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MBC 김민식 PD님의 자전거 출퇴근 얘기를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이번에 취직하고나서도 잠깐 자전거 출퇴근을 생각해봤는데 도저히 너무 먼 것 같아서 엄두는 안 났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가는지 한번 보기나 할까? 싶어서 카카오맵에 자전거로 회사까지 찍어봤더니 예상소요시간은 1시간 18분이 나오고 붉은색으로 표시된 자전거도로 구간이 꽤 길었다. 물론 자전거도로를 우선으로 타려다보니 약간 돌아가는 구간이 생기긴 하지만, 일반도로에서 차랑 같이 달리는 것보단 조금 돌아가더라도 자전거도로로 가는 게 나아보였다. 그게 안전하고, 신호도 덜 걸리고, 매연도 덜 마시고, 무엇보다 자동차에 신경 곤두세우면서 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몸도 마음도 훨씬 낫다. 주로 물길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형성되다보니 집에서 출발하는 구간 제외하면 언덕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장점!
1년치 끊어서 이용하고 있는 따릉이 이용권이 1시간짜리라서 중간에 한번 반납 - 재대여(1시간 이용권은 한번 빌렸을 때 1시간만 이용할 수 있지만 빌리는 횟수는 무제한이기 때문에 중간에 반납하고 다시 빌리는 과정만 거친다면 이론적으로 하루종일 타도 문제는 없다.) 과정이 필요했다. 신답역과 마장역 사이에 있는 '청계천 생태교실 앞' 대여소가 지나가는 자전거 도로 바로 옆에 있어서 거쳐가기에 딱 좋았다. 여기서 잠깐 쉬고 재대여를 하면 도착하는 한성백제역 2번출구까지는 쉬지않고 갔을 때 약 50분 정도 거리로 아슬아슬하게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어제 처음으로 여기서 안내해준 길 그대로 출근하는데 성공했다. 시간은 생각보다는 좀 더 걸렸다. 지도에서는 자전거로만 가는 시간을 알려줬지만 실제로는 집에서 따릉이대여소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최소 5분 이상 있고, 도착해서도 대여소에서 다시 회사 건물까지는 신호등도 2개 건너면서 조금 걸어가야하기 때문에 그 시간이 앞뒤로 조금씩 더 걸린다. 첫 출근 총 소요시간은 집 문앞에서 회사 건물 문앞까지 정확히 1시간 30분. 7시 12분에 출발해서 8시 42분에 도착했다. 총 이동거리는 지도어플 기준으로 약 23km이고, 따릉이 앱 기준으로 따릉이로 이동한 총 주행거리는 약 20km 정도 된다.
시간을 더 줄일 수 있는 부분도 있긴 하다. 내가 초행길이라 길을 살짝 잘못 들었다가 돌아오거나, 한강다리를 건너고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계단으로 내려가야하는데 거길 지나쳐갔다가 돌아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핸드폰 켜고 지도 보는 시간도 조금씩 있었다. 길에 익숙해지면 시간이 그만큼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30초 이상 멈춰서 쉰 적 없이 계속 최선을 다해서 페달을 밟았기 때문에 여기서 시간을 많이 줄이기도 쉽진 않을 것 같다. 꾸준히 한다면 체력이 붙어서 좀 더 쉬워지는 부분도 있을테니 장기적으로 보면 길과 자전거 타기에도 익숙해지고, 체력도 붙으면서 조금씩 줄긴 줄겠지만, 그래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1시간 30분은 걸린다고 생각을 하는 게 맞겠다.
따릉이를 동네에서 10분 정도씩 타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길게 타본 건 처음이라, 꽤 멀게 느껴지긴 했다. (1시간이용권으로 빌렸는데 빌린지 45분이 되니까 안내메시지 혹은 경고메시지가 나오더라! 따릉이를 대여한지 45분이 되었습니다! 45분이나 타본 적이 처음이라 처음 알았다!) 자전거 타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취미로 장거리 주행을 즐기거나 그래본 적은 또 없는 몸이기도 하고, 따릉이가 사실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자전거는 아니다. 무겁고, 당연히 비싼 자기 자전거를 장비 갖추고 타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한 시간 이상을 페달 밟기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따릉이의 장점이 워낙 크다. 도난 걱정, 고장과 관리 걱정 안 해도 되고 출근할 때만 타고 퇴근할 때는 친구와 약속을 잡아서 다른 지역에 간다든가 버스, 지하철 타고 돌아온다든가 해도 다음날 또 출근할 때만 탈 수 있다는 점, 어디에 세워둘지 비가 오면 어떻게 할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용요금도 저렴하고 너무 편하다.
마지막에 한강다리 건너서 올림픽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길 양옆에 벚나무가 잔뜩 있었다. 벚꽃 피기 시작하면 남들은 일부러 찾아와서 하는 벚꽃구경을 출근길에 어마어마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 설렜다.
좀 더 따뜻해지면 땀이 많이 날 것 같긴 한데, 갈아입을 옷과 회사나 회사 근처에서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이 있긴 해야할 것 같다. 출근길 운동으로 인한 업무시간의 피로도는 생각보다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 점심에 15분에서 20분 정도 낮잠을 잘 수 있는 조건이라면 거의 지장 없을 것 같다. 물론 퇴근시간인 6시가 가까워오자 도저히 야근은 못하겠다는 기분이 됐고, 퇴근길 자전거는 생각도 안 했다. 집에 와서 씻고 밥 해먹고 10시에 뻗었다.
'일상 > 2020~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에서 먹는 저녁의 행복 (0) | 2020.03.20 |
---|---|
시저는 죽어야 한다 (0) | 2020.03.17 |
댓글 (0) | 2020.03.16 |