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집에서 먹는 저녁의 행복

참참. 2020. 3. 20. 05:29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니까 집에서 저녁 먹는 시간이 무척 소중해졌다. 6시에 바로 퇴근하면 그나마 7시반쯤엔 먹을 수 있지만, 늦게 퇴근하면 8시, 거의 9시 가까워서 먹게 될 때도 있다. 일찍 퇴근해서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몹시 행복하다. 송파에서 성북동까지 퇴근하는 나 못지 않게 동네에서 일하는 하우스메이트도 늦게 들어오는 일(저녁 일정이 있는 일)이 잦아서 함께하는 저녁식사가 매일 성사되진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여유시간이 넘칠 때는 그 여유시간동안 무기력과 우울에 빠져지냈다. 그러나 여유시간이 적어지니까 역설적으로 더 그 시간이 소중해지고 그 시간을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즐기려고 한다. 물론 직장에 있는 시간도 괜찮은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계속 쉬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쉬는 시간을 얼마나 더 소중하게 여기는지! 역시 얼마 없는 것이어야 소중함을 느끼기가 쉬운 걸까? 회사에서 하는 일이 늘 성취감 있고 행복한 일일 수는 없지만, 일상 전체를 전반적으로 돌아봤을 때 이전보다 시간의 밀도가 올라간 느낌이다. 많은 자유가 있을 때보다 일상에 고정되어있는 일정이 상당부분 들어차니까 오히려 나머지를 조직하기가 더 쉽고 의욕이 샘솟는다.

 

그제는 퇴근해서 선비잡이콩을 넣고 밥을 하고, 냉이와 시금치를 넣고 된장국을 끓였다. 같이 사는 이가 장을 봐와서 돼지고기 숙주볶음을 했다. 필스너우르켈이 한 캔에 1250원밖에 안한다며 4캔을 사왔다. 그리고 새우깡도. 맥주 500ml 4캔을 샀는데 5천원밖에 안하다니! 마주 앉아 그것들을 먹으면서 '아, 행복하다.', '이게 행복이지'같은 대화를 나눴다. 정말 그랬다. 지금의 이 일상이 나에겐 너무 좋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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