져서 내심 게으른 자신을 계속 비난했었다. 성격의 문제라고 받아들였었나보다. 나라는 사람이 잘못된 것처럼. 그냥 그 얘길 듣고 "아, 나 농사랑은 안맞았구나"라는 걸 완전히 인정하게 돼서 오히려 편해졌다.
그리고 안해봤으면 어떻게 알았겠어, 맞는지 안맞는지는 해보고나서야 정말로 알 수 있었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는 스타일이라 피곤하지만 그 경험들을 소중하게 여기기로.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것에만큼은 좀 더 부지런해지자고 다짐.
(전보다 겪은 게 많아진 만큼 전보다 겁이나 재보는 것도 많아졌지만,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그냥 해보자, 생각만 해서는 진짜로 내가 그걸 좋아할지 잘 맞을지 알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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