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지하철에서 읽을 책을 느긋하게 고를 시간이 없었는데 눈에 딱! 들어온 게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이었다. 좋지, 이것도 한번은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싶었지,하고 4호선에서 몇장을 펼쳐읽는데 앞에서 웬 종이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언제 어디서 받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캘리그라피. 왜 이 책에 끼워뒀을까. 다만 문장만큼은 낯이 익는다. 아마 더이상은 읽지 않는, 이젠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나왔던 문장이다.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이런 문장들을 사랑했었지, 나는. 지금도 나쁘지 않다. 작년의 나는 "나는 더이상 운명적인 사랑같은 건 믿지 않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그게 사랑이 맞다면 그건 운명이 아닐 수가 없지 않을까. 적어도 운명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