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고양된 감정 상태를 느껴보라는 구절을 만났다. 문득, 고양된 감정을 느껴본 게 언제였더라하고 생각하게 됐다. 내 일상에 그럴 일이 있나. 그럴 일이 잘 없지 싶다.
어쩌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연애나 새로운 만남같은 걸 원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꼭 좋은 감정뿐 아니라 어쨌거나 내 주의를 끄는 어떤 것, 집중할 만한 것,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들. 지금의 일상이 참 괜찮은데 어쩌면 난 그저, 심심할 뿐인지도 모르겠다. 감정에 격렬하게 휘둘리고 어딘가에 집착하고 끊임없이 원하고 그런 느낌에 익숙한데 지금은 그런 게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살 때는 그게 너무 피곤하고 잔잔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얻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까 고통스럽더라도 무기력에 빠져들 새가 없었던 그때로 알게모르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싶다.
직장에 다닌지 두 달이 지났다. 아니나 다를까, 일할 수 있는 곳, 안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곳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싶었던 마음은 금새 사그라들었다. 많이 부족하니까 퇴근하고나서도, 주말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더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시들시들해졌다. 돈이 너무 없어서 돈을 벌고 싶었는데, 돈을 벌고 나니까 돈 벌어서 뭐하지싶은 마음이 든다. 웃긴데 진짜 그렇다. 게다가 정작 사고싶은 게 눈에 보이면 너무 비싸고 내가 버는 돈은 너무 적다는 생각도 든다.
왜 사람들이 돈이나 자식 등에 심하게 말하면 매몰되다시피 온 신경을 쓰면서 사는지 알 것 같다. 어딘가 내 주의를 계속 묶어둘 곳이 없으면 자꾸만 삶의 의미 따위를 되묻게 된다. 혼자 온전히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자신의 일상과 살림을 스스로의 힘으로 조직하고 해내며, 취미든 어떤 목표든 갖고 나아가는 삶을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아직 그런 모델을 많이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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