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있다. 배우면서도 내가 왜 배우고 있는지를 스스로 묻고 있었다.
"근데, 나 이거 왜하지?"라는 기분이랄까.
물론 기타는 전에도 배우고 싶어서 혼자 독학하겠다고 도전해본 적도 있었다.(클래식이 아니라 어쿠스틱이었지만) 음악과 악기는 항상 언젠가 배워서 잘해져서 즐기고 싶은 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으로 선뜻 레슨비와 기타 구입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되진 않는다.
인스타에 잠깐 들어갔다 우연히 오래 전 좋아하던 인디 가수 곽푸른하늘이 올린 글을 봤다. 그의 인스타 프로필에는 클래식 기타 레슨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주었다. 좋아하던 가수에게 직접 기타를 배울 수 있다니. 난 이제 나름대로 그럭저럭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이 있어 레슨비를 낼 수 있었다.
어쩌면, 칭찬 받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다. 뭔가를 새롭게 배우고, 점점 나아지는 걸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느끼고 그것에 대해 칭찬을 받고, 그런 일이 저절로 생기지 않으니까. 회사에서도 일하는 게 나아지고 일상생활에서도 이것저것 나아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것들은 티도 잘 나지 않고 누가 칭찬해주지도 않으니까.
실은 이걸 배워서 내가 이걸로 돈을 벌 것은 물론 아니고, 근데 돈까진 안 벌더라도 꽤 잘 치게 돼서 어디에 공연을 나간다든가 누구 앞에서 멋들어지게 연주한다든가 그런 일도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느낄 때마다 그렇게 급할 필요도 없고 그러려고 배우는 것도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럼 대체 왜, 뭘 위해서 배우고 있는 걸까, 배우려고 하는 걸까, 연습까지 하는 걸까라고 스스로 되묻게 됐다.
어제 레슨에서 선생님이, 나중에 기타를 잘 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듣고, 그 모습을 그려보니 너무 멋졌다. 내가 "너무 멋있겠네요."라고 했던가. 그러면서, 이런 속도로 가서는 10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그럼 이건 노후준비네요, 그런 말이 나왔다. 맞장구 치면서 '기타'라는 좋은 친구 하나 만드는 거라고 하셨다.
예전에 홍기빈 선생님 강의에서 노후준비의 첫번째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잘 가꾸는 거라고 하는 말씀 듣고 더없이 공감한 적이 있는데, 그땐 결혼도 하기 전이었다. 이젠 이혼한 후다. 세상은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가 됐고, 앞으로 배우자나 가까운 친구같은 관계를 다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별로 없는 상태다. 여전히 그 말씀엔 공감하는데 내가 과연 그걸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그때는 의심해보지 않았으나 지금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아마 결국 나는 사람이 없으면 좀 쓸쓸해할 것 같지만, 그래도 기타라는 좋은 친구 하나를 만들어두면 나 자신에게도 또 내가 다른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습지만, 진지하게 기타 배우는 걸 노후준비의 하나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