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어있다는 감각을 느끼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적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오늘 책을 읽다가 아주 오랜만에 그런 감각을 어렴풋하게 다시 떠올려봤다.
나는 세상에 홀로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보다는 유대감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일으키고, 좀 더 여유롭고 타인이나 세상에서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호르몬이 옥시토신이라고 한다. 사랑과 관련된 호르몬이라든가 아이를 낳았을 때 엄마가 아이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시기에 많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도 알려져있다. 음, 어쩌면 10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옥시토신이 부족한 상황인 건가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타인과의 관계라는 건 한편으론 무척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웬만큼 편한 사이라고 해도. 그렇지만 또한 완전히 고립된 채로 살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더더욱이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사람 만나는 일이 소중한 일이었다는 걸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최근의 나는 정서적으로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느낀다. 4일동안 쉬면서 차라리 출근하고 싶다고 느낀 적도 있다. 집에 있어도 해야할 일이야 많지만 만날 사람도 없고 설레고 하고 싶은 일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차라리 출근하고 싶다라는 감정의 일부는 누군가와 아무 대화라도 나누고 싶다는 욕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 가면 어쨌든 업무적인 대화라도 나누니까.
외롭다는 걸 인정하고 소개팅어플도 두 달 이상 하고 있는데, 사활을 걸고 한 것까진 아니긴 해도 여태 소개팅어플에서 단 한 명과도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앱 자체는 나름대로 여러개 깔아본 중에 괜찮은 앱인데, 아무래도 연결이 되려면 훨씬 더 괜찮게 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연봉도 좀 더 높다든가 그래야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찾아도 봤는데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이 진짜 없었다. 애초에 내가 혼자 찍힌 사진 자체도 별로 없다.
그러고보면 사진을 찍을 만한 상황도, 찍어줄 사람도 별로 없었긴 했지. 옷도 몇년동안 거의 산 적이 없는데, 그래서 요즘은 옷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몇 번 인터넷으로 옷을 샀더니만 페이스북 광고가 전부 옷 관련 광고로 바뀌었다. 이번 연휴엔 처음으로 표백이라는 걸 해봤다. 과탄산소다로 누렇게 된 흰 셔츠, 흰 옷들을 표백했다. 세탁기에 아무리 돌려도 지지 않았는데 거짓말처럼 하얗게 되는 걸 보고 참, 이걸 서른 살이 넘어서야 처음 해봤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끓는 물까진 아니어도 아주 뜨거운 물에 빨아야 수건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없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오늘은 꼭 겨울에 입었던 니트, 스웨터들 울샴푸로 살살 손빨래해서 차곡차곡 접어서 넣어야겠다. 그리 좁은 편은 아니지만 방 한 칸을 내 공간으로 월세 내면서 살고 있는 입장에서 보관이란 늘 쉽지 않은 이슈다.
특히나 이 집이 그렇게 습하다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 경고를 하는데, 내가 이 겨울옷들을 다음 겨울까지 최소한의 공간에서 망가지지 않게 잘 보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텃밭을 시작했다. 집에 딸려있는 조그마한 텃밭이 있다. 사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올해는 그냥 건너뛰려고 했는데 확실히 날도 따뜻해지고 같이 사는 사람도 씨앗을 꺼내놓고 하니까 대단한 일은 아니어도 쉬는 날에 한번씩 관심 갖게 됐다. 파를 조금, 상추를 조금 심었다. 사실 세 사람이 먹기엔 조금도 아니다. 저게 다 나면 셋이 절대 다 못 먹을 양이 나올 거라는 걸 난 안다. 감자는 심은지 3주가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인 걸 보니 아무래도 망한 것 같고, 콩은 아직 좀 더 나중에 심을 예정이다. 집에 있는 씨앗들만 심었는데, 한번 심어두면 알아서 매년 올라오는 파드득나물이나 딸기를 가져와서 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베어먹으면 또 올라오고 또 올라오는 홍천에서 먹던 부추도 심으면 좋을텐데. 이미 시기를 놓친 것도 있고, 씨앗이나 모종을 사거나 구해서 심을 정도까지의 열정은 없는 상태다.
어린이날, 이니까 조카에게 우리 회사의 어린이날 선물세트를 보냈다. 곧 어버이날인데, 어버이날은 항상 어렵네. 월급은 다 써서 이미 돈도 없기도 하지만, 정말 뭘 선물해야 좋을까. 어떤 면에선 역시 그냥 돈으로 드리는 게 최고인 것 같기도 하고. 생신 때는 프리지아를 보냈었다. 정작 꽃은 어머니보다 동생과 조카가 더 좋아했던 것 같지만.
윈도우에서 제공하는 스티커메모 프로그램을 자주 썼었는데, 실수로 x만 눌러도 바로 날아가버리고, 내용이 많아지면 금방 느릿느릿해져서 답답한 면이 있었다. 그 불편을 드디어 참지 못하고 메모프로그램을 하나 설치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메모잇'이다. 이건 꽤 맘에 든다. 스티커메모보다 빠르고, 자동 백업도 된다. 약간 뭔가 아쉽지만 달력기능도 있다. 우선 기존의 스티커메모를 쓰는 느낌으로 쓰기에는 이게 최고인 것 같다. 다른 기능까지 더 원한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되지만.
진짜 온갖 아무말을 다 써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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